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농민들

  • 입력 2021.12.26 18:35
  • 수정 2021.12.26 23:42
  • 기자명 편집국, 글씨 박홍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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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농민들. 한승호 기자
2021 농민들. 한승호 기자

2021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 일 년을 뒤돌아보고 내년을 설계해야 할 농민들의 애간장이 타들어 가고 있다. 산지 쌀값이 연일 하락하고 있는데 당연히 해야 할 ‘쌀 시장격리’를 정부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쌀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10.7%가 늘었다. 내년 신곡 수요량의 8%가 초과 생산된 셈이다.

양곡관리법을 적용하면 당연히 시장격리를 해야 하지만 정부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송영길 당 대표도 공히 27만톤 시장격리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 사이 농협 RPC들은 올해 수매가를 속속 결정하고 있다.

작금의 쌀 정책은 2021년 농민들이 겪고 있는 농정의 현주소이다. 코로나19와 각종 자연재해로 농민들은 해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당연히 정부가 나서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쌀 문제에 투영돼 있듯 문재인정부에게 농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농산물은 물가 관리의 수단으로 치부되고 있다.

2021년은 농민들을 둘러싼 농업·농촌·농민 문제가 총망라된 채 드러난 해였다. 기후위기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태양광·풍력발전은 농지를 훼손하고 농촌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멀쩡한 농지가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아무런 피해가 없던 간척지는 염해간척지가 돼 태양광발전소로 돌변했다. 농지가 잠식되는 피해뿐 아니라 임차농들이 농촌에서 쫓겨나고 있다. 풍력발전 시설의 이격거리는 주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줄어들어 인근 주민들은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지자체 모두 한편이 돼 자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농촌을 파괴하고 있다.

농사의 근간인 농지 문란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농지투기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돼 농지관리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러나 정부가 발의한 농지법 개정안은 미봉책에도 미치지 못했다. 누구를 위한 정치이며 누구를 위한 정부냐고 농민들은 묻고 있다.

도매시장 개혁 문제는 어떠한가. 신문·방송이 도매시장 문제를 대서특필할 정도로 심각성이 드러났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도매시장 개혁을 막고 소수 도매법인 이익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을 듣는 실정이다.

1년 가까이 논의해서 마련한 제5차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계획은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됐다. 이해관계자들의 오랜 논의 속에 마련된 정책이 농식품부 관료 한두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기막힌 현실을 2021 농민들은 똑똑히 목도했다.

이러한 농업·농촌·농민을 둘러싼 총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민들은 ‘농민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며 제주에서 서울까지 트랙터를 앞세우고 전국을 순회했다. 또한 이 시대의 철학자 김용옥 선생과 농업경제학계 원로 박진도 교수는 전국을 순회하며 농산어촌개벽대행진을 했다. 농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며 농업·농촌·농민이 이 사회의 근간임을 알리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농업이 국가적,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있지만, 농민들의 투쟁과 선각자들의 노력이 있어서 그나마 다시 희망을 품는다. 무너진 자리가 곧 출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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