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내 13개 시·군, 39개 읍·면이 풍력·태양광 갈등지역”

‘농어촌파괴형’ 신재생에너지 문제점과 대안 마련 모색 토론회 열려
“도민들 울부짖는데 김영록 도지사 어디서 뭐하고 있나” 비판 잇따라

  • 입력 2021.03.04 19:58
  • 수정 2021.03.07 18:3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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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4일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 연대회의 주최로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문제점과 올바른 신재생에너지를 위한 전남도민 토론회’가 전남도의회 초의실에서 열렸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제공
지난 4일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 연대회의 주최로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문제점과 올바른 신재생에너지를 위한 전남도민 토론회’가 전남도의회 초의실에서 열렸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제공

“저는 그냥 산골 마을 주민이에요. 근데 어느 날 우리 마을에 태양광 업자들이 들어왔고 도로도 없는 곳에 말뚝을 박아 태양광을 설치하기 시작했어요. 알아보니 2018년 4월 24일 업체는 발전사업을 신청했고, 그보다 앞선 4월 19일에 허가가 났더라구요. 결과적으로 마을은 파괴됐고 같이 살던 이웃을 잃기까지 했어요. 행정도 우리 편이 아니더라구요. 제발 누구든 우리 주민들 말 좀 들어주면 좋겠어요.”

지난 4일 전남도의회 초의실에 도민들이 모였다. 이날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문제점과 올바른 신재생에너지를 위한 전남도민 토론회’에 참석한 화순·완도·영암·장흥군 등의 농어촌 주민들은 마을 공동체와 생태계 파괴를 일삼는 현장 사례를 전하며 절절한 감정을 토해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 연대회의(공동대표 손용권·이갑성, 전남 연대회의)’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남도 내 풍력·태양광 사업으로 갈등을 겪는 지역은 전체 13개 시·군 39개 읍·면에 달한다. 사업 단위별로 따지자면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산지·해상 풍력과 간척지·농지·산지 태양광 문제에 대한 지역 현안 사례를 발표한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주민 동의 없는 발전·개발행위 허가 △자본세력·사업자 편에서 주민 주권을 무시하는 지자체 행정 △법 개정 및 정책 수립·이행을 통한 몰아붙이기식 사업 강행 등을 문제로 꼽았다.

간척지 태양광 문제를 겪고 있는 완도군 약산면에선 반대 대책위원회가 약산면민 2,169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이를 군에 제출했음에도 완도군청이 기업체 손을 들어 갈등이 심화된 상황이다. 대학생·군인 등 부재자 400명을 제외하고 면민의 93%가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음에도 1차 심의 때와 달리 군청 관계자가 주민 수용성에 대한 의견을 2차 심의 때 뒤집어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해 문제가 됐다.

아울러 산지 풍력 개발 문제를 겪고 있는 화순군 동복면의 경우 2018년부터 대책위 활동을 전개했으나, 지난해 9월 군의원이 풍력 발전시설 이격거리를 축소하는 조례를 발의·통과시켜 논란이 확대된 사례다.

지난해 10월부터 화순군 전체로 규모를 확대해 운영 중인 ‘주민 동의없는 풍력발전 저지 화순군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토론회에 참석해 “화순군의회 모 의원은 ‘풍력 발전은 세계 인류를 위한 사업이고 정부 정책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 막는 주민들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 조례를 바꿔 사업자들이 풍력 발전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것이 국가 발전을 위한 일이다’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게 내뱉는 실정이다”라며 “이격거리가 완화되자 10개 이상의 업체가 지금 풍력 발전 허가를 받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화순군 모든 주민들은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또한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사무국장은 현재 국회에 입법 발의된 ‘농지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금 태양광에는 여야가 없다. 투기세력, 재벌, 태양광 마피아들이 뒤에서 전부 조종하는 꼴이다. 절대적으로 농사만 지어야 하는 땅이 절대농진데 지금 전남 출신 김승남 국회의원은 본인이 기업들 앞에 서서 농민 소득을 핑계대며 20년 동안 절대농지에 태양광 설치를 가능케 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라며 “지난 2018년 염해 간척지에 태양광 설치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된 후 2년도 채 안 돼 전국 간척지가 태양광에 뒤덮이고 있는 만큼 속도가 엄청나다. 지난해 만들어진 농촌태양광 기본방향 추진과제는 영농형태양광 계획을 농업진흥구역 밖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1년 새 농업진흥구역 안까지 치고 들어온 것이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덧붙여 강 사무국장은 “지금 농촌에선 대다수 농지가 외지 사람들 소유기 때문에 농민들이 가진 농지가 ‘알박기’란 얘기까지 돈다. 업체들이 농지를 구하기 위해 5배, 6배가 넘는 임차료를 들이밀며 10년치를 한꺼번에 주겠다고도 한다”라며 “위기의식을 갖고 농지법 개정안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의 사례 발표 이후 박형대 전남 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전남 연대회의에선 신재생에너지와 탈원전·탈석탄에 반대하는 게 아니며 ‘농촌파괴형’ 신재생에너지를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못 박은 뒤 현행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가진 문제점과 향후 개발 방향에 대한 전남 연대회의의 입장을 전했다.

전남 연대회의는 △에너지 주권 확립 △지역사회 에너지 자립 실현 △생태계 및 공동체 행복 실현 △민영화 저지·공용화 도입 차원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현재 도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모든 지역의 사업 중단과 함께 주민-사업자-공공기관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기초자치단체·광역자치단체·중앙정부 단위로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관한 종합 계획을 기초·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수립하고 주민 주권 법제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참석자들의 열띤 의지로 예상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이나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대통령과 그린뉴딜을 앞세워 기업들을 유치하고 사진찍는데만 열중할 게 아니라 도 차원의 에너지 자립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남 연대회의는 토론회를 통해 갈등지역 공사 중단 및 협의기구 구성·논의, 도지사와의 공개 토론석상 마련 등을 전남도에 제안했으며, 오는 12일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청와대 및 더불어민주당사 앞 기자회견, 항의방문을 진행한 뒤 지역 투쟁에 힘을 실어 사업 중단을 이끌어내겠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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