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조합원은 언제든지 자기 조합의 정관, 이사회·총회 회의록, 조합원 명부를 열람할 수 있다. 전체 조합원의 100분의3 또는 100명의 동의를 받으면 회계장부와 운영 관련 서류까지 열람 가능하다.「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과 각 지역농협 정관에 명시된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전남 해남 화원농협(조합장 김복철)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합원들의 자료 청구 ‘싸움’은, 일선 조합의 폐쇄성이 법과 정관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화원농협은 전임 조합장 재임 당시부터 유독 많은 잡음을 양산했던 조합이다. 이사들의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 조합원이 자기 농협의 자료를 열람하려면 조합원 수십명의 서명을 받고 조합이 정한 ‘열람료’까지 내야 한다. 모든 절차를 이행하더라도 조합은 자료 제공을 회피하기 일쑤다. 오창규 전농 경기도연맹 협개위원장은 농협의 개혁과제 중에서도 조합의 폐쇄성을 매우 중대한 문제로 꼽아온 이다. 경기 연천에서 오 위원장을 만나 다시 한번 문제를 정리해 봤다. 지역농협에서 어떤 일을 해왔나.연천 임진농협 감사를 두 번 연임(3선)하다 3년 전 중도사퇴했다. 감사라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고 문제를 지적해도 반영되지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생산지표 반등 희소식에도 쏟아지는 계약 외 물량 ‘난감’정부는 2020년부터 국산밀 수매량, 계약재배물량, 가공지원량을 지속 늘리고, 밀산업 육성 예산도 계속 증액해 올해는 전년보다 67% 늘어난 403억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밀 자급률은 지난 4년간 0.8%(2020년)에서 2.2%(2023년)까지 반등했다. 밀 재배면적과 생산량도 각각 129%, 194%(5월 1일자 농림축산식품부 발표 기준)로 뛰어올랐다. 어느 때보다 국산밀에 대한 정책 의지가 발휘되는 모양새다.하지만 현장엔 이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7월은 정부가 밀 수매에 나서는 때다. 올봄 이상 저온과 잦은 비로 생산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작황은 좋은 편이다. 전체 생산량은 정부 예상보다 1만여톤 많은 6만톤을 웃도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수매 현장에선 알곡 상태도 좋다고 전했다.지난 1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한국우리밀농협(조합장 천익출, 우리밀농협)에 수매 물량을 넘기러 온 농민 김남권씨(동곡농협농민회장)는 “(생산량이) 조금 줄었어. 저온 피해로 꽃이 ‘얼어부러서’ 같은 평수라도 생산량이 들쭉날쭉혀”라면서도 얼굴엔 여유가 묻어났다. 올해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한 뒤 농업을 지속·확대 중인 청년농민도 물론 많지만, 매년 수천명의 청년이 지원사업을 등에 업고 농업의 문을 두드림에도 청년농민의 비중은 크게 늘지 않는 실정이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0세 미만 경영주인 청년농민의 비중은 2000년 6.6%에서 2010년 2.8%로 감소했고, 2020년 기준 1만2,400여명으로 전체의 1.2%밖에 되지 않는다. 연령 초과로 인한 이탈률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나 청년농민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실시한 2018년 이후로도 청년농민 비중은 감소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청년농민 육성을 위한 정책 지원 모둠 사업과 다름없는 ‘청년후계농(청년창업형 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자로 선발되는 것은 물론, 이후 기반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겪는 청년농민의 애환은 상상 이상으로 혹독하다. 다수의 청년농민에 따르면 농지를 구하는 것부터 주변 도움이 없으면 쉽지 않은 현실이며, 영농기반 마련을 위한 농업신용보증기금(농신보)의 보증과 대출 과정 모두 일일이 발로 뛰며 관련 정보와 절차를 배우며 깨닫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대대적으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쭈그린 채 앉아 호미를 들고 밭일에 열중하는 농민. 탈탈 소리 내는 경운기를 한가로이 운전 중인 농민. 공공근로 조끼를 입고 도롯가 쓰레기를 줍거나 화단을 가꾸는 농민. 지나는 차 한 대 없는 한적한 버스정류장을 우두커니 지키고 앉아 있는 농민.농촌 어디서든 마주할 수 있는 흔한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농촌을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앞서 언급한 장면 그 어디에서도 20~40대 ‘청년’을 떠올리진 않을 거라 감히 장담하겠다.흔히들 말하는 ‘나이든 농촌’, ‘소멸하는 농촌’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김수나 기자]오늘날 한국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인 농민의 목소리는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지고 있을까? 