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금액 좌지우지하는 표준가격, 현실화 급선무

생산 감소로 가격 호조 지속 … 부사(후지) 표준가격은 3년째 하락세
2019년·2020년 각각 ‘2,507원·2,104원’으로 감소하더니 올해는 ‘1,742원’?
농식품부 “표준가격은 보험 사업자 결정 사항, 직접적인 관여 않는다”

  • 입력 2021.02.0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일 경북 영주시 부석면 일원에 농작물재해보험과 농협중앙회, NH농협손해보험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영주시사과발전연구회는 관내 10개 읍·면에 현수막을 게재했다.
지난 2일 경북 영주시 부석면 일원에 농작물재해보험과 농협중앙회, NH농협손해보험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영주시사과발전연구회는 관내 10개 읍·면에 현수막을 게재했다.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 농산물소득정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사과 생산비는 kg당 2,233원이지만, 올해 농작물재해보험 사과(부사) 표준가격은 kg당 1,742원에 불과하다. 보험 가입이 시작된 최근 사과 재배 농민들이 현실을 개탄하며 울분을 터뜨리는 이유다.

보험 가입금액은 쉽게 말해 보험 가입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최대치다. 일반적으로 ‘가입수확량’에 ‘가입가격(표준가격)’을 곱해 산출하는데, 가입수확량 산정과 관련된 가입과실수(평년과실수) 산정방식이 올해 농민에게 불리하도록 바뀐 데 이어 표준가격 역시 시장가격을 훨씬 밑돌게 책정된 까닭에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부사 품종은 전체 사과 재배 농민의 70%를 차지할 만큼 대표적인데, 표준가격은 지난 2018년부터 시장가격 등락과 관계없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9년 kg당 2,507원이었던 부사 표준가격은 2020년 2,104원으로 약 16% 떨어졌고 올해 1,742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냉해와 긴 장마, 태풍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최근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지난해보다 17.2%, 2019년과 비교하면 30% 하락한 수준이다.

관련해 심성찬 영주농협사과공선회장은 “5다이(중품) 사과 20kg가 최근 평균적으로 8만3,000원 정도 한다. kg 단가로는 4,150원이다. 지금 보험에서 적용하는 표준가격 1,742원은 최근 평균 시장가격의 약 42%정도밖에 안 된다”라며 “인건비며 자재비는 매년 오르는데 보험 표준단가는 정말 너무 터무니없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 중 사과가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 부사 품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전체 보험 가입금액 차원에서 농민들이 정말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서 6,300평 규모로 사과 과원을 운영 중인 심성찬 회장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지난해 대비 가입주수가 소폭 늘었음에도, 평년과실수는 32만401개에서 20만5,357개로 약 40% 줄었다. 아울러 부사를 포함해 아오리, 홍로, 양광 등 다양한 품종을 재배 중인 심 회장 과원의 kg당 표준단가 역시 지난해 2,201원에서 올해 1,845원으로 16.2% 하락했다. 이에 보험 가입금액은 2억956만원에서 1억1,258만원으로 46% 줄었는데, kg당 표준단가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보험 가입금액은 1억3,430만원으로 감소 폭은 10% 줄게 된다.

박종술 영주시사과발전연구회장은 “농민들은 표준가격이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알 수가 없다. 사과 가격이 좋기만 한데 무슨 특별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표준가격은 매년 400원씩 뚝뚝 떨어지고 있다”며 “무척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농작물재해보험에서 가장 시급한 건 표준단가 현실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 입장에서 손해를 피하는 게 당연하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은 손해를 보전해주는 재보험제도도 있고, 국가에서 농민들을 위해 직접 예산 들여 끌고가는 정책보험이다. 농민을 진짜 말살시키려는 것도 아니고 지난해 적과전 보상율 회복을 위해 열심히 싸운 댓가가 고작 이것밖에 안 된다니 너무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에 따르면, 2015~2019년(11월에서 이듬해 7월까지) 부사 사과 평년가격(최대·최소 제외한 평균)은 10kg 기준 2만6,242원이다. kg당 2,624원인데, 이보다 약 34% 낮은 값이 바로 올해 농작물재해보험 표준단가다.

이와 관련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표준가격의 경우 가락시장에 납품될 수 있는 품질의 사과 가격 중 5~70%에 해당하는 경락가의 5년 올림픽평균값(최고·최저치 제외)으로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NH손보에선 평균가격을 기준 삼아 농가 수취비율을 적용해 표준가격을 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담당자는 “표준가격의 경우 보험 사업자(NH농협손해보험)가 결정하는 사항이다. 보험 인수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농식품부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다”라며 사실상 NH농협손보가 책정한 표준가격이 적합한지에 대해 전혀 판단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