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헤딩’ 단계마다 허들 넘듯 난관 마주하는 청년농민

농지 구하는 것부터 보증·대출까지 일일이 부딪힐 수밖에
‘억대 빚’으로 기반 마련해도 수백만원 이자 녹록지 않아

  • 입력 2023.07.09 18:00
  • 수정 2023.07.09 18:1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4일 경북 청송의 한 과수원에서 김창용(29)씨가 청년농민으로서 귀농을 준비하며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4일 경북 청송의 한 과수원에서 김창용(29)씨가 청년농민으로서 귀농을 준비하며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청년농민 육성을 위한 정책 지원 모둠 사업과 다름없는 ‘청년후계농(청년창업형 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자로 선발되는 것은 물론, 이후 기반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겪는 청년농민의 애환은 상상 이상으로 혹독하다. 다수의 청년농민에 따르면 농지를 구하는 것부터 주변 도움이 없으면 쉽지 않은 현실이며, 영농기반 마련을 위한 농업신용보증기금(농신보)의 보증과 대출 과정 모두 일일이 발로 뛰며 관련 정보와 절차를 배우며 깨닫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보증 규모 및 융자 지원 한도 상향 역시 지역농협 등 현장 여건에 가로막혀 청년농민에게 크게 와닿지 않고 있다.

올해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경북 청송의 농민 김창용(29)씨는 10년 전 귀농한 부모님 덕에 남들보다 빨리 자리를 잡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지난 4일 청송군 현서면 일원의 사과 과수원에서 만난 김씨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준비해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편이다. 가산점을 받기 위해 지게차와 굴착기 등 대상 자격증을 취득한 건 물론 관련 교육 또한 300시간 가까이 이수했다”면서 “그럼에도 지원사업에 선정된 건 전체 과정 중 그나마 수월한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청년농민의 영농기반 마련을 돕기 위해 농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은 농지 매매·임대 등 사업 대부분의 우선순위에 청년 후계농업인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농민은 농지은행을 통해 거래되는 매물이 영농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한 청년농민은 “임대나 매매로 나온 매물 대부분이 농사짓기 좋은 조건이 아니다. 모든 조건을 다 갖출 순 없겠지만, 가격 대비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아 농지은행을 통한 농지 구입과 임차를 보류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 또한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를 구하지 않았다. 김씨는 “농지은행에 올라온 농지는 조건이나 단가가 맞질 않아 일찍이 포기했다. 결국 발품 팔아 농지를 구해야 했는데 얼마 전 현서면에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새로 생기긴 했지만 농지를 구할 때만 해도 도시의 그 흔한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없어 농지를 구하는 게 가장 큰 고비였다”며 “어떤 농지가 매물로 나와 있는지 알 수 없고 대부분 농촌에선 아는 사람들끼리 농지를 사고파는 경향이 크다 보니 유튜브에 매물로 나온 과수원 사진을 보고 위치를 파악한 뒤 부모님과 부모님 지인 등을 통한 덕에 과수원 주인과 접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농사지을 농지(과수원)를 찾은 기쁨에 취한 것도 잠시 김씨는 또 다른 난관을 맞닥뜨렸다, 대부분의 청년농민이 그러하듯 부족한 자금으로 농지를 취득하려면 필연적으로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에 따르면 지원사업 설명회나 관련 교육 등에서도 농신보 보증 또는 대출의 절차나 방법 등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아울러 김씨의 경우 800평과 1,600평 과수원 두 곳을 매매하는데 총 3억4,500만원의 자금이 필요했는데, “인터넷에서 알음알음 정보를 모아 관련 서류를 완성해 군청 담당부서를 찾았지만 이후 대출을 실행할 지역농협에서 전액을 대출받을 수 없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답변을 얻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또 “정부 융자 지원한도는 올해부터 5억원으로 늘었는데, 농신보 보증 한도는 아직 3억원이다. 3억원 이상의 금액은 개인신용으로 대출받아야 한다”라며 “농신보에서 농지를 담보로 우대보증을 내준다 해도, 대출은 전적으로 지역농협의 역량이다. 정부 정책상 청창농을 우선 지원한다 하더라도, 청년농민 특성상 지역농협과의 거래 실적이 전무하다 보니 농협에서도 쉽게 대출을 내주지 않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라고 토로했다.

김씨에 따르면 3억원까지는 청년창업농 우대보증으로 농신보 보증을 95%까지 받을 수 있지만,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85%까지만 농신보 보증이 가능하다. 김씨는 결국 필요금액의 15%인 5,175만원을 신용대출 받았다.

대출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어려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김씨는 지역농협이 지정한 법무사를 통해 대출을 진행한 까닭에 법무사비용과 취득세(청창농 50% 감면), 농신보 보증이율(매년 납부) 등 총 1,158만9,197원의 자비를 들였다. 또 농신보 보증이율을 포함해 대출이자만 매년 655만원가량을 내야 하는 실정인데, 6년째부턴 원금까지 상환해야 한다.

김씨는 2년생 유목이 심긴 과수원을 매매한 덕에 올해부터 당장 사과를 수확할 수 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봄 냉해와 최근의 우박 등으로 피해를 크게 입어 평년 수확량을 장담 못 하는 상황이다. 김씨는 “청송군에서도 이 지역 피해가 가장 컸다. 잘 관리해서 일부 수확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수확 후 판로 역시 큰 고민 중 하나다. 스마트스토어 개설과 SNS 등을 통한 직거래를 계획 중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김씨는 “귀농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연고도 없이 시설하우스나 스마트팜에 도전하는 청년농민보다는 조건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시설하우스나 스마트팜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도 그렇고 여건이 더 어렵다고 들었다. 청송에는 지원사업에 선발된 청년농민들끼리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인데, 다른 지역의 경우 그런 커뮤니티를 활용해 서로 정보를 나눠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에 와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물론 차이는 있겠지만 행정의 업무 능력과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과 청년농민 정착을 위한 교육사업 확충, 정부 융자지원 한도 확대에 걸맞은 기타자금 한도 확대 등이 뒤따르면 농촌에서 농업으로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