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형 마늘 보험 가입 기간 연장해야”

파종 늦어진 대서·남도 마늘 … 보험 가입 못한 농민들 ‘발 동동’

  • 입력 2021.11.05 08:11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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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가을장마로 파종이 늦은 마늘 농가들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기간을 놓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농민들이 씨마늘을 심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가을장마로 파종이 늦은 마늘 농가들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기간을 놓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농민들이 씨마늘을 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장해주는, 농작물재해보험 효용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또다시 불거졌다. 난지형 마늘 재배 농민들은 늦게까지 이어진 가을장마 탓에 한 달 가까이 파종을 미룰 수밖에 없었는데, 지난달 31일로 가입 기간이 끝나 농작물재해보험을 들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최상은, 마늘자조금)에 따르면 현재 집계된 난지형 마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면적은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났지만 최근 보험가입률 상승세에 비하면 다소 주춤한 실정이다. 보험 가입 면적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늦어진 파종 탓에 가입 기간을 놓친 농가가 적지 않아 가입률 상승세가 둔화됐단 분석이다.

현재 마늘자조금으로 재해보험 미가입을 신고한 농민은 20명 정도며, 그 면적은 16만1,381㎡ 정도다. 이는 가입 기간 연장 민원을 직접 제기한 인원으로 현재도 일부 지역에선 파종 등의 농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실제 미가입자는 더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태문 마늘자조금 사무국장은 “난지형 마늘의 경우 일반적으로 9월 중순에서 10월 중순경 파종을 마무리하는데 가을장마가 그치지 않고 지속된 탓에 경남 남해군과 하동군 등에선 엊그제(11월 초) 파종을 끝냈단 얘기가 들린다. 코로나19로 인한 인력 부족 탓도 있지만 파종을 보름에서 한 달 가까이 미룰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상기후로 인한 늦장마가 가장 주요하다”라며 “이를 고려해 보험 가입 기간 연장이 논의돼야 하며, 최근 기후변화에 대응해 지역마다 평균 파종시기가 조정됐는데 이를 반영해 보험 가입 시기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NH농협손해보험(대표이사 최창수, NH손보) 측은 “전문가 자문 결과 파종이 늦을 경우 생산량이 20~30% 가까이 감소할 여지가 있다. 이에 가입 기간을 연장하는 건 제때 파종하고 보험에 가입한 농가에게 오히려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보험료를 이미 납부한 농가가 있고 향후 생산량 감소로 보험금 지급이 이뤄진다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다만 마늘 농가 전반에서 합의가 도출되고 농림축산식품부 및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논의를 거칠 경우 가입 기간 조정이 가능할 순 있다”고 답했다. 

한편 농작물재해보험 운영에 대한 마늘 농가들의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민들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선 ‘액상멀칭’을 멀칭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가 하면, 추후 이중 보온 계획을 가지고 있음에도 멀칭을 하지 않은 농가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충북 보은군의 마늘 재배 농민은 “지역 안에서 재배하는 작물 품목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인력이 필요한 시기도 겹치는데, 가용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비용이 오른 건 둘째치고 파종하는 날 비가 내려도 인력 중개소에서 농작업 일정을 미뤄주지 않아 작업을 아예 포기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라며 “현실이 이렇다 보니 올해 큰맘 먹고 동네 후배와 기계를 들여 기계 파종을 했는데 늦비에 밭 장만이 늦었던 영향도 있거니와 파종 후에도 비가 잦아 멀칭을 따로 하지 않았다. 11월 중순 이후 볏짚과 비닐로 이중 보온을 하려고 계획했지만, 지역농협에서 가입을 거절해 올해 농작물재해보험을 들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NH손보 관계자는 “마늘 재배 시 생산성 확보 등을 위한 멀칭은 현재 보편적이고 또 일반적이기 때문에 보험 인수 시 멀칭 여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 액상멀칭이나 지푸라기멀칭 재배 면적이 늘고는 있으나 아직 연구기관 등을 통해 그 효과가 일반 멀칭과 동일하다고 밝혀진 바가 없어 보험 가입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향후 연구 결과가 도출되면 반영할 계획이며 보험 가입 이후 멀칭·보온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보험은 가입 당시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추후 계획까지 반영할 순 없다”고 답했다.

한편 마늘자조금은 “농촌인력난과 환경문제 대안으로 추진되는 기계파종 및 액상멀칭 등을 이유로 한 농작물재해보험 인수 거부는 정부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조정과 함께 보험 가입 기간 탄력 운영 및 가입 시기 변경 등을 정부와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에 지난 3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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