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정책 논의, 드디어 첫발 뗐다

지난 20일 산자부·농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지역주민, 환경단체 모여 토론

논의 출발점이란 의미 컸지만, 정부 탁상공론에 지역주민들 비난 쏟아져

  • 입력 2021.12.21 20:44
  • 수정 2021.12.21 23:2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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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빌딩 위스스페이스에서 열린 ‘올바른 농어촌 지역 재생에너지 정책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빌딩 위스스페이스에서 열린 ‘올바른 농어촌 지역 재생에너지 정책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등에 업은 무분별한 발전·송전시설 난개발로 전국 농산어촌이 시름 중인 가운데 드디어 정부 관계부처와 갈등지역 주민, 환경단체 관계자 등이 한 데 모여 농어촌지역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간 수차례 일정이 연기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및 농림축산식품부 담당관, 환경단체 및 농민단체 실무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으로 분쟁 중인 지역 주민들은 마침내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에 모여 정부 정책과 현장 상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가장 먼저 발제에 나선 문양택 산자부 재생에너지보급과장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지난 5년간 꾸준히 추진했고, 2018년 전체 발전량의 3.6%를 차지하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20년 5.3%로 처음 5%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다”라고 운을 뗀 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부 4대 전략 및 14개 과제의 기본방향은 혁신 기술개발 및 관련 분야 투자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 실현 및 에너지 산업 일자리 창출, 그리고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의 안정적 에너지 수급 및 에너지 안보 조화 추구다. 또 정부는 소외계층이 없도록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문 과장이 전한 정부 정책은 △범부처 입지·인허가 애로해결 체계 구축 및 풍력 전주기 원스톱 지원체계 마련 등을 통한 재생에너지 확산 △전력 다소비 사업자에 대한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 부과 및 관련 시장·제도 개선을 통한 분산에너지 시스템 전환 촉진 △에너지효율 혁신 및 소비행태 개선 등이 주요하다.

정학철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국 연대회의 준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기후위기가 왜 현실로 닥쳤는지 그 원인에 대한 논의는 쏙 빠진 채 풍력·태양광 보급 가속화에만 집중돼 있고, 급하니까 일단 크게 만들고 보겠다는 건지 대규모 프로젝트에만 매몰돼 기후위기 주범인 기업들 돈벌이 수단만 만들어주고 있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정책이다 보니 재생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탈법, 위법, 편법 등이 벌어지고 생태계와 공동체 파괴도 죄의식 없이 그저 정당화되고 있다”라며 “수용성이라는 단어만 봐도 알 수 있듯 주민은 그저 수용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겨지고 주권은 완전 무시되고 있다. 인허가 혁신을 하겠다는 정부는 풍력 원스톱샵 도입에 이어 최근 이격거리 표준안을 준비 중인데 해당 논의에 업자들 말고 지역현장을 대변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 지금 분산에너지 전환 시스템을 만들겠다 하는데, 에너지는 이동거리가 짧을수록 효율적인 만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먼저 생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햇빛두레 발전소의 경우 전국 10개 마을을 선정하겠다는 계획인데 그건 일부 국한된 특혜에 불과하고 규모화를 정 하려거든 500만평 간척지에 태양광 패널 깔 게 아니라 마을태양광 시범사업을 1,000개소로 늘려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에너지를 신안보라고 표현했듯 에너지를 더이상 민간에 맡겨선 안 된다. 지역사회별로 에너지를 자립할 수 있게 전기요금 차등을 비롯해 지원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또 분쟁 해결을 위한 사회적 연대기구를 조성해 주민과 함께한다면 오히려 2030년 탄소중립 목표 초과달성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빌딩 위스스페이스에서 열린 ‘올바른 농어촌 지역 재생에너지 정책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빌딩 위스스페이스에서 열린 ‘올바른 농어촌 지역 재생에너지 정책 토론회’에서 정학철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국 연대회의 준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후 본격적인 토론에서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지태양광 문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국회에서 연이어 발의된 영농형태양광 지원법안에 초점을 맞춘 이 위원장은 “전환의 시대에 탄소중립이라는 목적과 관계없이 농민들은 그저 돈만 벌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국회의원 대부분이 관련 법안을 낼 때 태양광 수익을 나누겠다는 것에만 방점을 두고 있다. 최근엔 절대농지가 아닌 비진흥지역에 영농형태양광으로 이익을 보면 좋지 않냐, 최근 몇 년간 농사지었던 방식으로 영농을 계속하게끔 전제조건을 달면 되지 않겠냐고 주장하는데 진흥지역보다 비진흥지역을 소유하는 부재지주 비율이 더 높은 데다 여러 영향을 받는 특성상 몇 년간 같은 농사를 지속할 수도 없고, 올해 초 LH사태를 통해 분명히 드러났듯 투기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경을 꾸며낼 수 있다”며 “값싼 농지에 대규모로 투자해 이윤을 추구하려는 애초 문재인정부 정책 설계 자체가 문제다.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지 않고도 주택 마당이나 창고 지붕, 건물 옥상 등 유휴공간을 활용해 마을 주민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만큼 충분히 생산하게 100kW 마을자립형 태양광 발전소를 늘리는 게 구체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송재원 농식품부 농촌재생에너지팀장은 “농촌 난개발을 최소화하면서 농촌 공간계획과 조화되는 형태로 농촌 태양광이 확대될 수 있게 지속적으로 신경쓰겠다”고 말했고, 김정진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석탄화력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당진과 그렇지 않은 서울의 전기 요금체계가 똑같다. 중간에 발생하는 손실비용과 송전탑·송전선로 건설·유지비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지역 전력 자립도에 따라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고, 농촌 말고 도시, 산업 분야 모두 ‘할 수 있는 건 같이 하자’는 인식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병성 초록생명평화연구소장은 문재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에 견줘 문정부 들어 생태계 훼손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고 지적했는데, 수문 개방으로 빠르게 회복하는 수생태계와 달리 산림생태계의 경우 한 번 훼손될 경우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밖에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의사 결정을 하기에 앞서 농민과 농촌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데 깊이 공감했고, 국가 소유 간척지 중 농업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려운 농지를 공모한 뒤 주민 의견을 반영한 영농계획과 이익공유계획을 필수화해 영농형태양광에 우선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농촌이 가진 불평등과 농지잠식 등의 고질적 문제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 현재 약 17GW 규모의 태양광과 1.6GW 풍력을 세우는데도 이 정도 갈등이 유발되는데, 정부 정책과 사업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400GW, 500GW 발전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공공주도 입지발굴과 지역 현장에 기반한 정책 수립, 갈등 해결 조직 체계 마련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편 토론회 말미에는 재생에너지로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날 선 질문이 정부 관계자에게 쏟아졌다. 발제에서 언급된 정부의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 최근 공공연하게 대두된 풍력발전 이격거리 정부안(주거지역으로부터 1km, 도로·공공시설로부터 500m)에 대한 질타가 주를 이뤘는데, 이에 대해 문양택 과장은 “에너지 사용 취약계층에게 그간 바우처를 지원했는데, 탄소중립 사회로 가다 보면 그러한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얇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취약계층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풍력발전 이격거리 정부 표준안에 대해선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관련 부서에 전달하겠다”고 답해 재생에너지 난립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지역주민들의 공분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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