한국 언론지형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강한 편인 소위 ‘중앙언론’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대기업 등 극히 일부 공간만을 바라보거나 특정 현안이 발생하면 그것을 쫓기 바쁜 사이, 도시 바깥 농촌의 이야기는 극히 예외적 사례로서 취급됐다.몇 군데나마 ‘중앙언론’이 최근 농업 현안을 어떤 식으로 다뤘는지 살피는 것은, 향후 언론이 시민에게 농업문제를 어떻게 전할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이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농민이 생산한 친환경먹거리를 도시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정책. 농민-도시민 간 연결고리가 사라져가는 가운데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했던 몇 안 되는 정책. 대량의 물품 취급에 집중하는 유통체계에서 소외된 지역 소농의 판로 확보를 위한 몇 안 되는 정책.서울시가 2017년부터 진행해 온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은 위와 같은 성격을 가진 정책이다. 그런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이 서울시에 의해 폐지될 위기를 겪고 있다. 몇 안 되는 도농상생의 끈마저 끊음으로써 서울시가 ‘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수도(首都)’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2021년 3월, 중국 한 업체의 배추 절임작업 사진이 SNS에 공개돼 대중을 경악게 했다. 배추가 절여진 구정물 속을 녹슨 포클레인이 휘젓고 있고 그 옆에선 상의를 탈의한 남성이 하체를 물에 담근 채 작업하고 있다. 이 사진은 중국산 김치는 물론 국내 김치산업과 외식업 전체에 타격을 입힐 만큼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선사했다. 이른바 중국산 ‘알몸배추’ 파동이다.배추에 문제가 생기자 배추김치 대신 총각김치·열무김치·오이소박이 등의 수요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실은 부질없는 일이었다. 수입농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편집국장]‘안전한 먹거리’를 연결고리로 도시는 소비를, 농촌은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4%인 220만명의 농민이 96%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셈인데, 더는 농사짓고 살기 힘들다는 농민들의 위기감은 도시민에겐 잘 와닿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다.안전한 먹거리, 건강한 한 끼에는 관심이 큰 도시민들에게 2023년 농업·농촌 현실은 과연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본지는 창간 23주년 특집 기획으로 농업·농촌 문제에 대해 도시민들에게 질문했다. 서울시민 1,000명에게 우리나라 농업·농촌현실에 대해 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한우준 기자]농촌 주민과 농업 관련 전문가·언론들은 식상하다 할 만큼 일상적으로 농업·농촌 문제와 부딪히고 있지만 도시민들에겐 좀체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요행히 농촌에 밀접한 연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편적·표면적인 정보들만 보면서 농촌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절대다수는 도시민이며, 도시민들의 농촌 인식은 농촌의 지속성 보장과 농정의 효율적 설계에 알게 모르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본지는 농업·농촌 문제를 바라보는 도시민들의 시각을 살펴보기 위해 기존의 설문조사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농민과 도시민 사이에는 농산물 생산과 소비라는 밀접한 연결고리가 존재하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농업·농촌에는 각자 거주하는 장소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큰 격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농업·농촌의 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며 도시민이, 나아가 국민이 함께 풀어내야 할 문제기도 하다. 은 지난달 23일 농업·농촌을 바라보는 도시민·농민 대표의 목소리를 모아봤다. 사회 원재정 편집국장·정리 장수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농업계에선 ‘농업 문제는 섬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정말 섬 속의 농민들만 농업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전라남도 나주시 다시면의 한 들녘에 접한 국도변에 농사용 트럭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트럭 난간을 붙잡고 서있는 농민 A씨는 연거푸 담배만 태우며 자신의 양파밭을 바라보고 있다. 