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농업 결산] ‘태양광 복마전’에 쪼개지는 농업·농촌

부실 제도 탓 발전사업·개발행위 편법·불법 허가 난무
농지법 개정·염해간척지 태양광 허용 이후 확산세 지속
현장 실정 모르쇠 … 빛 좋은 영농형태양광도 ‘도마 위’

  • 입력 2020.12.23 00: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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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6월 태양광 발전 사업을 둘러싼 농지 소유주와 임차 농민 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은 전남 해남군 혈도간척지의 모습. 농지 소유주 측이 동원한 굴삭기를 농민들이 트랙터와 트럭을 동원해 막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6월 태양광 발전 사업을 둘러싼 농지 소유주와 임차 농민 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은 전남 해남군 혈도간척지의 모습. 농지 소유주 측이 동원한 굴삭기를 농민들이 트랙터와 트럭을 동원해 막고 있다. 한승호 기자

 

기후위기를 현장에서 체감 중인 농민들 역시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이견을 갖고 있지 않지만,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축인 태양광 발전이 농민의 농지를 잠식하고 농촌을 무참히 찢어낸다는 점은 대다수가 공감하는 문제다.

농촌 태양광의 최근 갈등과 논란은 부실한 제도와 그로 인한 편법·불법 허가로 꼽힌다. 태양광 발전을 하려면 발전사업과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규모에 따라 3MW 이상인 발전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허가를 담당하고, 그 미만의 발전사업 및 개발행위 허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과 다름없다.

이에 발전사업 허가는 지자체 조례가 명시한 기준을 충족시켰는지가 주요한데, 대다수가 이격거리 제한 등의 허가 제한을 포함하고는 있지만 충분한 주민 수용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갖고 있지 않아 전국적으로 태양광 사업과 관련된 주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실제 전북 장수군 천천면 춘송리 일원을 비롯해 충북 옥천군 안남면 도덕리 등 농촌 곳곳에서는 토지 쪼개기 등의 편법을 동원해 개발행위 허가 기준을 맞추거나, 조례 맹점을 악용해 주변 주민들의 정식 동의 없이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등 비정상적인 사업 강행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간척지 태양광, 염도 측정 문제없나

아울러 지난해 7월 농지법 개정 이후 공유수면매립지(간척지) 일시사용허가 대상에 태양광 발전이 포함됐다. 농지법 시행규칙에 따라 측정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가 간척지 필지별 토양염도를 측정해 전체 면적의 90% 이상이 5.5ds/m일 경우 최장 20년간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전남 해남군 문내·황산면의 혈도간척지와 전남 완도군 약산면 일원, 전남 영암군 삼호읍·미암면 등지에선 주민 간, 지주-농민 간 갈등이 날로 악화되는 추세다. 간척지가 우량농지로 지정돼 있더라도 토양염도 측정을 통해 발전 설비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농민은 그간 친환경으로 육성한 농지를 단번에 잃기도, 준비한 모종을 심지 못한 채 경작권을 빼앗기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토양염도 측정의 신뢰성도 문제로 파악된다. 간척지에서의 영농은 일반적인 수도작과 다르게 용수를 지속 공급·순환하는 방식으로 토양염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더라도 피해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한적인 농지법 시행규칙 탓에 멀쩡한 간척농지가 하루 새 염해농지로 둔갑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농업계 뜨거운 감자, ‘영농형태양광’

농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아래에서 영농을 지속하는 이른바 영농형태양광은 도입 이후 확산에 지지부진한 모양새를 보이다, 지난 6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농업진흥구역 내 영농형태양광 허용을 골자로 한 농지법 개정안 발의 및 농업 부문 그린뉴딜 정책과 함께 급전환을 맞았다.

농업계 내에서도 농촌에 난립하는 태양광의 발전 수익이 외지로 빠져나간다는 점을 이유로 영농형태양광 확산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쪽과 농민 약 70%가 임차농인 현실을 고려해 농민 소득과 영농형태양광이 무관한 데다 임차농지를 빼앗길 우려가 있어 관련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특히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에서는 이와 관련해 유지·보존해야 하는 절대농지마저 영농형태양광 설비 설치를 위해 규제를 풀면 안 그래도 위태로운 식량자급률의 존립 기반마저 무너트리는 것과 같다는 의견을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아울러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발전 설비 운영 내내 소요될 유지·관리비용, 수익 지속성을 비롯한 임차농 현실 등도 무분별한 영농형태양광 확산에 앞서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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