계속되는 봄 냉해 … 실질 예방 대책 요구하는 농민들

  • 입력 2021.05.02 18:00
  • 수정 2021.05.02 18:2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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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전라남도 영암군 금정면 대봉감 과원에 설치된 열풍방상팬. 정철 영암군 금정면 대봉감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제공
전라남도 영암군 금정면 대봉감 과원에 설치된 열풍방상팬. 정철 영암군 금정면 대봉감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제공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농작물 저온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농민들은 실질적인 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잠정 집계된 농작물 냉해 면적은 약 4,511ha다. 품목별로는 사과 피해가 3,096ha로 가장 많고, 복숭아 583ha, 자두 363ha, 배 138ha, 인삼 108ha 순이다. 사과·배·복숭아·자두 등 과수에서는 꽃눈 및 씨방 갈변·고사 등의 증상이, 특용작물과 밭작물에선 잎·줄기 등 지상부 고사 및 생육저하 증상이 확인되고 있다. 현장 조사가 본격화되면 피해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농식품부와 지자체는 5월 말까지 피해 정밀조사에 착수한 뒤 6월 내 재해복구비 및 재해대책 경영자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재해보험 가입 농가의 경우 손해평가를 거쳐 사과·배·단감·떫은감은 7월부터, 복숭아는 12월 이후 보험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반면 농민들은 피해 복구 대책보다 이상기온이 반복되거나 예상되는 무렵의 필지별 실시간 기상 정보 제공 및 열풍방상팬 지원사업, 난방유 면세 혜택 확대 등의 예방 대책 마련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해 경기도 안성의 배 농가는 “대부분의 과수원 입지 조건상 실제 발표되는 지역 날씨 정보와 꽤 많은 차이가 난다. 요즈음 한낮기온을 24℃로 예상하는 기상 정보와 달리 한낮의 과수원 온도는 31℃에 달한다”라며 “재해가 거의 매년 반복되는 만큼 저온이 우려되는 시기가 가까워지면 농가들은 피해를 막으려고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 쉽진 않겠지만 재해가 예상되는 기간만이라도 필지별로 정확한 실시간 기상 정보를 제공해주면 대비하기 훨씬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전남 나주시 노안면에서 배를 재배하는 농민 A씨는 “지난해 냉해로 경제 부담이 컸지만, 피해를 예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열풍방상팬을 설치했다. 과원이 위치한 곳에 따라 효과가 없다는 농가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열풍방상팬 덕에 냉해가 지난해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하지만 주변에 3상 전기가 들어온다는 가정 하에 전기 연결 비용과 이것저것 따져 3,000평당 약 3,500만원 정도 비용이 소요된다. FTA 기금을 활용한 정부 보조가 대개 50% 정도에 그치다 보니 농가 입장에선 부담이 적지 않은 편인데 이번에 효과를 톡톡히 본 만큼 이런 실질적인 예방 대책의 문턱이 낮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라남도와 영암군이 추진한 ‘떫은감 저온피해 예방 시범사업’으로 관내 8개 농가가 지난 2월 경 열풍방상팬을 설치한 전남 영암군 금정면의 경우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된 상태다. 해당 지역 농민은 “1헥타(약 3,025평) 기준 열풍방상팬 약 8대가 들어간다. 금액으론 3,500만원 정도인데 지금 자부담이 10% 정도라 효과만 있다면 투자할만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라며 “봄 동상해 예방뿐 아니라 한여름 고온 다습한 기후가 계속될 때 방상팬을 활용하면 지열을 1℃ 정도 낮추고 습기를 제거하는 효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열풍방상팬 한 대당 난방용 등유가 50L씩 들어가는데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단점이 있어 지원사업과 함께 면세 혜택도 함께 확대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열풍방상팬 설치 시범사업’을 추진한 경북 상주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열풍방상팬은 기존 방상팬에 열풍기가 추가된 장치며, 일정 온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자동으로 작동된다. 열풍기의 열기를 방상팬이 과원 전반으로 불어내 과수의 꽃을 보호하는 방식인데, 상주시와 마찬가지로 지난 2019년 ‘이상기상 대응 과원 피해예방 기술 시범사업’을 수행한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열풍방상팬을 가동할 경우 과원의 온도를 평균 1~2℃ 높일 수 있다.

지난해 2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환경친화적인 연소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저온 피해 예방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당시 농진청은 저온 피해 예방을 위해 과거 왕겨나 짚, 전정 가지를 태워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활용했지만 폐기물관리법에 저촉되고 방상팬이나 살수법 등의 경우 초기 비용이 많이 소요돼 농가 보급이 미미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금속용기에 메탄올 젤과 목탄, 액체파라핀 등 3종의 자재를 배치해 연소하는 방식의 기술을 개발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해당 기술을 활용할 경우 기존 석유류로 연소하는 것보다 매연 발생량을 4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고 완전히 탈 때까지 불꽃의 세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금속용기 뚜껑을 닫는 수준에 따라 연소 시간은 약 1시간 30분에서 5시간 30분까지 유지된다.

경기도 안성의 배 재배 농가에서 최근 사용 중인 ‘불깡통’이 이와 같은 방식인데, 이미 효과를 본 몇몇 농가에선 “며칠 밤을 새더라도 냉해를 막아낼 수 있다면 얼마든 감내할 수 있다. 다만 비용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원사업에 포함시켜 주면 좋겠고, 언제 기온이 떨어질지 확실한 예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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