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대대적인 가입 거부 운동이 언급될 만큼 올해를 기점으로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농민들의 시선이 더욱 곱지 않은 실정이다. 보험 가입자조차 몰랐던 적과 전 보상 삭감(80%→50%)으로 올해 NH농협손해보험은 농민들을 저버렸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1배 이상 높은 493억원을 기록했다. 농업계 일각에선 아예 보험제도를 없애버리자는 얘기까지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농협손보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손해율에 따른 할증 폭 확대’라는 또 다른 개악에 손을 뻗고 있어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농협손보와 농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농작물재해보험심의회를 통해 논의되고 있는 사안은 ‘제도 개선’이라는 명목 아래 정책보험 운영사인 농협손보의 손실을 줄여줄 방안에 불과하다. 손해율에 따른 할증 폭을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것과 고위험 계약자의 가입을 제한하는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고 있어서다.
한편 오늘날 불합리한 보험제도의 민낯은 특히 보험금 산정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태풍으로 흑수 피해가 심각한 와중에 콤바인 뒤쪽으로 빠져 나가는 쭉정이까지 모두 포대에 담아 무게를 재는 실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손해평가사의 주관적인 판단은 물론 농협손보는 내부 지침을 통해 기준 이상의 손해율이 나올 경우 보험금 지급이 더욱 불확실한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내건 실정이다.
아울러 상식을 벗어난 보험 약관과 규정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원예시설을 예로 들어 피해가 발생한 그 장소에 같은 규모로 복구해야 보험금을 실비로 지급받을 수 있는 반면, 임차 기한 만료 등의 이유로 기존 농지에 시설을 다시 지을 수 없을 경우 보험가입금액의 30~40% 수준에 불과한 ‘감가상각’된 금액만을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농민들은 감가상각에 대한 기준조차 알 수 없다. 보험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과 농민들의 요구가 날로 거세지는 이유다.
농민들은 올해 내내 농작물재해보험의 불합리함과 부당함을 대외적으로 알리며 삭감된 보상률을 원상회복 해달라고, 복구비 외에 현실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농식품부와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통해 실상을 알렸고, 수차례 상경길에 올라 현행 보험제도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투쟁했다. 하지만 농협손보와 농식품부는 ‘사업 안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명목으로 내걸고 농민들의 호소를 여전히 모른 체 하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