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농사지은 간척지에 태양광 발전 문제 있다

  • 입력 2020.07.2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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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농지법이 개정되면서 염도가 높아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염해간척지에는 20년간 태양광 발전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태양광발전업자들에게 간척지가 태양광발전의 새로운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의도 면적의 20배 규모의 염해농지에 안정적인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며 환영하고 있다. 이미 태양광발전업자들에 의해 멀쩡한 간척지를 염해간척지로 둔갑시켜 태양광발전부지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농지법을 개정할 때 우려했던 일이 훨씬 빨리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을 악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자들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실정이다. 대표적 사례가 전남 완도군 약산면 일원의 간척지다. 지난 30년간 문제없이 농사지어 오던 땅이 어느 날 갑자기 염해간척지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제 이 간척지는 개정된 농지법에 의해 20년간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54만평에 해당하는 간척농지가 사업개발사 주도 아래 약 2,200억 원이 투자되는 180MW급 발전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54만평은 여의도 면적의 40%에 해당하며 약산면 농지의 60%를 차지하는 면적이다. 이곳은 연평균 하루 일조시간이 3.7시간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태양광발전업자들이 충분히 탐을 낼만한 적지다.

문제는 농지법 시행규칙에 ‘토양염도가 5.5ds/m인 지역이 전체 농지면적의 90% 이상일 경우 태양광발전설비를 최장 20년간 설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영농에서 염해 여부에 관계없이 정해진 방식에 의해 측정된 토양염도가 기준이 된다. 규정에 따르면 측정기관(한국농어촌공사)은 필지별로 지표면으로부터 깊이 30~60cm의 심토와 깊이 30cm 미만의 표토를 채취해 농촌진흥청이 농업과학기술 연구조사 분석기준에 따라 염도를 측정한다.

심토와 표토 염도를 모두 측정하지만 규정상 농어촌공사는 심토 측정값만을 해당 필지의 토양 염도로 결정한다. 간척지에서 심토의 염도가 더 높은 것은 상식이다. 그리고 간척지의 벼 재배는 ‘환수제염방식’으로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해 염분을 희석하면서 농사를 짓는다. 물 공급 여부가 염해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는 이유다.

완도군 약산면 간척지의 경우 인근 담수호에서 충분한 물을 공급 받기 때문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염해 사례가 없다고 한다. 이러한 영농방법과 조건을 고려치 않는 탁상행정으로 만들어진 법안이 멀쩡한 농지를 염해농지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이다. 완도군 약산면 사례는 전국의 멀쩡한 간척지를 염해간척지로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문제의 심각성에 있다.

전국의 간척지가 대부분 염해농지로 전락해 태양광발전업자 손에 들어갈 것이 자명하다. 결국 다수의 농민들이 태양광발전업자들에게 임차농지를 또 빼앗길 것이고, 그로인한 소득 감소와 농지 훼손이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이다. 시급히 농지법을 고쳐 멀쩡한 농지가 염해농지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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