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농업 결산] 도매시장 개혁 요구, 한껏 무르익다

경매 폐단 재조명 … 비판 고조
도매시장 개혁 이번엔 가능할까

  • 입력 2020.12.23 00:00
  • 수정 2020.12.23 07:2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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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식품부가 도매시장 개혁을 굳게 가로막고 있지만, 개혁 요구는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한승호 기자
농식품부가 도매시장 개혁을 굳게 가로막고 있지만, 개혁 요구는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한승호 기자

‘시장도매인제 도입’으로 상징되는 도매시장 개혁은 최근 10년 이상을 지루하게 끌어온 농업계의 묵은 과제다. 불합리한 가격결정과 비효율적 유통구조, 도매법인들의 과도한 수익과 이로 인한 공공성 훼손 등 경매제의 숱한 폐단들은 그간 본지를 필두로 한 언론매체들에 의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기득권 도매법인의 저항과 결정권을 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의 완고한 반대로 개혁은 한 발짝도 진행되지 못했다.

다만 분위기는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전국양파·배추·마늘생산자협회와 제주도품목별생산자연합회 등 품목·지역별로 자주적 농민 조직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도매시장 개혁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올해 마침내 확성기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건 하반기부터였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매시장 개혁을 주문하는 여당 농해수위 의원들과 이에 필사 항변하는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의 설전이 국감장을 달궜고, 이후 박주민 의원 등 거물 정치인들을 구심점으로 농민·소비자·유통인들의 개혁 요구 목소리가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으로 주춤하는 듯했던 서울시의 가락시장 개혁 의지는 지난 10월 전라남도(지사 김영록)와의 업무협약을 계기로 오히려 더욱 달아올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국감 증인출석에서부터 최근의 강경한 기고·호소문 공세에 이르기까지 농식품부의 보수적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도 6~7월경부터 경매제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본격적으로 내비치는 중이다.

도매시장의 어처구니없는 실태가 마침내 공중파를 타기도 했다. 지난 9월 연재된 광주KBS의 ‘탐사K’와 지난 19일자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은 도매시장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도매법인 및 그 수혜자들의 의견을 제외하면, 여론은 도매법인에 대한 비판 일색이다.

지난해에도 잇단 도매법인 투기성 매매 이후 한 차례 개혁 분위기가 조성됐다 좌절됐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보수야당의 반대로 법 개정이 무산된 채 연말을 맞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절정에 오른 개혁 분위기 그대로 새해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김현수 장관 취임 후 도매시장 개혁에 대한 농식품부의 입장은 ‘신중’에서 ‘반대’로 굳어졌고 최근엔 노골적인 ‘거부’ 양상이다. 농민들은 농식품부를 의심한 나머지 지난 9일 감사원에 농식품부 감사를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기득권과 농식품부의 필사적인 저항을 뚫고 도매시장 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지, 새해 가장 눈여겨볼 농정 이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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