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쌀 시장격리를 요구하는 농민들의 절규가 3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급기야 농협 조합장들까지 목소리를 보태고 나섰다. 농협RPC전국협의회(회장 차상락, 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전국 농협 조합장들은 13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 집결해 정부의 조속한 쌀 시장격리를 촉구했다.
조합장들이 농업 현안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집회를 벌인 건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반대투쟁 이후 처음이다. 그간 농민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 하지 않았던 조합장들의 한계가 드러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사안이 그만큼 긴박하다는 얘기다. 주최측에 의하면 이날 300여 조합에서 조합장·RPC장장·임직원 등 380여명이 참석했다.
변동직불제 폐지 이후 맨몸으로 노출된 쌀 가격을 보호하기 위해 「양곡관리법」은 자동 시장격리제를 마련했다. 하지만 발동조건이 충족됐음에도 정부는 시장격리 시행을 주저해왔고 그 사이 쌀값이 계속 하락, 농민은 물론 RPC까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차상락 협의회장(천안 성환농협 조합장)은 “농협은 농업인들을 위해 RPC를 운영하고 쌀 판로 보장을 위해 총력을 다했다. 그러나 지금 농업인·농업을 위한 자부심은 간데없고 RPC는 대규모 적자와 밀려드는 물량에 아우성이다”라며 “정부는 법과 원칙(자동 시장격리제)을 지켜야 한다. 오늘 우리는 250만 농민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양준섭 전북협의회장(순창 동계농협 조합장)은 “전북지역은 올해 긴 장마와 병충해로 논 면적의 40% 이상이 피해를 입어 수확량이 반토막났다. 그나마 풍년이 돼서 기대를 했는데 지금 쌀값을 보면 농민들이 쌀농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며 “식량산업인 쌀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산업이 아니다. 정부에 식량안보 의지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집회엔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어기구·서동용·윤재갑 의원과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이 격려방문했고 서삼석 의원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서 의원은 “농업문제는 국회에서도 여야가 없다. 다만 여러분이 이 자리에 서게 된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재정당국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 재정당국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꾸짖었다.
서 의원의 발언을 필두로 연단에선 시장격리의 가장 큰 벽인 기획재정부와 경제부총리를 규탄하는 발언이 다수 쏟아져나왔고 참가자들의 공감 역시 뜨거웠다. 이태식 협의회 부회장(동철원농협 조합장)은 “여당 대권 후보인 이재명 후보가 쌀 시장격리 공약을 말했는데도 기재부는 여전히 입장 변화가 없다”며, 장승영 농협중앙회 이사(해남농협 조합장)는 “쌀이 비싸면 어마나 비싸다고 그러나. 밥 한 공기 100g이 자판기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며 기재부를 비판했다.
조합장들은 결의문을 통해 △쌀 공급과잉 물량 전량 시장격리 즉각 시행 △구조적 공급과잉 해결을 위한 쌀 적정 생산대책 마련을 소리높여 요구했다. 이후 대표자들이 청와대 측에 요구서한을 전달했으며 참가자 전원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 대국민 선전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