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개정안, 절대농지 내 태양광 빗장 풀다

지난 27일 전남 장흥서 ‘태양광-농지법 개정’ 관련 토론회 개최
전남 농민들, 태양광 위한 농지법 개정에 ‘반대’ 입장 거듭 표명
김승남 의원 “농민이 태양광 ‘주체’돼야” … 팽팽한 입장 차 확인

  • 입력 2021.01.29 10:00
  • 수정 2021.01.29 13:04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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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27일 전남 장흥군 장흥군농민회 사무실에서 열린 ‘농지 태양광발전 허용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7일 전남 장흥군 장흥군농민회 사무실에서 열린 ‘농지 태양광발전 허용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김승남 의원은 농민들의 소득 증진을 위해 절대농지(농업진흥구역)에까지 태양광을 허용하겠다고 하지만, 농업소득은 ‘농민수당’과 ‘기초농산물최저가격보장제’ 등으로 보장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은 농촌에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태양광을 막아내야지 농민을 설득하고 농촌에 이를 받아들이도록 앞장서선 안 된다.”

최근 농업계의 큰 화두로 자리 잡은 농지법 개정안과 관련해 농민들의 쓴소리가 잇따랐다. 지난 27일 전남 장흥에서 열린 ‘농지 태양광발전 허용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통해서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지난 11일과 26일 농업진흥구역 내 태양광 설치 허용에 대한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이날 토론회는 김 의원의 지역구 농민회 요청으로 마련됐다. 고흥·보성·장흥·강진군농민회장과 회원 일부가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에선 박형대 장흥군농민회 부회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첨예한 입장 차가 좁혀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채 지속됐다.

이날 박형대 부회장은 “지난 11일 김승남 의원께서 발의한 농지법 개정안엔 영농형태양광이 등장하지만, 26일 폐기 후 새로 발의한 개정안엔 ‘농지의 복합이용’이란 단어가 쓰였다. 표현의 방식만 달라졌을 뿐 농업진흥구역에 태양광을 설치한다는 내용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농민들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다만 식량주권을 위해 지켜왔던 농업진흥구역에까지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농지법 개정안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기에 개정안을 발의한 김승남 의원과 기본적인 공감대 확인 차원에서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부회장은 “혼돈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농민들은 그럴듯하게 이름 붙인 영농형태양광 대신 태양광이 설치될 위치에 근거해 농지태양광이란 용어를 사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농민’이 주체적으로 하자”

토론회 첫 발언에 나선 김승남 의원은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이유와 그간 농민들이 우려를 나타냈던 △농지 투기 심화 △임차농 피해 △농지 훼손 △농촌공동체 파괴 등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이번 개정법안 발의는 오로지 농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아끼고 아껴놓았던 절대농지에 조심스럽게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 발전까지 할 수 있도록 그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는 농민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 자리를 통해 마련하려 한다”면서 “신재생에너지 전환과 함께 많은 산림이 훼손되고 무분별한 외부 자본의 농촌 유입으로 발생하는 갈등 등의 문제는 물론 세밀히 설계를 하지 않은 정부의 잘못이다. 하지만 정부가 필요로 하는 10GW 태양광 설비를 위해선 3,900만평 정도의 땅이 필요하고, 대세인 신재생에너지를 따르지 않은 채 농민이 계속 객체로 남아 있다면 농토가 훼손될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의원은 “금융은 농협, 설비 설치·관리는 농어촌공사가 담당하면 된다. 발전량 늘이기에만 급급한 산업통상자원부 대신 농업계가 직접 나서 설계만 잘하면 농지를 있는 형태 그대로 유지하면서 농민이 주체적으로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다”며 “농민들이 우려하는 농지훼손과 식량주권 문제는 태양광 설치 후 20% 이상 수확량 감소 시 허가 취소나 원상회복 명령 등의 규제를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에 넣으면 된다. 임차농민 문제는 임대갱신 권한을 농민이 갖도록 하는 등 임대 계약제도 자체를 강화하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미 농업보호구역 내 본인 소유 농지에 99kW 규모 영농형태양광을 직접 설치한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은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밝히며 “지금 농지에 설치되고 있는 태양광은 전부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서 진행돼 농지가 훼손되고 농지가 없어지는 문제가 있지만 영농형태양광은 농지를 원상태로 복원하는 데 더 용이하기 때문에 오히려 농지 보전 차원에서 효과가 있다. 또 논에서 농사로 제대로 된 소득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농업인들이 농지를 팔거나 형질을 변경해 농지가 없어지는 것인데 농업인들이 직접 정부 금융 지원 등을 받아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하면 농사와 태양광을 병행해 농업소득을 높일 수 있고 농지도 지킬 수 있다”고 김 의원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그럴거면 국회 앞마당에 설치해라”

