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푼 꿈 안고 정착한 청년농민의 ‘탈농’ 막으려면

영농 지속 및 농촌 정착 위한 교육·지원 확대 필요
농산물 가격 안정․생산비 보장도 반드시 뒤따라야

  • 입력 2023.07.09 18:00
  • 수정 2023.07.09 18:1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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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한 뒤 농업을 지속·확대 중인 청년농민도 물론 많지만, 매년 수천명의 청년이 지원사업을 등에 업고 농업의 문을 두드림에도 청년농민의 비중은 크게 늘지 않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0세 미만 경영주인 청년농민의 비중은 2000년 6.6%에서 2010년 2.8%로 감소했고, 2020년 기준 1만2,400여명으로 전체의 1.2%밖에 되지 않는다. 연령 초과로 인한 이탈률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나 청년농민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실시한 2018년 이후로도 청년농민 비중은 감소했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농민의 지속적인 증가세와 상반된다. 정부는 오는 2040년까지 청년농민 비중 10% 달성을 위해 2만6,000명의 신규 청년농민 유입을 장려, 지원사업의 규모를 날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청년농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지원 정책·사업 내실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귀농한 청년농민들은 ‘농업·농촌 이탈(탈농)’의 이유 중 하나로 부족한 후속 지원 및 교육대책을 꼽았다. 영농정착지원사업에도 여러 교육이 포함돼 있고, 농촌진흥청과 지역 농업기술센터 등에서도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그 수가 너무 제한적인 까닭에 원하는 교육을 듣기 어려워서다.

농식품부 영농정착지원사업과 별개로 국내 최대 농업 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에서도 청년농민 정착을 위한 여러 교육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농진청 인적자원개발처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신규농업인 영농정착지원 사업을 운영 중인데, 청년농민만 대상으로 하진 않지만, 교육 대상자 선발 시 청창농(후계농)을 우대하고 있다. 사업은 시·군별 신청 인원에 따라 예산을 내려보낸 뒤 시·군에서는 농업기술센터를 주축으로 지역 대표 작목 등에 맞춰 선도 농가와 관계를 형성하고 현장실습 위주의 경영 기술들을 전수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맞춤형 실습 위주의 교육이기 때문에 호응이 좋은 편이지만 농진청에 따르면 사업 예산·규모는 지난해 21억9,000만원(730명)에서 올해 19억8,000만원(660명)으로 줄었다. 이외에도 청년농민 대상 교육은 다양하게 운영되지만, 현장 농민들은 영농정착지원사업 확대로 올해 귀농한 농민의 수가 4,000명인 데 반해 여전히 교육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고 후속대책 역시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농산물의 가격 폭등락, 생산비에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의 시장가격 역시 귀농한 청년농민의 영농 지속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원도 홍천의 청년농민 현윤정씨는 “대부분 귀촌을 하지 귀농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귀농을 한 친구도 주변에 물론 있는데, 자녀 양육과 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탈농을 한 상태다”라며 “가장 큰 문제는 농산물 가격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청년농민은 대부분 다품목 소량생산 또는 소품목 소량생산 형태로 농사를 짓는데 영농정착지원사업을 통해 생활자금을 지원받더라도 생계유지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최저임금이라는 게 도시 노동자의 최저임금이지 농촌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아니다 보니 속된 말로 내 밭에서 일하는 것보다 남의 밭에 가서 일하는 게 더 수익이 높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농촌에 들어온 분들 대부분은 농업이 레드오션인 걸 깨닫자마자 농촌서 벗어나는 것 같다. 생산을 잘 해도 값이 안 나오면 대출금 갚기 버겁고, 생산을 못하면 또 못해서 수익이 안 나오니 여러모로 어려운 것이다”라며 “1차 생산물의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 보니 대부분 6차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고, 또 혼자 할 수 없다 보니 법인을 꾸리고 정부 지원사업을 받아 규모와 함께 부채를 늘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성공하는 케이스도 없진 않지만 열에 아홉은 땅을 팔아 빚을 갚는 게 현실이고, 성공한다 해도 체험농장 운영이나 가공·판매를 주업무로 하는 만큼 농업 생산은 다른 이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6차산업화 사업체 운영을 과연 귀농으로 보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전했다.

충남의 한 청년농민 역시 “영농정착지원사업을 통한 생활자금이 3년간 지원되고, 이후 3년간은 의무적으로 영농을 지속해야 하는데 농업 생산만으로 생계유지와 이자·원금 상환까지 정말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어디에 취업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주변 농작업을 대행하거나 가공 등 6차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라며 “가공시설을 마련해도 전부 대출이고 빚이다. 때문에 청년농민 유입·육성 정책도 좋지만, 안정적인 농산물 가격 수취를 통한 생산비 보장과 재해 발생 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제도 및 재해대책 개편 등 농업을 둘러싼 기반 정책이 먼저 확립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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