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2020 농민들

  • 입력 2020.12.23 00:00
  • 수정 2020.12.23 07:17
  • 기자명 한국농정, 글씨 해범 진영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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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는 인류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감염병으로 세계적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는 전방위적으로 경기침체를 몰고 왔으며, 농민들 역시 농산물 가격 하락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학교급식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친환경농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급식 중단으로 생산한 농산물 출하 길이 막혀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했다. 차후 농산물 꾸러미사업을 실시했으나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학교급식 납품농가들의 피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연초부터 지속된 저온현상은 과수에 냉해를 안겨줬다. 특히 배 과수원에 피해가 컸다. 재해보험으로 당연히 피해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올해부터 적과 전 피해 보상요율이 80%에서 50%로 축소됐다. 결국 피해농민들에게 재해보험은 유명무실해졌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정부는 현행보험을 지탱하기 위해 농민부담을 늘리고 피해보상액은 줄이는 것으로 해법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농민들이 겪은 자연재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기록적인 장마로 광범위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구례를 비롯한 섬진강유역 농민들은 수자원공사의 댐 관리 잘못으로 삶의 터전이 모두 망가졌다. 소들이 물에 잠긴 축사 지붕에 올라와 있는 모습이 언론에 대서특필 됐다. 그러나 이들의 피해 역시 배상받지 못했다.

한편 올해는 공익직불제가 시작된 원년이다. 농정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직불제가 개편되고 새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직불제 개편은 기존의 틀에 기본직불금을 추가하는 형태로 설계됐고, 직불제 개편의 핵심이라 할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반쪽짜리 개편에 불과했다. 대상농지를 지난 3년간 직불금 수령농지로 한정하고, 선택형직불금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 않았다.

특히 앞으로 5년간 직불금 예산을 고정시켜 직불제 중심 농정개편을 무색하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는 농민들 요구에 힘입어 농민수당 도입이 확대돼 희망을 안겼다. 물론 내용과 금액에 있어서는 농민들 요구에 한참 부족한 상황이나 농민들의 요구가 지자체 정책으로 받아들여 전국화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성과다.

아울러 농촌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사업은 농지훼손, 환경파괴, 주민갈등 심화, 경작권 박탈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친환경에너지 확보 정책이 역설적으로 농촌의 경관과 환경, 농지를 훼손하고 있지만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농정개혁의 핵심이라 할 농지문제에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3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농지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것을 토대로 전국적인 농지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우선 전국 농지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 농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헌법정신에 입각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세워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가락시장 개혁의 상징이라 할 시장도매인 도입문제가 공론화되고 농업계 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공중파방송, 일간지 등에서도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성과로 꼽힌다. 가락시장의 시장도매인 도입문제는 자본과 기업 그리고 기득권세력을 대변하는 농림축산식품부 관료집단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농정개혁이 난망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20년 농민들은 국내외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땅을 일구고 또한 농정개혁을 위해 땀을 흘려왔다. 지금 농민들은 아쉬움이 많지만 새해 희망을 만들기 위해 올 한해를 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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