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농사, 철저한 연구·검증부터 우선돼야

“매달 80만원씩 들어오면 연금보다 낫다” 자신하지만
긴 사업기간·높은 초기투자·생산성 감소 등 단점도 존재

  • 입력 2020.10.11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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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영농형태양광은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영위하는 개념에서 비롯됐다. 같은 면적에서 농사만 짓는 것과 비교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철저한 연구와 검증 없이 섣부른 기대감만 부풀렸다간 게도 우럭도 다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긴 사업기간과 막대한 초기비용 부담, 여기에 농업도 발전도 모두 생산량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업회사법인솔라팜㈜은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서 국내 최초로 영농형태양광을 도입했다. 현재 농장 3곳과 재배사에서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솔라팜㈜은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서 국내 최초로 영농형태양광을 도입했다. 현재 농장 3곳과 재배사에서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솔라팜㈜(대표이사 김창한)은 지난 2016년 4월, 국내에서 최초로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논(솔라팜 1호 농장)에 영농형태양광 장비를 설치했다. 그해 8월엔 인근 밭(솔라팜 2호 농장)에서도 영농형태양광 발전을 시작했다. 현재 솔라팜은 농장 3곳과 재배사에서 태양광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솔라팜 2호 농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평가원 사업을 받아 100㎾급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실증하는 연구단지로 마련돼 3년 동안 연구를 수행했다. 아버지인 김창한 솔라팜 대표를 따라 영농형태양광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대동(42)씨는 “올 봄에는 감자를 심었고 지난달에 가을배추를 심었다. 처음엔 생산량 차이가 있었지만 짓다보니 차이가 줄더라”면서 “그늘이 생각보다 많고 농기계 운전에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익숙해지면 농사에 큰 지장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생산성은 평년에 비해 10~15% 정도 떨어진 걸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농사를 지으며 태양광발전을 통해 매달 80만원 가량 수입이 들어오면 연금보다 낫지 않느냐”면서 “태양광발전을 하면 농지로 유지하지 못할까 걱정하는데 땅을 놀릴 농민은 없다. 농민에 한해서 추진하면 농지를 유지하며 농가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엔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회장 김지식)가 공식 출범해 본격적인 확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영농형태양광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관련정책을 입안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영농형태양광을 확산하려면 농지법을 개정해 절대농지에 대한 일시사용(20년 기한)을 허가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 조례적용에서 예외로 하는 등 제도정비가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농형태양광은 일반 태양광발전과 형식이나 내용이 확연히 달라 일단 심도깊은 연구와 검증부터 필요해 보인다.

솔라팜 2호 농장은 약 0.2㏊(600평)내외의 부지에 100㎾급 미만으로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했다. 영농형태양광은 일반 태양광과 달리 농기계가 오고갈 수 있도록 모듈을 높게 설치하고 간격도 넓게 잡아야 한다. 이에 따라 바람의 영향도 크게 받기에 기둥도 튼튼하게 고정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라 모듈을 조절하는 가변장치도 필요하다. 영농형태양광협회 관계자는 “태풍이 불면 모듈을 수평으로 고정하고 비가 내리면 수직으로 세우는 가변장치가 필수”라면서 “녹이 번지지 않도록 해 중금속 오염을 억제하고 투과형·경량형 모듈을 개발하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영농형태양광은 일반 태양광에 비해 발전 생산성이 떨어진다. 2호 농장은 태양빛을 막는 차광률을 28% 내외로 맞춰 태양광 모듈을 설계했다. 그래서 모듈 크기가 일반 태양광과 비교해 절반 크기에 불과하다.

차광률을 제한해도 농법의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 영농형태양광을 처음 설치한 논(솔라팜 1호 농장)은 2년 연속 벼 쓰러짐 피해를 입었다. 벼가 태양빛을 받으려 웃자랐기 때문이다. 품종을 바꾼 뒤엔 괜찮다가 올해엔 유례없는 태풍피해로 다시 벼가 쓰러졌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상태다.

결국, 현재로선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하려 해도 발전설비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고 표준이 될 농법도 개발되지 못한 상태다. 기대감만으로 사업에 뛰어들기보다 구체적인 연구와 검증을 통해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사업성을 평가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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