양파 수확기가 거의 저물어가는 지금, 밭에는 내국인 노동자 한 명만이 남아 힘겹게 비닐을 걷고 있었다.사정은 이랬다. 약 1만평 규모의 양파농사를 짓는 A씨는 이날 인력중개업체를 통해 인당 13만원을 약속하고 10명의 노동자를 불렀다. 한 필지의 작업을 끝내고 수확한 양파를 망에 담아 공터에 내려놓기까지는 했는데, 딱 거기까지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정부가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와의 ‘결별’을 선언한 가운데, 사실상 이들로 인해 지탱되고 있던 농촌사회는 농번기를 맞아 비명을 지르고 있다.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엄정한 외국인 체류질서’를 확립하겠다며 불법체류에 대한 정부합동단속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유연한 외국인 정책의 전제는 엄정한 체류질서 확립”이라며 단속을 계속할 것이라 말했고, 그 말대로 올해엔 1차 합동단속(3~4월)에 이어 지난 6월부터 2개월 간 2차 합동단속이 전개되고 있다. 41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농업도, 먹거리기본권도 위태로운 시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국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먹거리예산 229억8,000만원 삭감 등으로 응답하며 농업과 먹거리기본권 모두를 포기하는 상황이다.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농민·시민들의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농민운동 주체들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을 ‘거부’하는 투쟁을 강도 높게 전개하면서 농민기본법 제정 노력 또한 계속하고 있다. 먹거리운동 주체들도 먹거리예산을 삭감한 정부에 대한 규탄 목소리를 내며,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전국먹거리연대(상임대표 권옥자)가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만들었던 먹거리기본법안을 토대로, 지난 4월 2개의 먹거리기본법안(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 강은미 정의당 의원 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두 먹거리기본법안의 의미와 공통점, 각각의 특징, 향후 법제화 시 보강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보자.먹거리기본법의 의의시민사회의 먹거리기본법 제정 시도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첫째, 인류 공통의 과제인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한국 사회에서도 법적으로 보장한다는 의미가 있다. 2004년 국제연합(유엔) 식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농업이 안녕하지 못한 나라 중 먹거리기본권이라고 온전한 나라가 있을까. 역으로 먹거리기본권이 안녕하지 못한 나라의 농업도 안녕하지 못하다. 농업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건 농민의 삶도, 식량주권도 안녕하지 못하다는 뜻이다.농업도 먹거리기본권도 안녕하지 못한 대표적 나라가 바로 이곳 대한민국이다. 사실 2023년 오늘의 상황은 기후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온갖 악재로 대통령이 농업정책에 전심 전력을 다해도 문제 해결을 장담 못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통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지난달 지자체 현역 의원들의 농지투기 의혹이 경북과 전북에서 앞다퉈 터져 나왔다. 해당 지역 농민과 시민사회는 이들이 정치 지도자이자 공직자로서의 도의를 저버렸다고 규탄했지만, 이들에 대한 법적, 윤리적 책임을 누구보다 먼저 물어야 할 소속 의회와 정당은 조용하다.이에 창녕군농민회(회장 강창한)와 창녕군정의실천연대(대표 김미정)는 지난달 30일 이경재 도의원(국민의힘)을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경남경찰청에 고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의장 이대종)과 전주시민회는 이기동 의장(더불어민주당)이 “고위 공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2021년 내부 정보를 농지 투기에 악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에게 따가운 뭇매가 쏟아졌고 뒤이어「농지법」이 개정됐다. 당시 개정의 핵심 이유는 ‘농지 투기 근절과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 실현’. 이와 함께 1996년 「농지법」제정 이래 농지 취득·소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만 개정되면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와 농지 임대차가 증가했고, 농지가 산업단지·공공주택단지 등 대규모 개발지로 전용되면서 농지 투기가 발생했다는 개정 배경이 제시됐다.모처럼 투기의 광풍에서 농지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