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감소 우려되나 변전소·송전선로 기어이 짓겠다는 ‘불통 한전’

지난달 한전 본사 찾은 영암 농민들, 태양광·변전소 반대 의견서 전달

한전, 3주 지난 뒤에야 “변전소·송전선로 건설 불가피하다” 답변 회신

예정지 마을 주민들, 향후 사업설명회 불참 등 투쟁 지속·강행 의사 밝혀

  • 입력 2021.10.1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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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17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라남도 영암군 시종면 일원에서 치러진 ‘태양광·변전소 반대 결의대회’ 모습. 이날 군민들은 결의대회 이후 한전 본사를 방문해 변전소·송전선로 건설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지난달 17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라남도 영암군 시종면 일원에서 치러진 ‘태양광·변전소 반대 결의대회’ 모습. 이날 군민들은 결의대회 이후 한국전력공사 본사를 방문해 변전소·송전선로 건설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영암군 내 태양광 발전소 건설로 농지가 줄어드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나,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력 계통 접속 및 영암군 내 변전소 부하분담을 위해 송전선로 및 변전소 추가 설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성의한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 한전)의 회신에 영암군민들이 강경 투쟁 지속 의사를 내비쳤다.

최근 한전은 지난 2018년 7월 수립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영암군 시종면 일원에 154kV 규모 제2변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 입지선정위원회 착수 회의를 시작으로 다섯 번에 걸친 입지 선정 회의를 진행했으며, 후보지 현장답사도 이미 마친 상태다. 하지만 후보지로 예정된 마을 주민들은 변전소 건설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한 실정이다. 아울러 영암군농민회 등에 따르면 변전소와 함께 논의되는 19개 철탑으로 구성된 송전선로 위치선정 회의 역시 주민과 어떠한 논의 없이 강행하고 있다.

영암군민들은 지난달 17일 한전이 시종면 신학리 간척지 인근에 추진 중인 154kV 변전소 및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며, 트랙터 2대와 트럭 50여대를 이끌고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 결의대회 및 차량 시위 이후 군민들은 나주시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전 본사에 방문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해야 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으나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은 전기를 주로 소비하는 공단과 도시지역에 설치하는 게 맞다”라며 “한전은 지역 주민들에게 ‘국책사업이니 추진될 수밖에 없다’, ‘적당히 협의하자’는 식으로 몇 푼의 보상책을 내밀고 회유하며 변전소 건설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고 지역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전달했다. 해당 의견서에는 “한전이 시종면 신학리 일원에 계획 중인 변전소는 영암군 농지에 더 많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현재 영암군 내 태양광 발전 접속신청이 444MW 규모에 이르는데, 만약 변전소가 건설된다면 업자들은 부재지주에게 높은 임대료를 제시해 임차 농민의 농지를 빼앗아 태양광 발전시설을 우후죽순 설치할 게 뻔하고 결국 농촌은 더 빠른 속도로 소멸하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과 함께 변전소 설치 및 송전선로 건설 계획 철회 요구도 담겼다.

이와 함께 전동평 영암군수는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 사업을 막기 위해 행정의 모든 조치를 동원할 것을 수차례 약속한 상태다. 게다가 지난 8월 30일 영암군의회는 ‘시종면 영암변전소 건설사업 입지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이보라미 의원 대표 발의로 지난 5일 전라남도의회에서도 ‘영암군 시종면 영암 제2변전소 건설사업 철회 촉구건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그럼에도 한전은 지난 8일 회신을 통해 “2020년부터 입지선정을 착수해 절차의 투명성 및 객관성 확보를 위해 주민 및 관련 전문가들과 함게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업설명회 개최 등 주민, 지자체 등과 지속적인 소통·협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밝히며 사실상 사업 추진 강행 의지를 못박았다.

이에 입지 예정지 마을 주민들은 사업설명회 불참 등 강경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박웅 영암군농민회장은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지만 너무나도 가식적이고 형식적인 한전의 대응은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현장의 목소리나 농민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국가사업이란 이유만으로 밀어붙이는 현실이 너무 개탄스럽고 안타깝다”라며 “지금으로선 구조적 대안이 없고 사업 관련 모든 결정 권한도 지방이 아닌 중앙이 갖고 있기 때문에 각 당 캠프에 정책 개선안을 요구할 방침이며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불합리한 법과 규정, 규칙들이 전면 개편되도록 활동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탄소중립 이행목표 달성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대다수는 전남·북 등 지방에 쏠리고 있으며, 지난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한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계통 인프라 투자 집행비용은 지난 10년간 약 2조3,000억원이 소요됐다. 이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데만 매년 2,300억원이 쓰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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