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농업 결산] 농특위 좋은농협위, ‘농협 개혁’ 추진 눈길

구체적 성과 ‘아직’ … “현장 목소리 뒷받침돼야”

  • 입력 2020.12.23 00:00
  • 수정 2020.12.23 07:1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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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11월 보령시농민단체협의회가 개최한 ‘농협 개혁 및 쌀값 보장 촉구 2차 농민대회’에서 한 농민이 ‘농민 없는 농협, 농협 개혁 앞당기자!’라는 문구가 적힌 선전물을 들고 있다. 김희봉 기자
지난 11월 보령시농민단체협의회가 개최한 ‘농협 개혁 및 쌀값 보장 촉구 2차 농민대회’에서 한 농민이 ‘농민 없는 농협, 농협 개혁 앞당기자!’라는 문구가 적힌 선전물을 들고 있다. 김희봉 기자

올해 농협 개혁은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가 그 중심에 섰다.

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는 올해 4월 미래 농협의 청사진 마련을 위한 제도 개선을 주요 사업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농협 조직구조 개혁과제’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과 함께 △농·축협 판매사업 활성화 △농협 지주회사 체제 점검 △조합원제도 개선 등을 주제로 한 공개포럼을 통해 농협 개혁 의제화에 나섰다. 더불어 도시농협 판매 활성화 방안 마련, 계통구매사업 개선 등 23개 과제를 종합한 농협중앙회 1, 2차 자체혁신안을 마련해 개선도 권고했다.

또한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등 농협 선거제도 개혁안을 올해에도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

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의 다양한 농협 개혁 시도는 여러모로 눈길을 끌었지만 문제는 현재까지 가시적으로 드러난 성과가 없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의 경우 올해 1월 치러진 회장 선거 이후가 처리의 적기였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제기한 부가의결권과 연말 국회 여야 정쟁에 발목이 잡힌 채 내년 처리를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법·제도 개선보다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농협중앙회 자체혁신안도 권고는 했지만,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진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의 미래상을 제시하겠다는 구상 아래 진행 중인 제도개선 연구용역도 내년 농특위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국회 처리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구체적 성과가 희미한 상황에서 다양한 원인이 한계로 작용했다는 게 농협 개혁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농특위에 설립 의무가 없음에도 지난해 8월 특별위원회로 좋은농협위원회를 구성한 것 자체는 농협 개혁에 있어 유의미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농민조합원이나 농민단체 등 현장에서의 농협 개혁 목소리가 미약한 가운데 그나마 농특위 차원에서 농협 개혁의 목소리를 이어갈 수 있어서다.

물론 현장에서 아예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개혁적 성향의 농협 조합장 모임 정명회 등 농협 개혁 진영이 지난 1월 치러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후보자들과 정책협약을 추진하거나 직선제 처리 등을 수차례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조직적인 연계성을 갖고 꾸준한 흐름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위원회라는 조직의 한계성이다. 좋은농협위원회도 마찬가지지만 농특위 자체가 법적인 강제성이 없다보니 의결사항에 대한 이행력이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농특위 사무국 차원의 전문성 뒷받침이 필요했지만 인적·재정적 한계가 엿보였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농협 개혁 여론이 부상하지 못했다.

더 나아가 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 농민위원들 사이에선 “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가 농협중앙회가 판매농협으로 탈바꿈하는 구체적 경로 모색보다 지리멸렬한 제도 개선에 매몰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 간사위원인 이호중 (사)농어업정책포럼 상임이사는 “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 운영에 있어 우여곡절과 여러 한계가 있지만 현재까지 정리된 과제들을 잘 마무리 지어야 농협 개혁이 한 단계 더 전진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며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이 상임이사는 우선 농협 개혁 주체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장의 목소리가 뒷받침돼야 제도 개선으로 한 걸음씩 전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최근 이정학 신임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을 선출하고 농협 개혁에 재시동을 건 상황이 주목받는 이유다.

더불어 이 상임이사는 “내년 상반기 안으로 연구용역을 통해 제시된 제도개선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중요한 과제고 그 이후엔 2022년 3월 20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들어설 차기 정부가 농협 개혁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는 지난해 8월 출범 이후 한 차례 연장해 내년 2월이면 운영기간이 종료된다. 마무리 시점을 목전에 둔 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가 농협 개혁에 있어 어떤 발자국을 남길지 향후 진로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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