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업재해 발생 빈도는 갈수록 잦아지고 있지만,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그 규모를 줄일 근본대책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올해 역시 한파에 이어 봄 냉해, 집중호우와 이상고온이 농경지를 덮쳤고, 이상기후의 여파로 창궐한 병해충은 여느 때와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피해를 남겼다.
가장 먼저 1월 한파로 농작물 8,886ha에 동해가 발생했고, 4월 이상저온으로 인한 경북·전북·충북 등의 농작물 피해면적은 4,511ha에 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파와 이상저온에 의한 농작물 피해 규모는 약 3만1,597ha다. 또 한지형 마늘 주산지에선 5월 한 달 중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비가 내려 2차 생장(벌마늘) 피해를 입었고, 7월 초 중·남부지역에 집중된 ‘물폭탄’은 농작물뿐만 아니라 주택·시설물 피해까지 야기했다.
신동진 품종을 주로 재배하는 전북의 경우 등숙기 잦은 강우와 이상고온으로 병해충 발생이 급증해 쌀 생산량이 20~30%가량 감소했으며, 제주에서는 가을장마 이후 30℃ 이상의 고온이 계속돼 전체 재배면적의 20%를 상회하는 규모의 생육 장해가 나타났다.
해를 거듭할수록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 지자체와 농업 현장, 국회까지 재해 근본대책 필요성에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업계에선 농수산물 생산 감소를 국가 차원에서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농업재해보상법 제정을 대표적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의지가 크지 않고 기획재정부에 가로막혀 이에 상응하는 예산이 뒤따르지 못해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온전한 보상을 기대할 순 없지만, 현재 유일한 피해 경감 수단인 농작물재해보험 역시 농민들의 숱한 개정 요구에도 ‘보험’이라는 정체성 지키기에만 틀어박혀 운영사 편의를 높이는 방향의 개악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22일 농업재해보험심의회를 통해 확정된 내년도 농작물재해보험 추진계획에 따르면 과수 4종 중 사과·배의 기존 시·군 단위 기본요율 산출체계는 읍·면으로 세분화됐으나, ‘형평성’을 이유로 올해부터 적용된 국비 차등 지원은 오히려 자기부담비율 10·15%형 보험 가입시 국고 보조를 이전보다 감소시켰다. 과수 4종 자기부담비율 10·15%형 보험 가입시 적용됐던 40%의 국비지원은 내년에 각각 35% 38% 수준으로 줄어들며, 2023년엔 33%·38%까지 낮아진다. 벼는 기존 50%인 국비지원비율이 올해 47%와 48%로 낮아졌고, 내년엔 44%와 46%로 줄어든 뒤 최종적으로 2025년엔 33%와 38%가 될 전망이다. 자기부담비율 10·15% 상품을 선택하는 농민들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편 올해 농작물재해보험금 지급 규모는 지난해 대비 감소했다. 지급된 보험금은 총 6,608억원 상당이며 손해율은 88.4%로 확인됐다. 지난해 손해율은 149.7%며 보험금은 1조193억원이 지급됐다. 보험의 손해율은 줄었지만, 쌀값 등 농작물 가격 하락까지 겪은 농민들의 고충은 더 커졌다. 이에 농민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재해 근본대책 마련을 위해 목소리를 드높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