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해보험(풍수해보험·농작물재해보험·가축재해보험·양식수산물재해보험) 제도 미비점을 개선해야 한단 의견이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정기영 금융제도연구팀 과장과 박성우 조사역은 국내 재해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 및 건전성 제고를 위한 ‘국내외 재해보험 제도 현황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개선과제’ 보고서를 지난 7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세기 중후반부터 대형재해에 대비해 재해보험 제도를 도입·운영 중인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국 사례를 예로 들며, 재해보험의 경우 여타 보험상품에 비해 시장 실패 가능성이 많은 만큼 정부가 재해보험 운영에 일정 부분 개입해 다양한 보완 요소를 도입해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요국은 △의무가입 방식의 적용 △위험 기반 보험료율 산정 △대규모 재해 대비 추가 지급여력 확보 등의 제도를 확충하고 있는 반면 국내 재해보험은 아직 초기 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재해보험 제도가 개선해야 할 과제는 △가입기반 확충을 위한 제도 정비 △위험관리체계 개선 △국가재보험의 지급능력 확충 등으로 추려진다. 보고서는 재해보험 제도 성숙을 위해 가입기반 확충이 시급하며, 보험의 위험분산 효과 역시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현행 임의가입방식을 고위험군 대상의 의무가입방식으로 전환하는 한편 과거 경험에 근거한 현행 요율체계 대신 객관적인 리스크 기반의 요율 산정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험에 기반한 요율 산정체계는 가입자의 보험사고 발생확률을 보험료율에 반영하기 어렵고 이는 역선택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요국에서는 가입자별로 상이한 재해위험을 반영하는 차등 요율 방식으로 재해위험에 비례하는 보험료율을 부과 중이다.
또한 보고서 작성자인 정기영 과장과 박성우 조사역은 가입자 방재 노력을 유도할 수 있는 재해보험의 할인·할증제도 확충과 함께 보험 수익 및 비용 부담방식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행 풍수해보험과 일부 농작물재해보험은 손해율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 정부가 보험금 지급에 따른 보험사 손실을 일부 보상하는 초과손해율 방식을 적용 중이다. 정부가 재보험 제공의 대가로 수취하는 재보험료가 민간재보험사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보험사업의 수익을 공유하지 못한 채 재해발생시에만 지급보험금을 무한 분담하는 비대칭적 수입·지출 구조를 갖춰 정부의 재정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재해보험 지급위험에 대비해 ‘CAT Bond(대재해채권)’ 도입 및 국가재보험 운영방식 개편 필요성도 강조했다. 대재해채권은 전통적인 재보험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가운데 재해보험 지급여력을 확충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한편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이번 보고서가 농업계에 던지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본다. 컸으면 좋겠다. 보고서가 기후위기로 빈번해지는 재해에 대한 피해 경감을 위해 미국 등 주요국 재해보험 사례를 비교했듯 더이상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 피해를 농민들의 책임으로 두거나 일반적인 국가 예산으로 충당해선 안 된다”라며 “대재해채권 등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그간 전농이 요구했던 것처럼 농업재해보상법 제정을 통해 전체 농민당 재배면적 1.5ha까지는 재해로 인한 피해를 정부가 직접 보상해야 한다. 전체 농민의 80%가 이에 해당될 것이며 나머지 1.5ha 이상 면적에 대한 피해는 공공 성격을 강화한 보험으로 책임지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