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형태양광, ‘영농’보다 ‘태양광’ 우선될 우려 높다

관련 연구·조사 부족한 현실 여건, 시설 및 수익 지속성 보장 불확실
농민들 “임차농 대다수인 현실에 맞지 않고 업자 배불릴 사업일 뿐”

  • 입력 2020.10.09 18:00
  • 수정 2020.10.10 07:33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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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5일 전남 보성군 웅치면의 한 들녘에서 열린 ‘영농형태양광 하부경지 벼 재배기술 개발 현장평가회’에서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이 영농형태양광 발전의 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5일 전남 보성군 웅치면의 한 들녘에서 열린 ‘영농형태양광 하부경지 벼 재배기술 개발 현장평가회’에서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이 영농형태양광 발전의 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영농형태양광 확대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영농형태양광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측에선 농지보전과 농가소득 증대 등 농업·농촌에 다방면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단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으나, 농업계에선 대부분 이 같은 의견에 좀체 동의하지 못한 채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최근 들어 영농형태양광 확대에 가장 큰 힘을 싣고 있는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의 농촌 태양광은 외부자본 투입을 통해 사업자들 중심으로 진행돼 농촌 주민이나 농민이 혜택을 보지 못했지만 영농형태양광은 농민이 직접 영농활동을 지속하며 태양광 발전으로 인한 수익도 얻을 수 있어 농가소득 증대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영농형태양광이 실제 농촌과 농민에 얼마나 혜택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현재 유일한 민간 사례로 손꼽히는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의 영농형태양광 설치를 예로 들어 2,000㎡(약 606평) 농지에 99kw 규모의 사업비는 총 1억9,600만원에 달한다. 공사비 1억8,000만원과 농지전용분담금 및 한전계통선로 부담금, 농지개발행위 이행보증금 등 부수적인 비용 약 1,600만원을 포함한 값이다.

또 전문성이 필요한 발전시설 운영·관리 등은 농민이 직접 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업체에 위탁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시설비의 90%를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1.75% 장기저리 대출을 해주고 있지만, 대출이자와 원금상환, 운영 위탁비용 등의 관리비를 계산할 경우 발전수익의 절반 이상을 비용으로 지출하게 된다. 농촌에서 발생한 수익이 시공 및 위탁관리업체 등 외부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임은 마찬가지다.

아울러 에너지공단에서는 정책자금 대출 외에도 농민이 직접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발전단가를 20년간 계약한 고정가격으로 산정해주고 있다. 현재 농촌형태양광에 적용되는 REC 가중치까지 적용시키면 99kw급 영농형태양광의 발전수익은 연간 약 2,735만6,000원 수준이다. 대출이자와 관리비 등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1,458만8,000원 정도기 때문에 발전 순수익은 전체 발전수익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76만8,000원으로 계산된다.

더욱이 산지 태양광 사례와 유사하게 농촌형태양광 REC 가중치 역시 언제 감축될지 모르는 데다, 최근의 지속적인 REC 하락세를 감안할 때 농민과 계약한 고정가격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고정가격이 하락하고 REC 가중치가 축소될 경우 발전수익이 줄어드는 반면 소요비용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발전 순수익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또 일반적인 태양광 설비와 다르게 기반 시공을 거치지 않은 농지에 직접 패널 등을 설치하기 때문에 20년간 설비가 유지될 수 있을 지도 불확실하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의문이 여전하다. 농민들이 수익성과 지속성이 확실히 담보되지 못한 현재 상황을 감안해 농가소득 증대만을 내세운 영농형태양광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한편 전체 농민의 상당수가 임차농인 농업·농촌 현실을 고려할 때 영농형태양광이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확산될 경우, 농지를 빌려 농사짓는 농민이 되레 경작권을 상실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현실이다. 에너지공단 등에서 실시하는 정책자금 대출과 REC 가중치 적용 등은 현행 법·제도상으로 규정된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직불금과 마찬가지로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부재지주라도 혜택을 받으며 농지에 직접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학철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그럴듯하게 포장했을 뿐 영농형태양광도 농촌 태양광과 다를 바 없다. 농지법 개정과 더불어 태양광 설치를 위해 지난 10년, 20년간 농사 잘 지은 농업진흥구역 내 간척농지가 염해농지로 뒤바뀌고 농민은 경작하던 농지를 빼앗기고 있다”면서 “기후위기와 더불어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한 식량주권 확립이 중요시되고 있는 현실까지 감안해 농업진흥구역에 영농형태양광을 허용하겠단 법 개정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형식적으론 영농을 지속할 수 있단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영농형태양광 역시 농업·농촌·농민보다 태양광 발전을 우선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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