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민들, 긴 투쟁 끝 풍력 이격거리 ‘원상복구’ 성과 거둬

주민 청구 발의안, 지난해 군의회서 무산됐지만

군민 뜻 이어받은 화순군 개정안, 지난 1일 가결

  • 입력 2022.12.11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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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8월 전남 화순군의회 앞에서 열린 주민 발의 조례 개정안 처리 촉구 삭발 투쟁 및 무기한 농성 돌입 선포 집회에서 박세진 동복면 풍력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삭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8월 전남 화순군의회 앞에서 열린 주민 발의 조례 개정안 처리 촉구 삭발 투쟁 및 무기한 농성 돌입 선포 집회에서 박세진 동복면 풍력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삭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촌지역 풍력·태양광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화순군의회가 지난 1일 본회의에서 화순군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지난 2020년 군의회가 대폭 완화한 풍력 이격거리가 당초 규정대로 원상복구됐으며, 이는 주민들이 앞장서 전개한 투쟁의 값진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화순군은 지난 2019년 8월 도시계획조례에 풍력발전시설의 이격거리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화순군 발의에 따라 당초 풍력발전시설은 △10호 이상 취락지역으로부터 2,000m 이내 △10호 미만 취락지역으로부터 1,500m 이내에는 입지하지 못하도록 규정됐다. 하지만 2020년 10월 13일 화순군의회가 해당 이격거리를 각각 1,200m와 800m로 대폭 완화했다.

2017년부터 동복면 풍력발전시설 설치 반대에 앞장서던 주민들은 군의회와 의원들에게 강한 비판을 쏟아내며 2020년 10월 21일 주민발의 조례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함과 동시에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그 결과 ‘주민동의 없는 풍력발전 저지 화순군대책위원회(상임대표 김길열, 화순군대책위)’는 화순군 13개 읍·면 주민 3,347명의 서명을 취합했고 지난해 1월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 원상복구를 위한 화순군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주민 발의했다.

접수 후 70일이 넘게 군청서 군의회로 조례 개정안이 넘어가지 않자 주민들은 겨울철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군민대회를 개최하며 화순군과 군의회를 향한 규탄 수위를 높여갔다. 이후 군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지 8개월이 다 되도록 군의회가 주민 발의안 처리에 나서지 않자 지난해 8월 말 화순군민들은 군의회 앞에서 삭발 투쟁과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농성이 세 달을 넘겨 지속되는 동안에도 담당 상임위원회인 산업건설위원회는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고 결국 주민 청구안은 지난해 말 자동 폐기됐다.

지난 6월 동시지방선거 이후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 원상복구를 공약으로 내건 군수가 새로 부임했다. 결과적으로 화순군은 주민 청구안을 이어받아 이격거리 원상복구를 주 내용으로 한 조례 개정안을 상정했고, 이는 지난 1일 화순군의회 제2차 정례회 제6차 본회의에서 원안 가결됐다.

임종표 화순군대책위 총무는 “마을과 주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지나온 여정이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팔순의 주민들과 한마음으로 280여일 동안 천막농성을 지속한 결과, 하나 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라며 “비록 주민 발의안은 폐기됐지만 신임 군수가 공약을 지켜 그간 군민들이 요구했던 내용을 그대로 조례 개정안에 담아낸 만큼 이번 이격거리 원상복구는 주민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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