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농업 결산] 자연재해, 무방비로 노출된 농민들

매년 반복·심화되는 농업재해
섬진강 수해 배상, 여전히 난망

  • 입력 2020.12.23 00: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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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섬진강댐 방류로 인한 강 범람, 제방 붕괴로 마을이 완전히 잠기는 등 막대한 수해를 입은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지난 8월 31일 한 농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축사를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섬진강댐 방류로 인한 강 범람, 제방 붕괴로 마을이 완전히 잠기는 등 막대한 수해를 입은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지난 8월 31일 한 농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축사를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들에게 2020년은 유독 잊기 힘든 한 해였다.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던 겨울 탓에 병해충 발생이 비교적 많았고, 4월엔 이상저온으로 과수나무 꽃눈 대부분이 고사하는 큰 피해를 입었으며 그치지 않는 장마에 3개의 태풍까지 겹쳐 정상적으로 수확·판매할 농작물이 눈을 씻고 찾아도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특히 4월의 이상저온은 과수 농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약관과 보상 기준이 변경된 줄도 모른 채 기한에 쫓기듯 보험에 가입한 대다수의 농민들은 냉해로 인한 피해 보상이 기존 80%에서 50%로 바뀌었다는 걸 피해 발생 이후에야 알게 됐다. 사과·배 등 과원 전체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는 물론 70% 이상의 피해를 입은 과원이 수두룩한 와중에 농민들은 생존권 보장을 위해 농식품부 앞에, 국회 앞에 모였고 보험 보상 원상회복과 특별·근본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가격이 올랐어도 팔 수 있는 정상 수확물 자체가 없다는 농민들의 한탄이 계속됐지만, 관계 기관으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한 채 한 해가 마무리돼가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세 차례의 태풍과 56일간의 최장 기간을 기록한 장마로 수도작 농민 또한 큰 피해를 입었다. 도복과 수발아, 흑수·백수 등 농민들 자체 파악으론 수확량이 평년 대비 많게는 70%까지 감소했지만, 보험사는 피해를 입은 쭉정이 벼까지 수확량으로 산정해 제대로 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재해대책법 상 농민에게 지급되는 복구비 역시 생산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지금도 농민들은 쌀 재해지원금 지급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참사 4개월 지난 지금도 가해자 없다

지난 8월 8일은 섬진강댐 유역 주민들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거침없이 밀려드는 물을 피해 목숨은 부지했지만, 키우던 소는 헤엄치다 지붕 위에 올라 생을 마감했고 무엇 하나 챙길 여유 없던 급박했던 상황에 당장의 생계부터 걱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용담댐과 합천댐 등 다른 댐 유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전남 구례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섬진강댐 방류로 섬진강과 지천인 서시천 범람, 제방 붕괴 등이 수해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 섬진강 수해참사 피해자 구례군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봉용, 구례군비대위)와 섬진강 수해극복 구례군민대책본부 등은 당시의 수해 참사가 ‘인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철저한 원인 조사와 책임자 처벌,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구례군비대위는 매주 월요일 새벽 상경길에 올라 청와대 앞에서 삭발 투쟁을 벌이며 여·야 당사와 국회 등에 책임자 처벌과 배상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수해 참사 발생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원인조사와 배상 방안 마련은 요원한 실정이다. 9월 18일 출범한 댐관리조사위원회는 피해지역 주민들의 참여 촉구를 미약하게나마 받아들여 댐하류 수해원인 조사협의회로 확대·개편됐지만 환경부는 지난 7일에서야 조사 용역 입찰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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