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농업 결산] 기상이변·전염병 … 변수 많아진 사회, 식량자급 기반은 퇴보

  • 입력 2021.12.26 18:00
  • 수정 2022.03.13 02:1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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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코로나19와 이상기후로 전 세계는 자국의 식량기반을 확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올해도 우리 농정은 ‘농업·농촌·농민’ 보다 ‘물가안정’에 우선순위를 뒀고 RCEP, CPTPP 등 메가FTA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식량자급 기반 확충에 반하는 정책을 이어갔다. 사진은 지난 11월 제주 안덕지역의 마늘순 작업 모습.   한승호 기자
코로나19와 이상기후로 전 세계는 자국의 식량기반을 확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올해도 우리 농정은 ‘농업·농촌·농민’ 보다 ‘물가안정’에 우선순위를 뒀고 RCEP, CPTPP 등 메가FTA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식량자급 기반 확충에 반하는 정책을 이어갔다. 사진은 지난 11월 제주 안덕지역의 마늘순 작업 모습. 한승호 기자

 

지난해에 이어 전 세계는 코로나19 전염병 위험과 이상기후 피해에 노출돼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식량문제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농업·농촌·농민 정책은 올해도 전혀 변화가 없었다. 세계적 추세에 따라 탄소중립·신재생에너지 등이 농정 키워드로 등장했으나 현장의 평가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냉소로 일축됐다.

지난해 최악의 흉년 여파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양곡 18만톤(신·구곡 합산) 방출을 발표하면서 한 해를 시작했다. 쌀수급 안정화에 대해 농민단체와 협의를 지속해 오던 정부가 돌연 정부양곡방출 계획을 밝히자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과 전국쌀생산자협회(회장 김영동) 등 농민단체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면서 비판성명을 냈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대, 식량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양곡 정책을 수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상기후는 올해에도 사시사철 농민들을 괴롭혔다. 비가 너무 많이 오거나 봄에 우박이 쏟아져 수확을 앞둔 농산물이 하루아침에 망가지는 일도 벌어졌다. 여기에 2년차에 접어든 코로나19로 농업은 전방위적 피해가 가중됐다. 하지만 정부는 ‘소상공인’ 등 눈에 보이는 업종만 챙길 뿐 농업·농촌·농민들의 피해대책은 외면해 왔다. 정부가 몇 가지 농업분야 처방을 내놨지만 사업내용도 결과도 모두 핵심을 비껴갔을 뿐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사회에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은 국가의 최우선 과제이며, 실제 전 세계는 자국의 식량 출구를 닫아걸고 자급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농정은 이전의 ‘경쟁력’과 비교우위론 허상에 갖혀 있다. 농산물 개방을 희생양 삼아 타 분야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변함이 없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2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비준동의안이 국회 의결을 마친 것이고 정부는 여세를 몰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공식 선언하고 나섰다. CPTPP는 관세 철폐율이 96%로, 개방 정도가 최고 높은 수준이다. 또 검역주권인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SPS) 약화 규정과 같은 독소조항으로 농업피해 뿐 아니라 국민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CPTPP 추진에 대해 농민단체는 “식량을 여전히 신자유주의적 사고로 바라본다”면서 맹비난을 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전국 18개 시·군을 ‘농산어촌 개벽대행진’이란 이름으로 순회한 도올 김용옥 선생은 “농촌 곳곳의 위기기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았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농민을 살리는 농정을 펼치겠다’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의 농정은 현장에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 농정관료의 태도도 한몫 거들고 있다. 농산물의 가격정책은 ‘물가관리’의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인 가운데 올해 농민들이 ‘농민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식량주권을 지켜내고 농민들의 기본권리를 찾아야만 이 땅의 농업·농촌·농민 문제가 비로소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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