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농업 결산] 시장논리로부터 지켜내야 할 ‘도농상생’ 원칙

  • 입력 2021.12.26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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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021년, 시민들의 먹거리기본권 및 도농상생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안녕치 못했다. 시장경쟁 논리는 먹거리 영역에까지 침범했다. 농민·먹거리 시민사회의 지난 1년은 먹거리분야에 쏟아진 ‘시장논리’의 맹폭격을 막아내기 분주했던 시간이었다.

비판 쏟아진 ‘절망급식 바우처’

다시금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던 올해 5월, 서울시교육청은 원격수업 학생 56만명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희망급식 바우처’라는 걸 내놓았다.

이 희망급식 바우처 사업은 시민사회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했다. 희망급식 바우처 사업은 학교급식 파행운영에 따른 ‘친환경농가 판로 단절’ 문제를 해결한다는 도농상생 취지를 상실한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희망급식 바우처로 구입 가능한 건 6개 브랜드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과일(수입과일 포함)·우유·샐러드(주로 스마트팜에서 생산)·샌드위치 등이었다.

전국먹거리연대(상임대표 정한길·조완석·진헌극)는 희망급식 바우처 사업에 대해 “코로나19로 오히려 매출이 크게 늘어난 편의점 유통자본은 더욱 살찌우고, 친환경 계약재배 농민과 학교급식업계는 절망에 빠뜨리는 사업”이라고 규탄한 바 있다.

경쟁논리에 포위된 군급식 체계

지난 10월 12일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군급식 개선을 위한 전국 공동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
지난 10월 12일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군급식 개선을 위한 전국 공동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

국방부는 지난 7월 군급식에서의 지역농산물 우선공급 원칙을 뒤집으며, 군급식을 ‘선(先) 식단편성, 후(後) 식재료 경쟁조달’ 체계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국방부가 먼저 ‘장병선호도’에 맞춰 식단을 편성하면, 이 식단에 맞는 식재료를 조달할 업체들의 경쟁을 통한 최저가격 입찰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정부는 이와 같은 군급식 개편안을 지난 10월 시민사회의 동의 없이 확정지었다. 정부는 2025년부터 전면적으로 각 부대에서 ‘최적의 공급자’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그린푸드, 푸디스트 등이 일선 군부대와 계약을 맺는 등 점차 군급식 영역에 대기업의 개입이 심화되는 추세다. 기존 농협중앙회가 독점해 왔던 군급식 체계의 문제점(정보의 불투명성, 단지장의 각종 비리 등)을 해결하면서, 시장경쟁 논리로 인해 군부대-농민 간의 먹거리 공적조달체계 구축이 막히는 상황도 해결해야 한다는 게 현재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도농상생 가로막는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특정감사, 예산 삭감 등을 통해 서울 13개 자치구-지방 13개 기초지자체 간에 이뤄져 온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은 지역산 친환경농산물을 서울 자치구의 어린이집 및 복지시설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지역 농민들에게도 안정적 소득기반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도농상생’ 가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오시장은 도농상생 공공급식 체계와 별개로, 서울시가 직접 71억원의 예산을 통해 지역 어린이집에 급·간식비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 어린이집에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은 나온 바 없다. 시민사회는 예전처럼 대기업 식품업체가 아이들에게 건강하지 않은 먹거리를 공급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먹거리로 이어진 농민·시민의 연결고리는 숱한 위기를 겪었다. 내년엔 농민·시민이 힘을 합쳐 이 연결고리를 시장논리로부터 지켜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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