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농업 피해 심각했지만, 보험사는 웃었다?

농협손보 3분기 순이익 493억원, 전년대비 11배 넘게 증가
농협손보 “정책보험 손실 여전, 장기보험 판매로 실적 키워”
농민들, ‘손실 이유로 보상 줄여놓고 허탈하다’ 비판 잇따라

  • 입력 2020.12.06 18:00
  • 수정 2020.12.06 18:01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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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NH농협손해보험(대표이사 최창수, 농협손보)이 3분기 누적순이익 4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11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에 농민들은 농협손보가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과 농기계종합보험, 농업수입보장 외에도 여러 보장성보험 등을 판매 중이라고 하지만, 올해 초 극심했던 냉해와 기록적인 장마, 수차례 닥친 태풍 등에 보상 감축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은 농민의 형편과 비교해 상반되는 성과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협손보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의 영업수익은 지난해 3조4,150억원보다 약 13.9% 높은 3조8,91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32억원 대비 5배 증가한 796억원이며, 순이익 493억원은 지난해 40억원과 비교해 11배 넘게 늘었다.

농협손보 담당자는 이번 순이익 증대가 최창수 대표이사 취임 이후 이뤄진 ‘체질 개선’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농협손보 담당자는 “장기보장성보험 판매가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 원수보험료 수익이 증가했고, 지난해엔 강원도 산불과 축사 화재 등 대형 사고가 많았던 반면 올해는 사고 발생이 적어 손실이 줄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며 “농작물손해보험 등 정책보험의 이익은 여전히 높지 않은 편이다”라고 전했다.

벼 등 몇몇 작물의 보험 보장기한이 도래하지 않아 현재로선 농작물재해보험의 올해 실적을 정확히 집계할 순 없지만 농민들은 대체로 허탈하단 입장이다.

노봉주 나주 배 냉해피해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다른 상품 판매로 인한 이익이라고는 하지만, 올해 유난히 어려웠던 농민들의 상황에 견줘 배신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라며 “올해 초 농식품부와 농협손보가 과수 4종에 대한 종합보험의 착과감소 보상 수준을 80%에서 50%로 하향 조정했고, 이로 인해 농가들은 경우에 따라 90%를 뛰어넘는 피해를 입었음에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경영상 적자를 우려해 보상율을 날치기하듯 깎은 것도 모자라 보상율 원상회복에 대한 농민들의 끊임없는 요구를 외면해놓고 11배 넘는 이익을 냈다니 솔직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 집행위원장은 “농협손보의 이익 규모를 떠나 솔직히 대다수의 농민이 농작물재해보험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상황이다. 올해 농민 대부분은 가입 기한이 임박했을 무렵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한 채 보험을 들었고 보상율 감축 사실도 피해 발생 이후에야 알게 됐다”며 “보상율 원상회복에 대해서도 농협손보가 ‘농업협동조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농민과 손잡고 농식품부 등을 설득할 수 있었음에도 ‘이미 서명한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며 농민을 기만했다. 농민 입장에선 향후 보험 가입 거부 등을 통해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역시 “다른 보험 상품의 판매가 늘었고 벼 보험금 지급이 아직 남아있다고 하지만 3분기까지의 이익이 전년대비 11배나 높다는 건 그만큼 농작물재해보험의 설계 자체가 보험사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구조란 의미다. 가입률이 가장 높은 사과·배의 심각했던 피해 수준도 감안해야 한다. 더욱이 농식품부가 재보험제도를 통해 손실까지 보전해주고 있지 않느냐”며 “개인적으론 농업재해와 관련된 제도의 큰 틀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벤치마킹했다는 미국의 경우 정부가 재해보상제도를 운영하며 16개 민간 보험회사가 이를 보완하는 형식인데, 농식품부는 미국 정부의 재해보상제도를 제외하고 보험제도만 도입했다.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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