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보험 개정, ‘운영사 편의 봐주기’용?

농식품부, 거듭된 손해율 상승에 ‘지속성’ 담보 내걸고 할증률 상향
농민들 “그저 보험 운영·유지에만 급급한 실정, 근본 대책 마련해야”

  • 입력 2021.01.01 09: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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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업재해보험심의회가 ‘농작물재해보험 제도개선방안’을 심의·의결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3일 농민의길은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재해보상법 제정과 농업재해보험의 공공성 강화를 촉구했다.
농업재해보험심의회가 ‘농작물재해보험 제도개선방안’을 심의·의결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3일 농민의길은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재해보상법 제정과 농업재해보험의 공공성 강화를 촉구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가 지난해 12월 22일 농업재해보험심의회를 통해 농작물재해보험 제도개선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급증하는 자연재해로 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이 증가하자 보험료 산정체계 및 보장수준 합리화를 내걸고 제도 ‘개선’을 추진한 것인데, 농민들 사이에선 보험료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확정된 제도개선방안은 크게 △보험료 부과체계 △보험 선택권 △관리체계 강화 등으로 나뉜다. 이전에는 시·군 단위로 기본요율이 산정됐으나 일부 읍·면의 높은 손해율이 시·군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상승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만큼 시행준비를 거쳐 2022년부턴 사과·배 품목의 요율 산정단위를 읍·면으로 세분화한단 방침이다. 한편 구간별로 구분된 최근 5년간의 누적 손해율이 500% 이상일 경우 할증률이 최대 30%에서 50%로 인상되며 300%인 경우에는 20%에서 36%로 변경·적용된다. 개정 전엔 일반적으로 5년 동안의 누적 손해율이 120% 이상일 경우 보험료 할증이, 80% 미만일 땐 보험료 할인이 각각 최대 30%까지 적용됐다.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수 4종의 경우 보험료 할인을 받는 농가는 전체의 약 46%, 보험료 할증을 받는 농가는 약 18% 수준이다. 위험 부담의 형평성 차원에서 할증 폭을 상향하게 됐으며 손해율 상승이 계속되다 보니 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본요율 조정 등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신규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부담완화방안을 상반기 내 마련할 방침이며, 미세살수장치나 방상팬과 같은 냉해 저감시설 설치 농가에 대한 보험료 할인도 확대한단 계획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게 분명하다. 보험의 지속성과 국가재정 부담을 운운하며 할증률을 상향했지만, 할증으로 가입 보험료가 늘어날 경우 국고보조 역시 늘게 된다”며 “이번 제도개정안이 보험사 편익을 봐주기 위한 조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부실한 보험료 할인 정책에 대해서도 유감을 나타냈다.

제도개선안에 따르면 이밖에도 보험 가입 시 10% 자기부담비율 선택에 대한 기준이 3년 연속 가입 및 누적 손해율 100% 미만(기존 50%)으로 현행보다 완화될 전망이나, 과수 4종과 벼 품목의 보험 가입자가 자기부담비율로 10% 또는 15%를 선택할 경우 국고지원은 2~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하향된다. 기존에는 10%와 15% 선택 시 40%의 국고를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2021년부턴 각각 38%·40%, 2022년엔 35%·38%, 2023년엔 33%·38%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이에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나 고민 없이 보험 운영사인 NH농협손해보험의 손해를 메꿔주기 위한 제도개선에 불과하다. 보험 운영사와 보험제도 지속을 위해 보험료 부과체계와 관리체계를 조정·강화하는 것보다 차라리 보험 전반에 대한 것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도록 공단을 설립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농업재해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보험을 국가가 직접 운영·관리하고 정부의 지원정책과 보험을 연계하는 등 모든 농민이 보험에 가입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업재해가 더 이상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앞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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