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떳떳하지 못한 조합이 자료 공개를 꺼린다”

오창규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

  • 입력 2023.07.23 18:00
  • 수정 2023.07.23 21: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 조합원이 자기 농협의 자료를 열람하려면 조합원 수십명의 서명을 받고 조합이 정한 ‘열람료’까지 내야 한다. 모든 절차를 이행하더라도 조합은 자료 제공을 회피하기 일쑤다. 오창규 전농 경기도연맹 협개위원장은 농협의 개혁과제 중에서도 조합의 폐쇄성을 매우 중대한 문제로 꼽아온 이다. 경기 연천에서 오 위원장을 만나 다시 한번 문제를 정리해 봤다.

 

오창규 전농 경기도연맹 협개위원장
오창규 전농 경기도연맹 협개위원장

지역농협에서 어떤 일을 해왔나.
연천 임진농협 감사를 두 번 연임(3선)하다 3년 전 중도사퇴했다. 감사라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고 문제를 지적해도 반영되지 않으니 도저히 화가 나서 안되겠더라. 사퇴 이후엔 협동조합 개혁 차원에서 조합에 가끔 자료열람 청구를 해왔고, 지난 4월 다시 임진농협 대의원을 맡았다.

조합원은 조합에 어떤 자료를 청구해야 하나.
처음부터 정보가 공개되지 않다 보니 조합원들이 자료 열람을 청구하려 해도 어떤 자료를 청구해야 할지 잘 모른다. 적어도 이사·대의원들이 회의를 했으면 그 회의록을 자기들 선출해준 조합원들에게 전달은 해줘야 조합원들이 ‘이런 게 있었구나’ 알지 않겠나. 제일 큰 건 예결산 집행이다. 이걸 임원들끼리만 쥐고 있으니 조합원들은 조합장이 얼마를 받아 가는지, 조합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전혀 모른다.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알기 시작해야 세부적인 운영·사업 관련 자료들을 요구할 수 있다.

조합원의 ‘정보습득 장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인 이사회·총회 회의록, 조합원 명부를 열람하려 해도 열람료를 내야 한다. 금액은 지역마다 다른데 건당 5,000~1만원 정도다. 이게 정관에 떡하니 들어 있다. 비싸고 싸고의 문제가 아니라 조합원이 내 조합 서류를 보는 데 돈이 든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열람료는 그나마 낫다. 운영 관련 서류를 보려면 전체 조합원 100분의 3의 서명을 받아오라는데 조합원이 1,500명이면 45명, 3,000명이면 90명 서명을 받아야 한다. 자료 하나를 받기가 너무 힘든 거다.
조합 측은 이런 조건이 없으면 자료 청구가 너무 남발될 거라 하는데 그렇게 되진 않을 거라 본다. 조합이 자료를 숨기는 수단으로 법과 정관을 이용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 자료 한번 봅시다’ 하면 조합으로선 귀찮기도 하고 켕기는 거다. 심지어, 나도 조합원 40~50명 서명 받아 몇 번 자료 청구를 해봤는데 그렇게 해도 제대로 된 자료 제공이나 설명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대의원이 됐지만 국회의원·군의원처럼 조합원 의중을 모아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접근 권한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자료를 최대한 공개하려는 조합과 감추는 조합,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조합장이 의지를 갖고 자료를 공개하려 하면 좋은데 그런 곳이 얼마나 될까. 전국에도 거의 없을 거다. 가령 괴산 불정농협처럼 자료 공개에 적극적인 조합은 자신이 있는 거다. 떳떳하지 못한 조합은 움츠러들고 가리게 되고, 조합장이 사무실 밖에 나가서 사업 얘기를 꺼리게 된다. 투명한 조합은 조합장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조합원들의 관심과 의식이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법을 정비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자료를 요구하면 조합은 늘 법을 갖고 들이댄다. 자신들은 법과 정관에 의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거다. 농협중앙회에 질의해도 마찬가지다. 만들어진 지 20년이 넘은 법 조항인데, 이게 하나의 벽이고 통제수단이다. 법을 고치지 않고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그런데 국회에서 과연 이걸 고쳐 줄까. 당장 시급한 농협 개혁과제들조차 다루지 않고 중앙회장 연임제에만 기를 쓰고 있어 답답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