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농업 결산] 소리만 요란했던 농지법 개정

  • 입력 2021.12.26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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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올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 중 하나가 ‘농지투기’였다. 혹자는 1949년 농지개혁 이후 지금처럼 농지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자리하긴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농지투기사태로 농지문제가 촉발됐지만 그 심각성은 농민들에겐 이미 오래된 이슈였다. 다만 공론화하기엔 권력층까지 건드려야 하는 사회적 파장, 사유재산이라는 방어막에 ‘농지상속’ 문제까지 얽혀있어, 임차농이 절반을 넘어설 때까지 손을 대지 못했을 뿐이다.

정부가 지난 3월 말 ‘농지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농지문제의 고삐를 쥐는가 싶었는데, 개선방안의 내용부터 이후 농지법 개정까지 농지문제를 해결하기엔 함량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농지문제가 부각되면서 한편으론 권력층의 농지소유 실태도 밝혀졌는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현직 국회의원 4명 중 1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공개했고, 농림축산식품부 장·차관도 배우자 명의의 농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영범 전 농식품부 차관은 청와대 농해수비서관 인사검증 시스템을 거치면서도 ‘농지투기’로 의심되는 배우자의 농지소유 문제가 걸러지지 않았다. 농지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박영범 전 차관은 배우자의 농지는 ‘주말농장용’으로 농지법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경기도 평택지역의 논을 평당 250만원에 취득했고, 취득 후 3년간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점, 지목이 ‘답’인 땅 2,612㎡를 34명이 공동지분으로 취득했다는 점 등은 누가 봐도 주말농장용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을 얻었다.

현 농지문제의 핵심은 비농민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농지를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알 수 없는 맹점도 있다. 그래서 농민들은 ‘농지전수조사’를 제1의 선결과제로 주장했다.

지난 8월 결국 농지법은 개정됐으나 ‘농지는 농사에 이용돼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하기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올 한 해 누구보다 농지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던 조병옥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지제도개선소분과장은 “호랑이 눈길로 확인했으나 결과는 소걸음 같은 농지법 개정 결과를 남겼을 뿐이다”면서 “핵심도 쟁점도 모두 비껴가고 호기를 다 놓쳐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딘 걸음이어도 한걸음 나갔다는 것은 긍정했다. 조 분과장은 “내년은 좀 기대해볼 만하다. 올해 농지문제가 이슈로 터진 뒤라 공감대가 확산돼 있다. 농지전수조사특별법(가칭)도 준비중에 있고, 농지전수조사에 거부반응이 컸던 공무원들 태도가 달라진 것도 분명한 변화다”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식량생산의 근간인 농지는 보전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농지전용은 심각한 상황이며,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15만ha의 농지가 사라졌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517배나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세운 곡물자급률 목표 32%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농지는 175만ha로 추산된다. 하지만 당시 실제 농지면적은 2015년 기준 168만ha로, 7만ha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후 농지면적은 더 줄어 2019년 158만ha이며 곡물자급률 달성목표 대비 부족한 면적은 17만ha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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