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정책 설계 방향부터 잘못됐다”

농특위 탄소중립 4차 현장토론회, 지난 10일 전남서 열려

생태계 파괴·지역 갈등 알면서도 방기한 정부 질타 잇따라

오직 ‘전기’에 집중된 에너지 관점부터 바꿔야 한단 의견도

  • 입력 2021.11.14 18:00
  • 수정 2021.11.14 19:3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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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0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탄소중립위원회의 4차 현장토론회가 전라남도 나주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열렸다.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지난 10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탄소중립위원회의 4차 현장토론회가 전라남도 나주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열렸다.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무분별한 농어촌파괴형 신재생에너지 건설 광풍에 몸살을 앓는 전라남도서 열린, 지난 10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탄소중립위원회의 4차 현장토론회는 문재인정부의 탄소중립 및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이 사실상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따끔한 질책에서부터 앞으로 정부가 지향해야 할 대안의 방향은 무엇인지까지 폭넓게 논의됐다.

‘전남의 에너지 전환과 농어촌의 상생 비전’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 첫 발제에 나선 박진희 (사)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의 농어촌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상생 성공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박 이사장은 “땅값이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태양광 설치 면적의 63%가 인구 적고 농지 면적 넓은 농촌에 집중되고, 태양광을 둘러싼 농촌 갈등은 몇 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풍력 또한 마찬가지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갈등의 원인은 지역 주민들이 사업에 대해 인지하는 시기가 상당히 늦고, 사업 진행 시 주민의 의견이 반영될 기회가 굉장히 제한된 구조 그 자체다”라며 “절차의 공정성도 문제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했음에도 실제 개선된 부분이 현재의 갈등 해결에 미흡한 측면도 있다. 영농형태양광이나 염해 간척지 대규모 태양광 발전의 경우 역시 임차 농민에 대한 피해를 사전에 정리하지 못해 갈등을 야기했다”고 정리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독일의 윤데마을과 펠트하임마을, 오스트리아의 무렉마을 등 바이오·재생에너지 자립 사례를 제시하며 “농어촌과 에너지가 상생하기 위해선 지역이 전환을 주도해야 하며 전환 계획의 기획과 이행 모두 마을 단위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에너지 전환의 혜택 또한 불균등하게 집중되면 안 되고, 마을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중앙 정부의 재정·정책적 지원이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태계와 공동체 파괴 없는 에너지 공영화’란 주제로 발제한 정학철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 연대회의 공동 집행위원장은 “지금 전국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산을 깎고 있는데, 화순군의 경우 육상 풍력이 최초 6MW 규모로 추진 중이다. 발전기 높이가 200m인데, 63빌딩 높이와 맞먹고 이렇게 큰 풍차를 주민들 사는 마을 뒷산에 세우는 게 과연 바람직한 모습인지 묻고 싶다”라며 “기후위기는 먼 미래가 아니고 현재에 닥친 문제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탄소중립이 중요한 데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진짜 친환경적이고 신재생에너지 전환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정학철 집행위원장은 “사실 지금 사태의 원흉은 신재생에너지를 산업화·공업화 과정에서 돈 번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만든 문재인정부에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며 돈벌이 수단까지 마련해 준 게 문재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고, 일단 대규모 프로젝트로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해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정책 방향에 힘입어 법과 조례는 주민 주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시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에너지와 먹거리는 국가 기간사업이고 에너지와 먹거리를 해결하지 못하면 나라는 존립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주권을 확립하고 당장 공영화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후 토론은 한경진 전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최영훈 지도신재생에너지 주민·군 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신안군 조례를 기반으로 지도읍 내에 설치된 주민 태양광 이익 공유 사례를 소개했고, 이덕환 농지파괴형 태양광·풍력발전소 건설반대 무안군대책위원장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곳 가까운 데서 생산해야지 왜 서울과 수도권에서 쓰는 전기를 전라도에서 만들어야 하느냐”면서 “송전선로 만드는 데도 또 갈등이 생기는데, 태양광 풍력 기업·업체 돈벌이 수단으로 그만 내주고 공영화해서 주택·건물·공장 옥상부터 태양광 깔자”고 지역 갈등을 악화시키고 지역민을 이분화시키는 풍력·태양광 사업을 성토했다.

황광민 나주시의회 의원은 “당사자인 지역 주민에게 결정 권한을 주는,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방향으로 농어촌 기후 에너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기후위기 대응은 법·제도에서부터 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의 전면적 전환이 중요한 만큼 정부의 선언적 목표에만 그쳐선 안 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기후위기 대응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게 필수 과제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이를 위해 질 높은 정보가 공유돼야 하며, 당사자 주도의 전환 모임에 정부의 공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현재의 변질된, 농어촌파괴형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토지공개념 도입 △지역단위 재생에너지 공영화 △농지법 전면개정 및 농민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공영화시켜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경수 전주기전대 융합과 교수는 “지금 에너지 전환 논의가 전부 전기 중심으로 흘러간다. 전기는 질이 높은 에너지고, 다른 에너지원을 전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흩어 없어지기 때문에 에너지원 근처에서 그 자체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하는데 지금 에너지 전환 계획 대부분은 에너지원에 대한 고민 없이 에너지원을 어떻게 전기로 바꿔 그 전기를 쓸 것인가에만 매몰돼 있다”라며 “에너지원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고질의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관점과 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지금의 재생에너지로 전기 만들고 그 전기로 에너지 전환하겠다는 정책은 구멍 숭숭 뚫린 파이프로 논물 대는 꼴이다”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덧붙여 “에너지 전환은 기존 에너지의 탄소 배출을 재생에너지로 덜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대기 중의 탄소를 없애는 방법이 아니며, 대기 중 탄소를 저감하는 유일한 방법은 농업과 산림에서의 광합성을 통한 탄소 토양 저장인 만큼 농업과 산림에 관심을 기울이면 배출을 줄이는 방식의 전환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아직도 토양은 굉장히 많은 탄소를 저장할 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농촌에 태양광을 깔 게 아니라 농업을 농업답게 하는게 훨씬 중요하다”면서 “농민을 희생시키는 지금의 에너지 전환 정책보다 농민이 농업답게,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중심을 두고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방역 지침 준수 등의 이유로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현장에 참석한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또한 “에너지 생산의 공간과 소비의 공간이 일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가 수급계획만 얘기하다 보니 농어촌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막막했는데 오늘 토론에서 막연히 알던 갈등 사례와 원인 등을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대안을 어떻게 찾을 건지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구체적인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사례를 통해 논의를 지속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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