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농작물재해보험 ‘날치기’ 약관 개정에 대책 마련 고심

농민대표-국회의원 간담회, 지난 3일 여의도서 개최

  • 입력 2021.03.0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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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회의실에서 ‘농업재해보험 문제 해결을 위한 농가대표-지역구 국회의원 간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회의실에서 ‘농업재해보험 문제 해결을 위한 농가대표-지역구 국회의원 간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와 NH농협손해보험은 가입자인 농민 모르게 지난해 농작물재해보험 봄동상해(냉해) 보장을 80%에서 50%로 줄였다. 농민들은 약관 원상회복을 위해 지난 1년 내내 지독히 투쟁했지만 보상률 회복은 실현되지 않았고 콩고물 같은 보험금 몇 푼과 함께 재해로 인한 모든 피해와 책임은 농민에게 돌아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과수 4종 농작물재해보험 약관 개악은 더욱 교묘해졌으며, 농민을 기만하고 농업 재해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농민에게 떠넘기고 있다.”

지난해 농식품부와 NH농협손보의 일방적인 냉해 보상률 삭감에 이어 올해 농작물재해보험 약관이 또다시 개정되자,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서 농민대표와 국회의원간 간담회를 열고 농작물재해보험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사과·배·단감·떫은감 등 과수 4종 재배 농민들은 △계산식 변경으로 인한 평년착과량 축소 △시세와 무관한 표준가격의 하락 △할인률 일방 조정 △품목 특성 무시 등의 문제를 짚어 나갔다. 박흥식 전농 의장은 “지난해 냉해와 긴 장마, 태풍 등으로 많은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지만 정작 제대로 된 보험 혜택은 받지 못했다. 재해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위해 이런 식의 농작물재해보험을 더이상 두고 봐선 안 된다”라며 “농업재해 대책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도 한 발 빼고 있는 태도고 NH농협손해보험도 적자를 이유로 수가를 계속 낮추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존 흐름을 잡지 않고서는 농작물재해보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최종 결론을 얻었다. 국회와 농식품부 그리고 농민이 함께 합의점을 찾아 대안을 만들어 법도 개정하고 농업재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농사를 짓는 정공명 안성시농민회 서운면 총무는 “태풍이랑 우박의 경우 한정 특약 보험으로도 보장받을 수 있지만 냉해의 경우 종합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 명칭을 매년 바꿔 농가에서 많이 헷갈려하는데, 10ha 기준 한정 특약 보험료가 700~800만원 정도라면 냉해 보상까지 받을 수 있는 종합보험은 1,400~1,500만원 수준이 된다”라며 “지난해 냉해로 생산량이 50% 가까이 줄었지만 너무 비싼 보험료 때문에 한정 특약에 가입해 보상을 받지 못한 농가가 수두룩했다. 이전부터 계속 지적했던 내용이고, 개선해달라고 무수히 요구했지만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철 영암군 금정면 대봉감 대책위 집행위원장도 △낙엽 경과일수 적용 △현실과 동떨어진 평균과중 등의 품목 특성 미반영 문제와 가입과실수(평년착과량) 계산 방식 변경(최솟값 제외한 5개년 평균→최솟값 포함한 5개년 평균)을 지적했다. 이밖에 김태현 전농 경북도연맹 부의장은 “농민에겐 일언반구 없이 농협중앙회와 NH농협손해보험의 잣대만으로 보험이 운영되고 있다. 이익추구 집단인 농협은 보험이란 칼자루를 쥔 채 손해 줄이기에만 급급하고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농업재해에 대한 고민조차 하지 않는 실정이다”라며 “지금과 같은 행태가 유지된다면 대한민국 농지 다 팔아서 농협에 갖다줘도 농민은 남는 게 없을 거다. 농민과 국회, 정부 3자 간 논의체 마련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해 속속들이 알진 못하지만, 농민분들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모르는 관점에서 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인 것 같다. 지난해 국정감사 현장에서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의 ‘보험은 보험다워야 한다’는 발언에 아연실색했던 기억도 떠오르는데, 농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농민에게 전가하는 정부와 정책도 문제지만 이러한 부분에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는 게 사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장에서 고통받는 농민에게 진짜 보험다운 보험을 만들기 위해 머릴 맞대야 할 것 같다. 말씀하신 농민, 정부, 국회 등 3자간 상설 협의체 구성에 대해선 책임감 있게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전농은 지난해 임시로 구성한 ‘냉해 대책위원회’를 ‘기후위기 대책위원회’로 확대·유지하며 지역 국회의원의 역할 확대를 촉구하고, 올 한해를 농업재해보험 제도 개선 원년으로 삼겠단 방침이다. 기후위기 대책위원장을 맡은 최창훈 전농 경북도연맹 의장은 “기후위기로 재해가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 자본주의 산업화로 환경이 오염되고 그로 인해 자연재해가 빈발하고 기후위기까지 발생해 농민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당면한 문제 해결과 중·장기적 목표 설정으로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현실화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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