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조례 ‘맘대로’ 바꾼 화순군의회, 주민 발의안은 ‘모르쇠’

전남 화순군풍력대책위, 군의회 앞서 삭발 및 무기한 천막 농성 돌입 선포

“무능력 무책임 주민 무시하는 군의회·의원 필요없다” 해산·제명 촉구

  • 입력 2021.09.05 18:00
  • 수정 2021.09.05 21:37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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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31일 전남 화순군 화순읍 화순군의회 앞에서 ‘주민동의 없는 풍력발전 저지 화순군대책위' 주최로 열린 주민 발의 조례 개정안 처리 촉구 삭발 투쟁 및 무기한 농성 돌입 선포 집회에서 박세진 동복면 풍력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삭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1일 전남 화순군 화순읍 화순군의회 앞에서 ‘주민동의 없는 풍력발전 저지 화순군대책위' 주최로 열린 주민 발의 조례 개정안 처리 촉구 삭발 투쟁 및 무기한 농성 돌입 선포 집회에서 박세진 동복면 풍력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삭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무능력! 무책임! 주민 무시! 화순군의원들은 사퇴하라! 군의회도 해산하라!”

9월 1일 화순군의회(의장 최기천) 임시회가 개회하기 하루 전인 8월의 마지막날,  동복면 주민 등으로 구성된 ‘주민동의 없는 풍력발전 저지 화순군대책위(상임대표 김길열, 화순군대책위)’는 반년이 훌쩍 넘도록 주민 의견을 묵살하고 있는 군의회 앞에서 주민 발의 조례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삭발 투쟁 및 무기한 농성을 선포했다. 지난 3월 15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내용으로 화순군민대회를 연 지 약 5개월하고도 보름만이다.

화순군대책위에 따르면 화순군의회는 2019년 8월 화순군 도시계획조례에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에 대한 조항을 신설한 뒤 2020년 6월 및 9월 거센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번에 걸쳐 이격거리 관련 조례를 ‘일사천리’로 개정했다. 그 결과 화순군 내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는 △10호 이상 취락지역으로부터 1,200m 이내 △10호 미만 취락지역으로부터 800m 이내 수준으로 대폭 완화됐다. 이에 화순군대책위는 지난 1월 5일 주민 3,347명의 서명을 받아 이격거리 원상회복을 위한 화순군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주민 발의한 바 있다.

지난달 31일 군의회 앞 삭발 투쟁 및 무기한 농성 선포 대회 진행을 맡은 정학철 화순군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와 지난 겨울 추운 날씨에도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1월 주민 발의 조례 개정안을 화순군에 제출했다. 군의회는 그간 ‘3월에 처리하겠다’, 3월 지나서는 ‘5월에 원 포인트로 논의하겠다’, 5월 지나서는 ‘6월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 답했지만 6월이 지나고 9월이 다 될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 자리를 만들게 됐고,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3주 남짓 앞둔 시점임에도 어쩔 수 없이 삭발을 하고 조상님을 봬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렇게 된 이상 승리할 때까지 의회 앞 아스팔트를 지킬 것이고, 무조건 승리해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에선 김길열 상임대표를 비롯해 동복면 가수리에 거주 중인 김순경 화순군대책위 회원, 정학철 화순군대책위 집행위원장 및 박세진 동복면 풍력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등이 삭발에 나섰다. 이들은 삭발 투쟁을 진행하며 주민 발의 조례 개정안이 군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농성을 지속할 것을 강력히 결의했다.

가장 먼저 삭발에 나선 김길열 상임대표는 앞서 대회사를 통해 “집회를 할 때마다 이번이 끝일 거라 생각했지만 벌써 세번째다. 삼세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야무지게 투쟁해보겠다”라면서 “주민 발의 조례 개정안은 싸그리 무시하면서도 지금 저(의회) 안에 있는 자들은 다가올 지방선거 군의원이며 도의원 나올 타령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긴 투쟁이 될 것 같다. 포기하지 않을 테니 끝까지 많은 협조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박세진 동복면 대책위 공동대표는 “이선 의원은 지난해 6월과 9월 사업자 요구대로 조례 개정안을 두 번이나 발의하고 주민들을 보상만 요구하는 협잡꾼으로 몰아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했고, 정명조 의원은 풍력발전시설 예정지역 마을 이장들에게 주민 회유용 돈봉투 100만원을 돌린 혐의로 지난해 9월 24일 검찰에 고발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것이 현재 화순군의회 의원들의 작태다”라며 “우리 주민들은 주권을 되찾기 위해 화순군민의 이름으로 이선·정명조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시킴이 마땅하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연대발언으로 힘을 싣기 위해 손용권·이갑성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연대회의 공동대표 등도 대회에 참석했다. 손용권 공동대표는 “풍력과 태양광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 있는 풍력·태양광을 반대하는 거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규제를 완화해 원하는 곳 어디에든 풍력·태양광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할 수 있게 하겠다는데 주민들의 권익과 건강, 임차농의 생존권을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이격거리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고, 이갑성 공동대표(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는 “화순군이 주민들을 위해 만든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를 주민 의견대로 더 넓히지는 못할망정 10호 이상 700m, 10호 미만 500m로 발의하는 군의회 의원들은 도대체 누구 의견을 듣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업자만을 위해 일하는 군의원은 주민들을 위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규탄했다.

한편 이날 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풍력발전시설이 예정된 동복면에서 참석한 70~80대의 여성 주민들은 “아이고 분해! 분해서 못살겠다!”, “거기 시원한 건물 안에서만 있지 말고 여기 내려와 주민 얘기 들어라!”라며 군의회를 향한 호통을 멈추지 않았다. 화순군대책위는 8월 31일부터 군의회가 조례 발의안을 처리할 때까지 농성장을 지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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