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농지법 흔들기, 아직은 갈 길 먼 개혁

  • 입력 2023.06.11 18:00
  • 수정 2023.06.11 21:52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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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021년 9월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에 위치한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 부친 소유 농지에서 열린 ‘농지 투기 규탄! 농지 전수조사 실시! 헌법대로 경자유전 촉구 기자회견’에서 충남지역 농민들이 ‘농지는 투기 대상이 아닌 생산수단'이라는 의미의 현수막을 펼치고 서 있다. 한승호 기자
2021년 9월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에 위치한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 부친 소유 농지에서 열린 ‘농지 투기 규탄! 농지 전수조사 실시! 헌법대로 경자유전 촉구 기자회견’에서 충남지역 농민들이 ‘농지는 투기 대상이 아닌 생산수단'이라는 의미의 현수막을 펼치고 서 있다. 한승호 기자

2021년 내부 정보를 농지 투기에 악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에게 따가운 뭇매가 쏟아졌고 뒤이어「농지법」이 개정됐다. 당시 개정의 핵심 이유는 ‘농지 투기 근절과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 실현’. 이와 함께 1996년 「농지법」제정 이래 농지 취득·소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만 개정되면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와 농지 임대차가 증가했고, 농지가 산업단지·공공주택단지 등 대규모 개발지로 전용되면서 농지 투기가 발생했다는 개정 배경이 제시됐다.

모처럼 투기의 광풍에서 농지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개정이었으나, 시행 1년도 안 돼(2022년 8월 18일부터 시행) 개정 농지법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4월 경상남도의회는 ‘농지 소유 규제 완화 대정부 건의안(장병국 경남도의원 발의)’을 통과시켰다. 그즈음 농지 거래 활성화를 위해 농지법을 개정하라는 국민동의청원도 진행됐다.

건의안의 배경은 개정 농지법이 농지거래와 소유를 강하게 규제해 거래가 얼어붙었고 농지가격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이에 농촌 주민이 재산권을 침해받고, 인구 유입 기능이 있는 귀농·귀촌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주장이다. 농지자격취득증명(농지 취득 시 농지 소재지 관할 시·구·읍·면의 장에게 발급받는 필수 서류)을 발급받기 어렵고, 시·군 농지위원회 심사까지 거치다보니 농지 거래량이 줄었다며 지역 생존을 위해선 현행 농지법을 개정 이전으로 환원해 농지 소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동의청원의 취지 역시 ‘농촌의 가난 탈출과 농지의 효율적인 이용’이다. 청원인은 “강화된 농지법 때문에 일반인이 농지를 사기 어렵고, 고령 등으로 농지를 팔아야 하는 농민의 피해가 무척 심각해 청원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경매로 농지를 취득하려는 이들의 민원이 폭증”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경자유전과 소작농 금지가 현행 농지법의 가장 큰 문제라고 들었다”는 것이다. 이 청원은 지난달 20일 동의율 10%(5,105명)인 채로 끝났지만, 개정 농지법의 원래 취지가 현장에서 어떻게 도전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정작 ‘진짜 농민’들은 개정 농지법조차 비농민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 많고, 농지 투기도 현재진행형이라고 지적한다. 모두가 농촌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농지법 규제 완화를 놓고 입장은 이처럼 평행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경재 경상남도의회 의원(창녕군 제1선거구)과 이기동 전주시의회 의장(완산동, 중화산1·2동)의 농지 투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진짜 농민들의 노여움은 더 거세졌다.

이경재 도의원은 주거지인 창녕은 물론 김해, 경북 청송군 일대의 대규모 농지를 사들였고, 그 가운데는 개발 호재로 땅값이 급등한 곳이 포함돼 있다. 농사짓지 않는데도 농사짓겠다고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내고 사들인 뒤엔 농지를 방치하거나 불법으로 임대한 땅도 있다.

이기동 의장은 전라북도 내 5개 시·군(전주, 김제, 부안, 고창, 임실)과 세종시에 논밭과 임야를 사들였다. 매입 이유를 가족의 영농과 회사 경영 등으로 밝혔지만, 지역 농민들은 “명백한 농지 투기”이며 무엇보다 “공직자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두 지역 농민들은 국회의원, 지자체장, 공직자는 물론 일반인, 기획부동산 등 실제 경작하지 않는 이들의 광범위한 농지 투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농지 규제 완화 요구엔 진짜 농민을 노엽게 하고 허탈하게 하는 농지 투기에 대한 지적 하나 없다. <한국농정>은 농지법이 진짜로 농민과 농촌을 위한 법이 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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