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농업 결산] 30년 만에 아스팔트로 나온 조합장들

  • 입력 2021.12.26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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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13일 농협RPC전국협의회 주최로 청와대 앞에서 쌀 시장격리를 촉구하는 전국 조합장 집회가 열렸다. 한승호 기자
지난 13일 농협RPC전국협의회 주최로 청와대 앞에서 쌀 시장격리를 촉구하는 전국 조합장 집회가 열렸다. 한승호 기자

세밑을 앞둔 지난 13일,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선 아주 생경한 광경이 연출됐다. 정부의 쌀 시장격리 보류와 그로 인한 쌀값 하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전국 농협 조합장 300여명이 머리띠를 두르고 집회를 연 것이다.

조합장들이 농민들의 집회에 개인적으로 얼굴을 비추거나 후방에서 차량·비용지원을 해주는 건 흔한 일이지만 조합장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집회를 연 것은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반대투쟁 이후 처음, 그러니까 약 30년만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농협은 농민들의 조직이며, 적어도 대규모 농민 집회가 있을 때마다 중앙회·지역농협을 불문한 전 조직적 참여가 이뤄져야 하는 게 정상이다. 직원들은 고사하고 조합장들의 참여마저 개별적·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건 아직도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를 떨쳐내지 못한 우리 농협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조합장들이 아스팔트에 집결한 건, 우루과이라운드 쌀 시장개방 때와 견줄 만큼 지금의 쌀값 문제가 절박하다는 것이다. 농민들도 정부와 농협을 상대로 양방향 투쟁을 하느라 정신없지만, 농협 역시 존망의 기로라 표현할 만큼 위기에 몰려 있다.

차상락 농협RPC전국협의회장(천안 성환농협 조합장)은 “지금 당장도 문제지만 내년 이후가 더 문제다. 경험상 쌀값이 한 번 내려가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금 열흘 동안 쌀값(80kg)이 3,000~4,000원씩 떨어지는데 이대로라면 19만원선을 유지하기도 힘들고, 전국 RPC들이 적자에 허덕이게 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조합장 집회가 300명 규모까지 성사될 수 있었던 건 조합의 손익뿐 아니라 ‘농민을 위해서’라는 대의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례적인 조합장 집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쌀 시장격리는 아직도 보류 상태다. 조합장들은 집회 이후 청원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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