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농업 결산] 폭등·폭락의 굴레, 올해도 여전

농민 힘으로 마늘가격 지지
나머지 품목은 ‘롤러코스터’

  • 입력 2020.12.23 00:00
  • 수정 2020.12.23 07:3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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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산물 가격은 올해도 극심한 진폭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여름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
농산물 가격은 올해도 극심한 진폭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여름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

‘감자 파는 도지사’,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와 ‘드라이브 스루’ 등의 풍경으로 대표되듯, 친환경뿐 아니라 일반농산물 유통도 코로나19로 적잖은 차질을 겪었다. 하지만 이는 일부 품목과 유통경로에 해당하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농산물 수급은 코로나19와 관계없이 고질적인 문제를 보였다. 지난해 농산물 전 품목 폭락이라는 재난급 상황을 헤쳐온 농민들이지만 올해 역시 수심이 걷히지 않았다.

양파·마늘은 다행히 수난을 면했다. 작년산 저장물량 가격이 올해 초까지 계속 부진했던 데다 햇양파·햇마늘 작황이 좋아 일찌감치 폭락의 조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올해 가장 안정적인 가격이 형성된 품목들이 됐다.

양파가 면적 감소로 자연스레 가격회복이 된 데 반해 마늘 가격회복엔 농민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기록적 폭락을 계기로 출범한 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지난해 말부터 농식품부와의 치열한 논의를 통해 제한적이나마 예년보다 민첩한 정부 수급대책을 유도해냈다. 마늘협회 제주지부는 ‘kg당 2,000원’의 형편없는 수매가를 제시한 농협을 점거하며 농협과 도정에 철퇴를 가하기도 했다. 비록 남도종과 한지형 마늘의 피해까진 온전히 막아낼 수 없었지만, 대서마늘은 마늘협회의 분투에 힘입어 평년 이상의 준수한 가격을 기록했다.

문제는 여름부터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폭우와 대홍수에 여름 채소들이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고 지대가 높은 고랭지채소들까지 병충해와 결구부진의 늪에 빠졌다. 피해를 정통으로 입은 건고추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내다 팔 상품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재배기간이 짧은 상추·애호박·대파 등의 품목은 불과 보름 만에 수급이 회복됐음에도 언론의 자극적인 ‘폭등’ 보도로 인해 한동안 소비부진의 고난을 겪었다.

배추·무는 장마 이후 후속피해가 본격화된 데다 추석이 겹치면서 폭등세가 좀더 길게 이어졌다. 하지만 길다고 해 봐야 두 달 남짓이었을 뿐, 김장철 대목에도 불구하고 10월부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해 최근엔 배추 4,000원/10kg 미만, 무 1만원/20kg 미만의 저조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2020년 12월 현재, 출하가 이뤄지는 엽근채류와 과채류 거의 모든 품목이 평년 미만 가격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풋고추의 가격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며 과일류 중에선 계절과일인 감귤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폭락을 맞았다. 극심한 가격진폭이 여전히 불안정한 농업 현실을 보여주는 가운데, 농민들이 팔을 걷어붙인 마늘 사례에서 일말의 희망을 발견한 한 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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