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임차료 6배’ 주민 현혹하는 500만평 태양광

SK E&S·쏠리스, 영암 삼호·미암 절대농지에 2GW급 태양광 시동
높은 임차료·스마트팜 경작권 등 ‘당근’ 앞세워 주민 간 갈등 야기
주민 대책위 구성 … 사업 진행상황 공유하며 전체 주민 결집 예고

  • 입력 2020.11.22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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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7일 전남 영암군 미암면 곳곳에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난 17일 전남 영암군 미암면 곳곳에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최근 SK E&S와 쏠리스가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과 미암면 일원의 간척농지 약 500만평에 2GW급 대규모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겠다고 시동을 걸자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아울러 업체 측이 부지 임차를 위해 내건 조건까지 암암리에 공개되며 농지 소유주와 임차농민 간, 또 마을 주민 간의 갈등까지 야기되고 있어 문제다.

SK E&S와 쏠리스는 ‘영암 그린 뉴딜 시티’라는 이름으로 직·간접 3조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자해 태양광 발전설비 외에도 스마트팜 센터, 무화과 연구 유통 가공센터, 특수 선박 클러스터 등을 지원 예정 사업으로 내걸고 있다. 설명 자료에 따르면 사업은 주민 참여에 의한 공적기금을 조성하고 인근 마을의 도로 및 주택을 정비하는 한편 영암의 미래형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1만개 이상의 지역 일자리 창출 및 복지 영암을 구현하겠단 청사진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사업 추진이 순탄할 것만으로는 전망되지 않는 상황이다. 예정 부지가 농업진흥구역(절대농지)인 만큼 사업 부지의 90% 이상이 토양염도 5.5ds/m 이상인 염해지여야 하고, 다른 지역의 사례와 유사하게 이미 농지를 임차해 농사짓던 농민과 주민들의 반발이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전에 소규모 업체들이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던 만큼 일부 농지는 토양염도 측정 결과 ‘염해농지’임이 확인됐으나, 사업 추진을 위해선 토지 소유주 및 농민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부지를 확보하는 게 가장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업체 측에선 평당 1,000원인 통상 연간 임차료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을 내걸고 임대차 계약을 공격적으로 전개 중이다. 또 입수한 임대차 계약서에 따르면 ‘임대인은 본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주민 동의 및 기타 민원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특약이 존재해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농후한 상황이다. 이밖에도 마을 곳곳에 “11월 30일까지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스마트팜 경작권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재해 농지 소유주의 계약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미암면에선 이달 초 마을이장 전체와 면내 20개 사회단체장 전부가 참여하는 ‘간척지태양광사업 미암면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대책위원인 박웅 영암군농민회 미암면지회장에 따르면 현재 마을 주민 대부분이 대기업의 자본을 앞세운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대책위원회는 우선 전체적인 상황을 공유하고 여론을 수렴해 태양광사업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는 한편 주민들이 분열되지 않게 결집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다.

관련해 박웅 미암면지회장은 “대기업 자본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의 태양광 사업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업체 측에서 마을 상생을 꾀한다면 중장기적 발전계획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라며 “이익만을 보고 달려드는 대기업에 국민의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우량농지를 절대 넘길 수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 지회장은 또 “업체 측에서는 농지 주인 말고도 현재 농지를 임차해 농사짓는 농민들을 위해 스마트팜 무상경작권을 보장해주겠다 하는데,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본다. 농민에게 그런 특혜를 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에 이번 영암 그린 뉴딜 시티라는 사업 역시 지난 동부팜한농의 유리온실과 유사한 사례가 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접한 삼호읍에서도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돌입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심광천 삼호읍 주민대책위원장은 “이미 F1경기장을 비롯해 군사기지, 골프장 등 삼호읍 주변의 시설 대다수를 조성하며 주민 모두 자산을 빼앗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주민들 목소리를 하나로 내기 위해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삶의 터전이 사라질 위기에 있는 절박한 문제인 만큼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사업 추진에 주민들의 의사가 반드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삼호읍 주민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보라미 전남도의원은 “2GW급의 대규모 태양광을 계획한 예정부지는 간척지가 조성된 이후부터 염기를 빼고 농사짓기 위해 노력한 농민들의 땅이다. 농민들이 노력했고 농민들이 일군 땅에서 품질 좋은 쌀을 재배하는 임차농 대책조차 전무한, 농지 소유주 중심의 혜택만을 내건 태양광 사업이 과연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현재로썬 객관적으로 사업을 파악하려 해도 임차료를 6배나 주겠다는 것 외에 어떠한 것도 구체적으로 계획된 바가 없다. 이 기회에 수도권 전력 생산을 위해 언제까지 농어촌 지역 주민들이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한편 일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1일 SK E&S와 쏠리스가 주최한 주민설명회는 업체 간 의견 충돌로 약 20분만에 파행돼 사업 전반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이미 팽배해진 형국이다. 아울러 삼호읍과 미암면 주민들의 의지가 결집되고 있는 만큼 이번 대규모 태양광 사업이 어떠한 전철을 밟게 될지 그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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