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농업 결산]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 결국 반쪽짜리 직선제로

  • 입력 2021.12.26 18:00
  • 수정 2021.12.27 14:0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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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중앙회장 선거제 개선은 농협개혁의 최우선 과제였다. 그것이 개혁의 근본적 열쇠라기보다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대수술을 필요로 하는 여타 구조·사업개선과는 달리 문제와 해법이 비교적 명확하게 눈에 띄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 설립이라는 농협의 태생적 결함과 함께 농협중앙회장은 줄곧 정부 임명 방식을 유지했다. 그러나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1990년부터 회원조합장 직선제가 시작됐으며 한발 더 나아가 2000년대부터는 전국 조합원 직선제에의 열망까지 높아지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돌연 민주농협을 퇴보시킨 게 이명박정부다. 중앙회장 권력집중과 선거과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중앙회장 선거를 대의원 간선제로 전환시킨 것이다. 전국 1,118명 조합장 가운데 농협중앙회 대의원은 300명 이내. 구성원들의 뜻이 골고루 반영되지 못하고 후보 입장에선 소수의 유권자만 집중 관리하면 당선되는, 1970년대식 ‘체육관 선거’가 부활한 것이다.

선거제 개선은 보수정권이 물러난 뒤에야 논의되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좋은농협위원회가 제1과제로 중앙회장 선거제 개선을 꼽았으며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의 의지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개혁의 물결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또 한 시절을 보내야 했다.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이 조합장 직선제로 바뀌었지만 부가의결권 적용으로 반쪽 개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이 조합장 직선제로 바뀌었지만 부가의결권 적용으로 반쪽 개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대 국회가 임기 말 한계를 드러냈던 2019년과 달리, 21대 국회가 본격 활동기로 접어든 올해는 중앙회장 선거제 개선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농식품부도 농협도 국회 스스로도 더는 피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절반의 성공. 지난 3월 「농업협동조합법」개정으로 대의원 간선제가 전체 조합장 직선제로 복귀되긴 했지만, 농식품부의 의지에 따라 ‘부가의결권’이 법에 명기됐다. 조합원 수 3,000명 이상의 조합은 투표권을 2개 갖게 하는 것으로, 전체 1,118명의 조합장 중 145명이 중앙회장 선거에서 2표를 행사하게 된다.

부가의결권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협동조합의 평등 원칙에 역행할뿐더러 선거에 145명의 ‘키맨’을 만들어놓음으로써 선거질서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직선제 회복이 아주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부가의결권으로 인해 그 의미는 크게 퇴색했다.

부가의결권 문제를 해소하고 200만 조합원의 뜻을 왜곡없이 수용하기 위해선 ‘조합원 직선제’라는 명료한 대안이 있다. 당초 농협개혁 진영에서 원칙적으로 주창한 것은 조합장 직선제가 아닌 조합원 직선제며 민주주의와 협동조합의 정신에 비춰 궁극적으로 실현해야 할 과제 역시 이것이다. 이번 부가의결권 논란으로 조합원 직선제는 향후 실현해야 할 과제로 더욱 뚜렷하게 떠올랐다.

2012년 신경분리 당시엔 지주회사 체제 설계로, 이번 중앙회장 선거제 개선 국면에선 부가의결권 확보로 농협은 중대한 변화의 시점마다 정작 중요한 협동조합적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같은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가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이 아니라 정부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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