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지 태양광 염도 측정, 믿을 수 있겠나”

규정상 1ha당 표토·심토 나눠 각 10점씩 총 20점 시료 채취해 분석

갈등 지역 내 태양광 추진 주민이 시료 함께 채취 … 신뢰성 떨어져

한국농어촌공사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밀하게 측정하고 있다” 답변

  • 입력 2021.04.25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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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일부 농민들이 한국농어촌공사가 진행 중인 태양광 발전을 위한 간척지 염도 측정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 일대의 간척지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한승호 기자
일부 농민들이 한국농어촌공사가 진행 중인 태양광 발전을 위한 간척지 염도 측정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 일대의 간척지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19년 7월「농지법」이 개정됨에 따라 ‘염해’가 확인된 공유수면매립지(간척지) 내에서도 일시사용 허가를 통한 태양광 발전 사업이 가능해졌다. 염해 여부는 한국농어촌공사(사장 김인식, 공사)의 염도 측정 결과를 기준으로 하는데, 염도 측정 시료 채취 과정에 신뢰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제기됐다.

공사 안전진단본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토양 염도 측정 의뢰는 총 117건 접수·신청됐다. 전체 면적은 4,286ha로 그중 전남이 1,729ha(36건), 충남은 2,557ha(81건)에 달한다. 기준염도를 초과한 면적은 2,044ha로 확인됐다.

간척지 염도 측정은 토양 특성을 대표할 수 있도록 1ha(약 3,000평)당 표토(0~30cm)·심토(30~60cm) 각 10지점씩 총 20점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다. 표토와 심토 모두 채취·분석하지만, 대개 심토만을 기준으로 염도가 5.0dS/m 이상일 경우 염해 간척지로 판단한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장이 염해 사례 등을 참고해 ‘시장·군수 등은 토양 염도 측정 결과서의 의견을 반영해 표토의 토양에서 측정된 값을 해당 필지의 토양 염도로 적용할 수 있다’는「간척지 내 태양에너지 발전설비의 설치 등에 관한 규정」제9조 제2항을 인용할 수도 있다.

토양 염도 분석은 공사 산하 농어촌연구원이 담당하는 반면, 시료 채취는 간척지 토양 염도 측정 신청이 집중된 충남·전남지역본부 직원 10명 정도가 수행하고 있다. 시료 채취는 주로 공사 지역본부 직원이 마을 주민이나 농민 등을 일용 인력으로 고용해 이뤄진다. 토양 염도 측정에 앞서 필지별로 도면을 만들고 GPS 좌표까지 지정해 어느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할지 미리 정하는 방식이며, 보통 3명을 한 조로 꾸려 진행된다. 공사 직원이 GPS로 표기된 지점을 명확히 지정하면 고용한 인력이 시료를 채취하고 공사 직원은 지점별로 표토·심토가 표기된 봉투에 이를 담아 다른 인력에게 전달하는 체계다.

하지만 최근 전남 모 지역에서 시료 채취 작업을 함께한 마을 주민은 “지정된 장소에서 샘플을 채취하는데 어떤 곳은 토양이 너무 딱딱해 기구가 들어가지도 않는 반면 심토 땅이 무를 경우엔 물이 계속 차올라 10번 넘는 시도에도 흙을 퍼올릴 수 없었다. 이런 경우 60cm 깊이에서 샘플 양을 다 채우지 못해 그 언저리에서 일부 시료를 채취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료 채취 작업을 수행한 다른 주민은 “기구를 꽂아 넣기 전에 쟁기질로 흙을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을 했다. 대개 5cm 정도는 깎여 나갔던 것 같다. 응달진 곳이나 흙이 무른 곳에선 10cm 깊이까지 그냥 패여 나가기도 한다”라며 “어떤 곳은 힘주지 않고도 1m 30cm 정도 깊이까지 막힘없이 기구가 들어가기도 하는데 그 정도 깊이로 들어가니까 뻘이나 다름 없었다. 공사 직원이 옆에서 꼼꼼히 지켜보고 있었지만 맘만 먹으면 더 깊은 흙을 퍼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공사 안전진단본부 관계자는 “시료 채취 현장에 염도 측정을 의뢰한 사업자나, 인근 마을 주민 등이 대부분 현장에 입회하기 때문에 우려하는 그런 일들은 절대 일어날 수가 없다. 또 시료 채취는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분명히 공사와 태양광 사업 간에는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다”면서 “염해 간척지에 태양광 발전 사업이 가능해지면서, 염도 측정을 민간에 개방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최대한 객관적으로 토양 염도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공사에서는 ‘문지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공사에 따르면 토양 시료 측정 전 직원들에게 논갈이 여부를 확인하고 깊이갈이를 한 경우엔 이를 고려해 시료를 측정토록 하고 있으며, 업무에 새롭게 투입되는 직원에겐 이론과 실무 교육을 제공한다.

하지만 해당 지역 태양광 반대 대책위원회 실무자는 “토양 염도를 언제, 어디서 측정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그냥 업자들이 맘 놓고 태양광 사업하게 공사에서 염도 측정 작업해주는 것밖에 안 된다. 심지어 시료 채취에 동참한 마을 주민은 태양광 하겠다고 업자랑 임대차 계약까지 한 사람들이었다”라며 “죄 있는 재판장이 자기 재판에서 판사봉 두드리고 앉아있는 거다. 형평성에 어긋날뿐더러 솔직히 관리·감독하는 사람 하나 없는 마당에 무슨 짓을 벌이는지 대체 누가 알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염해 간척지에 태양광 발전이 허용된 후 60cm 깊이의 심토를 염해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부터가 잘못됐단 문제를 제기해온 농민들은 단 한 번의 염해 없이 농사를 짓던 곳이라도 60cm 깊이 흙을 파내면 염도가 나올 수밖에 없단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용수를 계속 순환하는 간척지 벼 재배 방식의 특성상 심토의 토양 염도는 벼 생산량이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뿐더러, 대개 60cm 깊이까지 작물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농민들은 그간의 경험에 비춰 “지금 막 간척한 농지라도 담수만 꾸준하게 공급되면 염해 걱정 전혀 없이 농사지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염해 판단에 대한 기준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또 현장 인력 고용 등에도 더 신경써서 공정한 염도 측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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