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농지 점령 중인 ‘태양광’, 염도 측정 문제없나

민간 주도로 추진 중인 전남 완도군 약산면 ‘염해’ 간척지 태양광 사업
일부 농민들 “그간 피해 한 번 없었다”며 염도 측정 방식에 의문 제기

  • 입력 2020.07.26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180MW급 태양광 발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전남 완도군 약산면의 간척농지. 한국농어촌공사 측정 결과 토양 염도가 기준 이상으로 확인됐으나, 지역 농민들과 주민들은 “한 번도 염해가 발생한 적 없다”며 토양 염도 측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80MW급 태양광 발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전남 완도군 약산면의 간척농지. 한국농어촌공사 측정 결과 토양 염도가 기준 이상으로 확인됐으나, 지역 농민들과 주민들은 “한 번도 염해가 발생한 적 없다”며 토양 염도 측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남 완도군 약산면 일원의 간척지에 최근 태양광 발전 사업이 한창 시동을 걸고 있다. 사업을 찬성하는 측에선 ‘추진위원회’까지 꾸려 주민협동조합을 조직 중이지만, 약산면 내 약 23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반대대책위’ 등에선 간척농지가 조성된 지 30여년이 흘렀고, 그간 염분 피해가 발생한 걸 본 적 없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사업이 추진될수록 지역주민들 간 찬반 대립이 격화되고 있어 지역사회가 자칫 둘로 쪼개질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약산면 관산리와 우두리 일원의 간척지 약 54만평에 조성될 태양광 발전 사업은 ‘(주)쏠리스’라는 사업개발사 주도로 진행 중이다. 180MW급 규모며, 예상되는 총 투자비만 약 2,2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쏠리스는 주민협동조합과 발전사 등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며, 주민참여로 발생되는 가중치 매출은 협동조합을 통해 전액 주민에 환원한단 계획이다.

㈜쏠리스에 따르면 사업 대상지인 약산면의 간척지는 지난 1997년 완공됐다. 한국농어촌공사 경영회생지원사업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몇 개의 필지를 제외하고 전부 개인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쏠리스는 소유주들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 중이며 지난 3월 기준 이미 31만평의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회생지의 경우 환매권을 가진 원소유주가 농지를 환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 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쏠리스는 해당 간척지의 연평균 하루 일조시간이 3.7시간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발전 사업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또 가뭄이나 물관리 부실로 해당 간척지에 염해가 잇따라 발생했고, 지역 주민들이 영농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에 먼저 사업 추진을 요청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들과 해당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입장은 이와 상반된다. 반대대책위 측에선 △해당 간척지가 염해지가 아니며 △완도군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해양치유에 역행하는 난개발 사업에 불과한 데다 △농지의 70~80%를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어 태양광 발전 수익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또 사업계획대로라면 약산면 전체 농지의 약 60%에 태양광이 설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약산면 농업의 가장 큰 경제권을 내어주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간척지 염도 측정 방식, 과연 적절한가

지난해 7월 농지법 개정으로 공유수면매립지(간척지) 내 태양광 시설이 농지 일시사용허가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설치기준과 절차 등에 대한 세부사항을 ‘공유수면매립지 내 태양에너지 발전설비의 설치 등에 관한 규정’으로 제정·고시했다.

규정에 따르면 측정기관(농어촌공사)은 필지별로 지표면으로부터 깊이 30~60cm의 심토와 깊이 30cm 미만의 표토를 채취해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 연구조사 분석기준에 따라 염도를 측정한다. 심토와 표토의 염도를 모두 측정하지만 규정 상 농어촌공사는 심토 측정값만을 해당 필지의 토양 염도로 결정하며, 농지법 시행규칙에 따라 토양 염도가 5.5ds/m인 지역이 전체 농지면적의 90% 이상일 경우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최장 20년 간 설치할 수 있다.

㈜쏠리스는 토지 소유주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며 지난 4월 농어촌공사에 토양 염도 측정을 의뢰했다. ㈜쏠리스 관계자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를 통한 토양 염도 측정 결과 전체 필지 약 96%의 토양 염도가 5.5ds/m 이상으로 확인됐다.

현행 법·규정상 해당 간척지는 ‘염해지’로 분류되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간 간척지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은 “여기는 간척된 지 30년도 더 넘어서 염해가 일절 없다. 근처 담수호에서 용수를 제공받는 데 단 한 번도 문제가 없었고, 담수호 염도도 일반 상수도와 동일한 수준이라 농사짓기가 상당히 좋은 여건이다”라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아울러 간척농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한국농어촌공사 해남·완도지사 담당자 역시 “염분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바로 민원이 들어왔을 테고 모를 리가 없는데, 간척지가 조성되고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인지 그간 염해 관련 민원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간척농지에 용수를 공급하는 담수호 수량도 항상 충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염분 등 수질도 좋은 편이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가뭄 피해가 가장 심했던 2017년 무렵에도 염해가 없었다”고 전했다.

관련해 임효상 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농어촌공사에서 간척지 염분을 측정할 때 30~60cm 깊이 토양 샘플을 떠간다. 간척지라 논을 깊이 갈아엎는다고는 하지만 30cm 이상 들어가지도 않을 뿐더러 벼가 그렇게 깊이 뿌리를 내리는 걸 본적이 없다”며 간척지 토양 염도 측정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이경보 농촌진흥청 박사는 “간척지에서는 일반 논과 달리 벼의 뿌리가 깊게 못 뻗는 편이 맞다. 지하부에서 작물의 뿌리는 수분을 따라 가는데, 간척지 벼 재배는 환수제염이라고 물을 계속 공급해 염분을 희석하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일반 논에서 재배하는 벼보다 뿌리가 얕게 분포한다”며 “간척지에서 발생하는 염해 대부분이 물 공급이 어려워 환수제염을 하지 못해 발생한다. 용수 공급이 잘 된다면 심토에 염분이 있더라도 피해가 나타나진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박사는 “간척 후 오랜 기간이 지났다고 염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간척 90여년이 지난 새만금 주변의 일부 간척농지에서는 여전히 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모래나 점토 함량 등 토양 특성에 따라 염이 빨리 올라오기도, 혹은 천천히 올라오기도 한다. 일반 논에 비해 간척지 벼의 뿌리가 얕게 뻗지만 30~60cm 깊이의 심토에 5.5ds/m 이상의 염분이 측정됐다면, 언제든 피해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란 의미다. 해당 지역에서 피해가 없었다면 용수 공급이 충분히 잘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한편 반대대책위 등은 “이번 사례가 간척지 염도 측정 방식에 대한 규정이 현실과 다르다는 걸 입증할 증거다”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간척농지 태양광 설비 설치에 대한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농지법 위헌 소송까지 불사하겠단 입장이다. 관련해 이미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했으며,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사업이 취소될 때까지 투쟁을 지속할 계획이다.

농지법 개정으로 간척농지 태양광 발전이 전국에서 활발하게 준비·진행되는 가운데 간척지 내 태양광 설비 가능 여부를 판가름 하는 염해 측정 방식에 대한 농민과 지역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0일 전남 완도군 약산면에 들어서는 길목 곳곳에 태양광 발전 사업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게재돼 있다.
지난 20일 전남 완도군 약산면에 들어서는 길목 곳곳에 태양광 발전 사업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게재돼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