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가 빚어낸 제주 마늘 ‘생육 불량’

가을장마 이후 닥친 이상고온이 주요 원인

제주 전체 재배면적의 20% 이상에서 피해

농민들 “재난지역 선포 등 대책 마련 시급”

  • 입력 2021.11.14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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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가을장마 이후 이상고온으로 제주 마늘에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 뿌리응애 등의 병해충 발생으로 생육이 불량한 제주마늘. 아예 고사한 마늘도 많아 밭 곳곳이 비어 있다.
가을장마 이후 이상고온으로 제주 마늘에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 뿌리응애 등의 병해충 발생으로 생육이 불량한 제주마늘. 아예 고사한 마늘도 많아 밭 곳곳이 비어 있다.

 

제주지역 마늘 피해가 심상찮다. 흑색썩음균핵병과 고자리파리·뿌리응애 등 병해충 발생으로 인한 뿌리 썩음, 잎 마름 등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도에 따라 아예 뿌리가 녹아 사라진 마늘이 있는가 하면 앞으로 잘 가꾼다 하더라도 상품 수확을 기대하기 힘들 만큼 구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은 마늘도 산재한 실정이다.

지난 9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일원에서 만난 김창남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은 “이번 피해는 파종 후 오랜 기간 지속된 가을장마와 이후 30도에 가까운 이상고온이 장기간 유지돼 발생했다. 영양제, 살충제 등 지금도 농민들은 곳곳에서 마늘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란 방법은 다 쓰고 있는데, 일부 회복한 밭도 있지만 여전히 피해가 심각한 곳이 많다”며 “곧 영농자재비를 갚아야 할 시기가 다가오는데, 농민들 입장에선 농약이나 비료를 평소보다 2~3배 많이 살포해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 11월 현재 농협 수매계약 단가 결정 논의도 앞두고 있는데 생산비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들어간 데 반해 가격을 감지할 수조차 없어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피해를 신고받은 제주도에 따르면, 피해면적은 당초 농업기술원과 파악했던 수준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제주도와 농업기술원은 피해면적을 320~330ha 정도로 예상했는데, 이는 제주도가 2022년산 마늘 재배 의향조사로 파악한 전체 파종면적 1,584ha의 약 20%에 해당한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아직 피해신고 면적이 집계되진 않았으나 최종적으론 당초 파악했던 면적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재 제주도는 자체적으로 피해 농가에 1ha당 농약대 100만원 지원(도비 100%)을 확정한 상태다. 단, 아직 지급되지 않은 지난 9월 태풍 피해 재해대책비(1ha 기준 농약대 250만원) 지급 대상 필지는 이번 농약대 지원에서 제외할 방침이며, 지급 대상 또한 올해 2월부터 의무화된 마늘·양파 경작신고제에 참여한 농가로 한정한다. 제주도는 경작신고 기간이 오는 12월까지인 만큼 피해신고를 받는 동시에 아직 경작신고를 하지 않은 농가의 참여 또한 독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창남 정책위원장은 “현재 안덕면에선 164농가가 124ha를 경작신고 했는데 실제론 200농가 이상이 마늘을 재배 중인 걸로 추정된다. 경작신고를 임대차 등의 여건상 못하는 농가도 있는데, 재해 피해에 대한 지원을 보편적으로 않고 신고 여부를 기준으로 선택 지원하는 건 농민들 상대로 생색만 내려는 행정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지급액 ha당 100만원도 생산비 보전을 운운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적지만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12월 지역농협 영농자재비 상환일 도래 전 빠른 시일 내 보편 지급해야 한다. 지금 상황이 심각한 만큼 재난지역 선포가 시급하며 정무부지사 면담 등에서 언급됐던 영농자재비 상환 및 대출이자 연기·유예 여부도 늦지 않게 결정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대승 제주마늘생산자협회 안덕면지회장 또한 “경작신고를 하기 위해선 농지 임대차 계약서나 해당 농지 소재지 이장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장이 동네 어디 밭을 다른 마을 사람 누가 짓는지 알 수 없으니 확인받기 어렵고 제주는 임대차 써주려는 지주도 없어 신고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농민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지회장은 “지금 농약대 지원과 영농자재비 상환 유예 등의 대책 마련도 시급한데, 근본적으로 농업재해보상법 제정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시기 및 보장 내용에 대한 개선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제주 마늘은 육지와 다르게 8~9월 파종 후 싹 튼 뒤인 10월 이후에 멀칭을 하는데, 보험 가입 시 멀칭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가입시기를 파종 이후 발아기 정도로 앞당기고 피해도 그때부터 보장해줘야 한다”라며 “병해충 피해는 보장도 안 되는 데다 피해 산정 등이 현실과 동떨어져 보험 가입 안 하려는 농민들이 널렸다. 농민들이 보험에 가입하게끔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제주에선 마늘 품목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재배면적 및 생산량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난지형 마늘에 대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은 지난달 31일로 마감됐는데, 안덕농협에 따르면 관내 가입 농가는 단 한 농가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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