이우규 강진군농민회 도암면지회 사무장이 농업진흥지역 내 태양광 설치를 허용해선 안된다는 내용의 토론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우규 강진군농민회 도암면지회 사무장이 농업진흥지역 내 태양광 설치를 허용해선 안된다는 내용의 토론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우규 강진군농민회 도암면지회 사무장은 “관련 법안 제·개정을 전제로 농촌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일부 태양광 발전업자들이 영농형태양광 설치에 대한 주민 동의서를 받아내고 있다. 평당 2,400원의 임대차 계약서까지 나돌고 있는데, 강진의 경우 한 마지기 200평의 평균 임차료가 21만원이나 평당 2,400원인 태양광 임차료는 200평 기준 48만원에 달한다”라며 “임차농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임차료를 두 배 이상 더 준다는데 어떤 부재지주가 농민과 계약을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덧붙여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맞춘 것이기도 하겠지만 이번 김승남 의원의 농지법 개정안은 농지를 농산물 생산 측면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이익창출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이는 결국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훼손하게 될 것이며 농업과 관계없는 수익사업인 태양광 합법화를 규정하는 건 농지법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임야 태양광 설치 기준이 강화되며 발전업자들을 중심으로 농업진흥구역에 태양광 설치를 허용해야 한단 주장이 있었던 만큼 해당 농지법 개정은 결국 발전업자들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 김승남 의원이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에 규제조항을 만들겠다하는데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대통령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만드는 것이지 국회의원과 농민들은 이에 관여할 수 없다. 농지법의 취지는 농토를 보전하는 데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전기는 농촌보다 도시에서 더 많이 쓴다. 그렇게 좋다면 광화문 앞에도 설치하고 국회 앞마당에도 설치해라”라면서 “주변에 높은 건물도 없고 경지정리까지 잘 돼 있으니 농촌에 설치하려는 것 아니냐. 마구잡이로 하고 싶은데 법이 이를 막고 있으니 ‘영농’ 붙이고 그것도 안 되니 ‘농지의 복합이용’이란 걸 또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소한 농민에게서 농사짓는 땅은 뺏으면 안 되는 거다. 농지법 개정안은 FTA 10배보다 더한 폭탄이 될 거다”고 말했다.

“‘태양광' 말고 ‘현안'에 관심 가져라”

한편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를 시청한 농민들은 ‘절대농지를 재산증식 수단으로 인식하는 농해수위 소속 국회의원의 태도가 의아하다’, ‘개정안은 가짜 농민을 양산하고 부재지주에게 유리한 법일 뿐이다’, ‘현재는 개발행위허가 권한이 지자체장에게 있어 지역 주민 동의를 거쳐야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데 개정안 통과 시엔 인허가 절차 없이도 설비 설치를 농지에 할 수 있어 큰 문제다’라는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토론회 장내 농민들은 “전남에선 지난해부터 쌀 재해지원금 지급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도청과 군청 앞에서 지속하고 있다. 진정 농업을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는 태양광을 들먹일 게 아니라 농업재해보상법 제정 등 실제 농민들이 요구하는 법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농촌 국회의원이라면 농지법을 개정하기에 앞서 지금의 에너지 관련 법을 먼저 보완해 농업을 지키기 위한 고민을 선행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또한 농민들은 “농지의 70%는 모 장관 또는 모 국회의원 것이고 서울의 모 교수 소유다. 땅 한 줌 없는 농민은 언제 임차받은 땅을 뺏길지 불안한 실정에 처해있는 만큼 농지법과 농지 임대차 제도부터 신중하게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승남 의원은 “이상기후가 발생하며 농업·농촌에도 영향을 미치고 농민들이 이를 실제 겪고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를 객체로써 마냥 거부만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제도만 잘 만들면 농민들이 주체로서 농지도 보호하고 농업소득도 올릴 수 있겠단 취지에서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라며 “끝까지 고민하고 충분히 상의해 농민들의 의견이 100%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농민 편에 서서 스스로 법안을 취소하거나 폐기하겠다”고 답했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김동현 장흥군농민회장은 “1960년대부터 국가발전이란 명목 아래 우리 농업은 희생만 강요당했다. 농민들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탄소중립을 얘기하고 있지만 농지법 개정을 통해 농업진흥구역에까지 태양광이 들어선다면 농민은 농지를 뺏길 수밖에 없다”면서 “농지법 개정안은 농민을 죽이는 법안이다. 농민들은 농지법 개정안 폐기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힘을 모을 것이며 김승남 의원 스스로가 개정안을 폐기하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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