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농업 결산] 농산물 가격, ‘반짝’ 오른 후 추락

  • 입력 2021.12.26 18:00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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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농산물 가격 폭락지난 7월 애호박 8kg 한 상자가 500원까지 떨어지자 강원도 화천에서 산지폐기를 감행하는 농민의 소식이 화제가 됐다. 애써 농사지은 애호박을 밭째로 갈아엎는다는 사실에 전 국민이 나서 애호박을 주문했다.

농가돕기 일환으로 이뤄진 일명 ‘착한소비’다.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시적인 대책에 불과했다. 그 이후에도 애호박 시세는 평년에 한참 못 미쳤고, 농민들은 생산비도 안 되는 금액을 받고 애호박을 팔아넘겼다.

애호박뿐만이 아니다. 애호박과 비슷한 시기에 출하되는 중부지역 대파 가격이 kg당 700원대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최고가(4,745원)를 찍었던 ‘금대파’가 4개월도 안 돼서 대폭락에 빠진 것이다.

겨울철 한파의 영향으로 대파·배추 등의 생산이 감소하면서 올 초 가격이 상승했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가격이 올랐어도 팔 것이 없어 농민들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들은 ‘파테크’, ‘금추’, ‘금파’ 등의 단어를 남발하며 되레 소비위축을 부추겼다. 중·하반기에 이르러 농산물 가격은 금세 하락세로 전환됐다.

지난 8월 고랭지배추값도 평년대비 60% 가까이 하락했으며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고랭지 엽근채소들은 연일 가격 약세를 이어갔다.

언론에 따르면 ‘밥상물가’는 연일 고공행진이고, 농산물은 물가 상승의 주범인양 취급됐지만 정작 농민들은 산지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코로나19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외국인노동자가 입국하지 못하면서 심화된 인력난으로 인건비는 지난해부터 두 배 가까이 올랐고, 식당·학교 등의 단축운영으로 소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농산물 가격은 점점 더 내려갔다.

한창 출하할 시기에 고추가격은 주산지인 경북 서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7,000원대에 멈췄다. 농민들은 대책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마늘가격이 호조를 보이자 농민입장에선 생산비가 오른 만큼의 정당한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입을 결정했다. 농식품부는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농민들과 아무런 합의 없이 TRQ를 운용해 마늘 1만톤을 수입하기로 했다.

현재 겨울 엽근채소도 가격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12월 말 양배추 평균 가격은 3,000원 초반대로 평년 가격(7,561원)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화천 애호박 사태 때 확인했듯이 시민들의 착한소비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정부가 개입해 농산물 가격 안정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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