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 감액, 농업계 반발

농식품부, 당초 예정된 출연금 1,193억원의 58.1% 693억원 감축
농민 “긴급재난지원 필요성 인정하나 농업 부문 대책도 마련해야”

  • 입력 2020.04.26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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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10월 한 농민이 제주시 구좌읍의 한 감자밭에서 연이어 닥친 태풍에 의해 하얗게 변해버린 감자 줄기를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10월 한 농민이 제주시 구좌읍의 한 감자밭에서 연이어 닥친 태풍에 의해 하얗게 변해버린 감자 줄기를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예산안을 편성했다. 이번 2차 추경은 국채 발행 없이 지출구조조정과 기금 재원을 통해 마련되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의 출연금 감액을 택했다.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은 「농어업재해보험법」 제21조에 의거, 거대 자연재해에 대비한 국가재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설치된 기금이다. 정부는 거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농어업재해보험사업의 안정 기반 마련’ 및 ‘농어가 경영안정 유도’를 위해 국가재보험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으며, 원보험(농작물재해보험·수산물재해보험 등)의 손해율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때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으로 사업자 부담을 경감시켜 주고 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원장 민연태, 농금원)에 따르면 기금은 △정부출연금 △원보험자가 납부하는 재보험 수입 △기금 이자 수입 등으로 조달된다. 자금 운용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온 까닭에 지난 2016년 이후 농식품부 출연금이 투입된 적은 없으나, 지난해 태풍 링링·타파·미탁과 동상해 등 잇따른 재해로 원보험 손해율이 각각 186%, 384%에 달하자 2,033억원의 예비비를 활용해 총 3,514억원의 재보험금을 지급한 바 있다.

기금을 위탁관리하는 농금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 감면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사례처럼 거대 재해 발생 시 자산운용에 예비비를 출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 농식품부 역시 이번 2차 추경예산안에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 감액을 내세우며 “해당 예산은 추후 필요할 경우 예비비로 반영할 수 있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하지만 쟁점은 거대 자연재해로 손실 발생이 예상되는 시점에 재보험금 예비비 투입이 원활하겠냐는 데 있다. 기획재정부가 예비비 집행을 유보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한 추경예산에 이미 적지 않은 국고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또 이달 초 발생한 이상저온으로 농작물 피해 면적이 7,000ha를 크게 웃돌았고, 농민들은 농식품부와 보험 회사의 피해율 감축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빈도가 잦아지는 태풍 등 재해로 인한 올해 농업 피해가 얼마 만큼일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실정에서 보험 운영 및 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의 올해 정부 출연금을 절반 이상이나 감액했다는 데 농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해있기에 긴급재난지원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나 이미 1차 추경에서도 농업 피해를 모른 척 한 채 겉핥기 대책만 발표한 정부가 2차 추경예산 마련을 위해 전체 국가 예산의 3% 수준에도 못 미치는 농업 예산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농업 경시 기조를 읽을 수 있다”며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이 재해 등에 사전 대비하는 성격의 예산이기 때문에 정부가 감액을 결정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1차 추경 때도 농민들은 농업 분야 대책이 예산안에 담겨있지 않음을 지적했고 구체적 피해 규모를 파악해 농민에 대한 직접 보상과 이후 피해에 대한 대비책, 예산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농업 예산 삭감뿐이기에 다시 한 번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구체적 농업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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