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떫은감(대봉감)은 사과·배·단감과 함께 같은 농작물재해보험 상품으로 묶여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사과·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보험약관으로 가장 많이 피해받는 ‘소외된 작물’로 꼽힌다.
그 가운데 농민들이 가장 불합리하다고 보는 것이 일소피해 보상 기준이다. 떫은감은 이들 품목 가운데 일소피해에 가장 취약하다. 정확한 피해조사 자체가 어려워서다. 떫은감이 함유한 타닌의 화학작용 때문에 강한 햇볕에 데면 4~6일 안에 떨어지고 썩는 과정이 모두 진행돼 정작 보험 조사원이 현장에 나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가 된다. 일소피해로 보상받으려면 피해 과실이 가지에 매달려 있어야 하고, 전체 착과수(적과 후)의 6% 이상 발생해야 하는데, 6%는커녕 2~3%가 되기도 전에 떨어져 부패하니 피해는 있지만 흔적은 없는 난감한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다.
이에 전국 떫은감 최대 주산지인 전남 영암군 떫은감 농민들은 수년 동안 입이 닳도록 떫은감만이라도 일소피해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지난해 극심한 폭염으로 더 강력히 요구했지만 올해도 그 요구는 관철되지 못했다. 그러나 영암 농민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고, 보험 가입 저지까지 불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습적으로 봄동상해 보상률을 낮췄을 때도 투쟁으로 회복시켰고, 낙엽 발생 시 바로 낙과하는 떫은감에 단감과 동일한 경과일수를 적용해 피해율을 낮추는 조항도 바꿔 냈다. 1000원도 안됐던 표준가격을 1441원(2025년)까지 올렸고, 턱없이 낮았던 가입 기준 과중도 30g 상향시켰다. ‘상품 판매 임박, 약관 개정 시간 촉박’, ‘한꺼번에 바꾸기 어려움,’ ‘연구용역 통해 검토’라는 당국의 개선 의지 없는 동어반복에도 농민들이 해마다 투쟁을 이어 온 결과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철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