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내쫓으니, 농촌이 휘청

  • 입력 2023.06.25 18:00
  • 수정 2023.06.26 06:2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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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로 농번기를 지나고 있는 농민들이 일손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영동리의 한 양파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양파를 붉은 망에 담고 있다. 최근까지 이주노동자 단속이 이뤄진 전남 지역에서 양파 작업을 하던 이주노동자들은 낯선 이의 등장을 경계하기도 했다. 한승호 기자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로 농번기를 지나고 있는 농민들이 일손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영동리의 한 양파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양파를 붉은 망에 담고 있다. 최근까지 이주노동자 단속이 이뤄진 전남 지역에서 양파 작업을 하던 이주노동자들은 낯선 이의 등장을 경계하기도 했다. 한승호 기자

 

정부가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와의 ‘결별’을 선언한 가운데, 사실상 이들로 인해 지탱되고 있던 농촌사회는 농번기를 맞아 비명을 지르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엄정한 외국인 체류질서’를 확립하겠다며 불법체류에 대한 정부합동단속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유연한 외국인 정책의 전제는 엄정한 체류질서 확립”이라며 단속을 계속할 것이라 말했고, 그 말대로 올해엔 1차 합동단속(3~4월)에 이어 지난 6월부터 2개월 간 2차 합동단속이 전개되고 있다. 41만명에 이르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핵심목표로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2023~2027)’도 세웠다.

그러나 이런 방침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간 어떤 정부도 불법체류 외국인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던 건, 한국사회의 기피노동을 도맡다시피 하고 있는 이들을 대체할 만큼의 내국인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농촌 지역에서 이들의 손길이 사라진다면 당장이라도 수많은 노지·비닐하우스·축사가 영농을 멈출 수밖에 없는 처지다.

1차 단속의 여파로 인해 농촌에서 이미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던 시기, 계절근로자 제도 개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장관은 “정상적인 체류조건을 가지고 근무하는 외국인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규칙과 법을 지키는 분들을 우대하고 혜택을 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불법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단호한 입장일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번기의 농촌 사정을 당연히 고려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농촌 사정 아랑곳 않는 집행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양파·마늘 등의 수확으로 농촌이 가장 바쁜 6월, 단속반이 나타나 이주노동자들을 단속·구금하기 시작한 지역에서는 일을 하다가도 노동자들이 불안감에 도망치는 등 제대로 된 영농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농민들이 감당하고 있다. 오죽하면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이 농민들의 호소를 듣다못해 농번기만큼은 법 집행을 멈춰야 한다고 나서기도 했다.

갑자기 생긴 커다란 인력 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간신히 수습한 이들은 이제 생산의 지속 여부 자체를 고민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단속강화와 함께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입국하는 이주노동자의 수와 체류기간을 늘렸지만, 농촌 전반이 혜택을 보기엔 터무니없이 모자라는 숫자다. 농민들은 국가가 농업 생산을 놓을 생각이 아니라면, 국가의 관리를 전제로 한 전향적이고도 파격적인 이주 정책이 시급히 수립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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