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유지에만 ‘급급’한 정부, 재보험 인수 부담 ‘스스로’ 높여

농업재해보험심의회, 지난 4월 국가 재보험 구조 개편 및 약정 체결 심의

손해율 높은 적과 전 과수 4종과 고추 품목 … 국가 인수비율 50→80%로

농민들 “땜질 처방 반복 말고 재해 정책 전환 위한 구체적 논의 시작해야”

  • 입력 2021.06.20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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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및 농업재해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9월 경북 의성군 옥산면의 과수원에서 한 농민이 잇따른 태풍으로 인해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를 바구니에 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및 농업재해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9월 경북 의성군 옥산면의 과수원에서 한 농민이 잇따른 태풍으로 인해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를 바구니에 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잇따른 자연재해의 여파로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및 농업재해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드높은 가운데 정부는 지난 4월 농업재해보험심의회를 통해 국가 재보험 구조를 개편하고 약정을 체결했다. 재보험 구조 개편은 손실 미발생 시 NH농협손해보험(NH손보)을 포함한 민간재보험사의 이익 분담은 높이고 농작물재해보험 중 손해율이 가장 높은 사과·배·단감·떫은감 등 과수 4종에 대한 적과 전 피해와 고추 품목의 국가 재보험 인수비율을 50%에서 80%로 늘린 게 골자다.

‘국가재보험 구조개편방안 및 2021년도 국가재보험 약정체결안’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농업재해 증가 및 보장수준 확대 등으로 인해 재보험 손해는 크게 늘기 시작했다. 최근 3년간의 농작물재해보험 재보험 손익은 지난 2018년 597억원(국가 67억원·민간재보험사 524억원·NH손보 6억원)에서 지난 2019년 4,209억원(국가 2,490억원·민간 1,626억원·NH손보 93억원) 수준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3,386억원(국가 2,070억원·민간 1,170억원·NH손보 146억원)을 기록했다.

대규모 손실이 지속되자 NH손보를 제외한 재보험사에선 지난해 민간 몫의 재보험 인수비율을 72%에서 40%로 줄였고 급기야 올해 인수 거부 입장까지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간재보험사에서는 보험요율 30% 이상 인상, 봄동상해·병충해 보상 제외, 재보험 수익구조 개편 시 재보험 인수 참여 여부를 재고하겠다고 밝혔는데, 보험의 안정적 운영과 건전성 관리를 위해 민간 참여가 필수라고 판단한 정부는 재보험제도 유연성 제고를 위한 개편을 취한 것으로 확인된다.

재보험제도 개편은 크게 NH손보 포함 민간재보험사의 기대수익률(최근 5년 평균수익률)이 0~5% 수준의 일정 범위(기준수익률)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손익분담비율을 탄력 적용하는 것과, 기준수익률보다 기대수익률이 낮은 경우 손해율이 높은 품목은 본사업에서 제외하는 것 등이다.

올해 기대수익률은 0%보다 작기 때문에 고위험방식의 손익분담비율이 적용됐는데, 이 경우 사실상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손해율 100% 미만에서 민간 이익 분담은 높아지지만, 100% 이상에선 국가의 손실 분담이 크게 높아진다.

아울러 제도 개편에 따라 최근 3년간 평균 손해율이 150% 이상이면서 손해액이 100억원 이상인 과수 4종 적과 전 피해와 고추 품목(벼는 제외)은 국가가 재보험의 80%를 인수하게 됐다. 이 경우는 시범사업에 해당되며, 본사업은 국가와 민간이 재보험의 각각 50%씩을 인수한다.

국가는 3단계에 걸쳐 재보험을 인수하는데 △국가·민간 인수비율(본사업·시범사업)을 선정한 뒤 △손해율 구간에 따라 민간 인수분을 추가로 인수하고 △민간 최종 인수분의 6.5%를 다시금 인수하는 구조다. 그 결과 손해율이 100~160% 사이일 경우 본사업에선 국가가 손실의 69.6%를 부담하는 한편, 시범사업에서는 98.5%의 손실을 국가가 진다.

결과적으로 민간재보험사 인수 참여와 재보험제도 유지를 위해 국가 재정 부담을 크게 늘린 셈이다.

이에 대해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재해로 인한 피해를 전부 국가 재정만으로 부담하려 해선 안 된다. 미국처럼 대재해채권 등을 도입해 국민 인식 자체를 바꿔나감과 동시에 농업재해 보상을 위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나가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라며 “최근 2~3년 동안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가 심화되는 추세고,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와 함께 농업재해 보상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 정책위원장은 “전문기관 등을 통해 구체적 이론과 사례 등이 제시됨과 동시에 현장에서도 재해 정책 전환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만약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정부가 이를 고민하고 있다면 한편으로 참 다행이지만 주무부처와 소통하는 농민단체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현장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처사임이 분명하다. 반면 재해 대응과 보상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논의 자체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 그것 역시 의지 부족과 무능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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