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풍력·태양광 분쟁지역 현장점검, 시작부터 ‘삐끗’?

첫 순서였던 ‘완도군’, 반대위 기자회견 잡히자 일정 시작 1시간 전 돌연 취소

사실상 참여 거부 표명한 일부 지자체선 그저 ‘의견 청취’에 불과했단 평가

사업주·주민대표·지자체 간 ‘논의의 장’ 마련했단 성과에 추후 논의 약속도

  • 입력 2021.07.18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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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전라남도 내 풍력·태양광 분쟁지역 현장점검이 예정됐던 지난 12일 전남 완도군 약산면사무소 앞에 모인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점검 한 시간 전 일방적으로 일정을 취소한 군청을 규탄하며 태양광 사업 취소를 비롯한 전라남도 차원의 특별 행정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라남도 내 풍력·태양광 분쟁지역 현장점검이 예정됐던 지난 12일 전남 완도군 약산면사무소 앞에 모인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점검 한 시간 전 일방적으로 일정을 취소한 군청을 규탄하며 태양광 사업 취소를 비롯한 전라남도 차원의 특별 행정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라남도(지사 김영록) 내 풍력·태양광 분쟁지역 현장점검이 지난 12일 다소 미진하게나마 시작됐다. 현장점검은 그간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 연대회의(공동대표 손용권·이갑성, 전남 연대회의)가 치러낸 투쟁들의 성과 중 하나로 꼽히며, 전남 연대회의와 전라남도가 기초조사 이후 분쟁지역으로 꼽은 9개 시·군 지방자치단체를 직접 방문해 갈등 상황을 파악하고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다.

당초 계획으론 12일 완도군을 시작으로 해남군, 무안군 대상의 현장점검이 이뤄졌어야 하나, 해남군은 지난 5~7일 호우로 인한 피해복구가 최우선이란 판단 아래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완도군의 경우 약산면 태양광 반대 청년투쟁위원회(위원장 이도승, 투쟁위)가 현장점검 전 기획한 기자회견 및 완도군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을 이유로 점검 시작을 채 1시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돌연 취소돼 논란을 불렀다. 이날 완도군청의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로 현장점검 일정 자체가 취소되자 투쟁위 관계자와 약산면 주민들의 큰 공분을 샀으며, 투쟁위는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행정을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도승 위원장은 “완도군청이 벌인 상식 밖의 일에 말이 안 나온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연접해 있지도 않은 금일읍에서 발생했는데, 현장점검 전 투쟁위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하니 코로나19를 좋은 구실 삼아 군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취소한 듯하다”라며 “이번 현장점검은 전남 연대회의와 함께 투쟁하며 힘들게 얻어낸 기회인데, 완도군청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주민들의 의견을 잘못 전달한 것도 모자라 군민이 직접 마련한 점검 자체를 무산시켜 버렸다”고 비판했다.

임효상 투쟁위 사무국장 또한 “지장까지 찍은 주민들의 태양광 사업 반대 의견서를 군 마음대로 날조한 가운데, 완도군청은 반대 투쟁위의 현장점검 전 기자회견 개최를 제지하고 군청만을 옹호하는 단체 대표를 현장점검 참석자로 지정하는 웃지 못한 상황을 연출한 바 있다. 거기다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전라남도 차원의 점검을 일방적으로, 그것도 점검 직전에 취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투쟁위는 문서 위조 및 금권 매수 등을 통한 약산면 관산리·우두리 일원의 발전사업 불법 인가 의혹 및 왜곡된 주민 수용성을 담아 의견서로 제출한 완도군 행정을 규탄했으며, 사업 취소를 비롯한 전라남도 차원의 특별 행정감사를 촉구했다.

같은 날 오후 4시에 예정대로 이뤄진 무안군의 현장점검 또한 전남 연대회의나 지역 반대 대책위원회의 기대에 마땅히 부응하지는 못한 걸로 보여진다. 자리에 참석한 시공사 관계자 단 두 명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곧장 자리를 떠났으며 군청 관계자는 ‘원칙’만을 운운하며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반대 대책위원회 측에서 불합리하고 합법적이지 못한 허가 절차상의 일부 문제점을 서류로 정리해 준비했음에도 사실상 현장점검이 ‘민원 의견 수렴’에 그쳤다고 평가했는데, 전남도청 관계자들은 점검 일정이 끝난 직후 풍력·태양광 예정부지를 돌아보며 주민들과 소통한 뒤 향후 시공사 관계자가 아닌 사업주를 포함해 다시금 논의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튿날 치러진 고흥군·순천시의 현장점검은 전날보다 다소 나아졌단 평이다. 물론 같은날 예정됐던 장흥군의 경우 지자체 행정에서 사실상 불참 의사를 나타내 일정 자체가 확정되지 않았고 장흥군 내 갈등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샀지만, 고흥군에서는 풍력·태양광 사업 관계자 5명과 도청·지자체 관계자 6명, 반대 주민대표 3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로의 입장 차를 다소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순천시 또한 향후 풍력 발전 사업 이격거리 조례 개정 경과를 살펴보는 동시에 산지 등 태양광 발전사업 인가 및 개발행위 허가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는지 지자체 차원에서 서류 검토를 추진하고, 대책위원회와 논의의 자리를 다시금 마련하기로 결론 냈다.

이틀간 현장점검에 나선 전라남도청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경우 일정대로 점검이 이뤄지진 못했지만, 반대 측 주민대표와 사업주 등이 한 데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라며 “일회성 점검에 그치지 않고 향후 논의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인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해 법·제도 자체에 모순이 있다면 중앙에 건의해서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반면 전라남도청과 전남 연대회의는 13일 현재 기준 영광군과 화순군, 나주시 현장점검만을 앞두고 있다. 관련해 손용권 전남 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지자체 만행으로 일부 지역 일정이 취소되기도 했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전라남도와 분쟁지역 주민 간 만남의 자리가 마련될 거라 믿는다”면서 “기후위기와 식량위기가 동시에 닥친 상황에서 농지에 풍력·태양광을 설치할 게 아니라 공장·주택 지붕, 도로 위부터 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남 내 분쟁지역 사업을 당장 멈추고 도 차원의 현장점검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시하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전라남도 내 풍력·태양광 분쟁지역 현장점검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 12일 전남 무안군청 회의실에서 지역 주민들과 군청 및 도청 관계자와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라남도 내 풍력·태양광 분쟁지역 현장점검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 12일 전남 무안군청 회의실에서 지역 주민들과 군청 및 도청 관계자와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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