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농업 결산] ‘대안’으로 부각된 친환경농업, 현장 농민들이 힘겹게 지켰다

  • 입력 2021.12.26 18:00
  • 수정 2021.12.26 18:38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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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4월 26일 경북 상주시 외서면 봉강리 들녘에서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민들이 생강 종자를 밭에 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4월 26일 경북 상주시 외서면 봉강리 들녘에서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민들이 생강 종자를 밭에 심고 있다. 한승호 기자

문재인정부가 ‘2050 탄소중립’ 계획을 본격적으로 표방하면서, 올 한 해 친환경농업은 농업분야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농업으로서 과거보단 좀 더 정책적으로 주목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탄소중립에 대비해 친환경농업지구 조성과 산지 유통망 확충, 깨끗한 축산농장 조성도 적극 지원하겠다”며, 방향성과 별개로 직접적으로 친환경농업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현장 친환경농민들은 기후위기, 코로나19로 인한 급식 중단 등 위기 속에서 힘겹게 버텼다. 2021년 친환경농업 분야의 주요 현안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논의 과정이 있었고 현장 농민들의 올해 평가는 어떤지 살펴보자.

친환경농업 발전계획 논의로 분주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계획(5차 5개년계획)을 확정 지었다. 계획 수립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농식품부-친환경농업계 간 논의 끝에 5차 5개년계획 최종안을 지난 9월 내놓았다.

5차 5개년계획에는 △가축분뇨·농업부산물을 활용하는 자원순환형 농업모델 구축 △학교급식 공급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별도의 품위 기준 마련 △군급식에 지역산 친환경농식품 우선 공급 방안 마련 등 의미 있는 내용이 적지 않게 담겼다.

특히 벼농사 과정의 부산물인 왕겨·쌀겨는 현장 농민들이 농사지으며 많이 활용하는 자원인데, 그동안「폐기물관리법」상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배출되는 300kg 이상의 왕겨·쌀겨는 폐기물로 취급돼 왔다. 그러다가 지난 9월 1일 환경부가 왕겨·쌀겨에 대한 폐기물 배출자 신고를 면제하고 순환자원 인정절차를 대폭 간소화함에 따라 자원순환형 농업모델 구축을 위한 농업부산물 활용 여지가 더 높아졌다.

한편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친환경농업 TF를 결성해, 탄소중립에 기여하기 위한 친환경농업 분야 역할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친환경농업 TF는 2030년까지 농사짓는 땅의 60%에 환경친화형 농업(유기농인증 10%, 무농약인증 20%, 환경친화형 농업 30%)이 이뤄지도록 만든다는 목표를 설계했다.

친환경농업도 ‘국가책임농정’ 절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친환경농업계 전반엔 악재가 많았다.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는 학교급식이 파행운영되도록 만든 주범이다. 방역지침의 수시 변동은 잦은 학교 등교인원 변동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급식 공급용 농산물을 폐기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회장 김영재) 등 친환경농업계는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사전대책 수립을 올해 내내 정부에 주장해왔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진 뒤 사후약방문식으로 ‘착한 소비’ 대책만 내세울 게 아니라, 범유행전염병 확산이 수시로 이뤄지리라는 걸 상정하고 사전에 대응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학교급식 업무가 학교급식법상 ‘지방사무’, 즉 국가의 책임영역 바깥에 위치한 업무분야라, 농식품부 등 정부 부처는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았다. 따라서 학교급식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학교급식 분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급식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친환경농업계의 입장이다.

위기는 코로나19만이 아니었다.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각종 병해충은 친환경농민에게 올해도 큰 난관이었다. 경기도 연천군 농민 이석희 씨는 올해 친환경 감자농사를 접었다. 감자잎마름병 때문에 수확할 수 있는 감자가 없어, 감자밭을 갈아엎었다. 이씨는 “연천 친환경농민들의 감자 수확량이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비가 와야 할 땐 안 오고, 비가 오지 말아야 할 때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라며 “농사지으면서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 주변 친환경농민들 중엔 친환경농사를 접은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이야기했다.

충남 예산군에서 친환경 사과농사를 짓는 김수구 씨는 “온갖 벌레가 더 늘어나 사과 수확량은 대폭 떨어졌다. 늘 (농사를) 불안하게 유지하는 상황”이라 한 뒤 “특히 이와 같은 친환경 과수·채소 재배 발전을 위해선 체계적 기술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 농업기술원에선 친환경 재배기술 관련 도움을 받기가 힘들다. 충청남도에서 세운 친환경농업연구센터가 있지만 현재는 이곳에 대한 충남도의 지원도 미비하며 센터 자체적으로 친환경 재배기술 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없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라며 친환경농업 유지를 위해선 재배기술 연구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도 친환경농업이 이어져 온 것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 힘겹게 농사를 이어온 농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농민에게 무거운 짐을 맡길 것인가. 이제는 국가가 친환경농업에 대한 ‘책임농정’을 실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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