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단속 말고 대안 찾아야

  • 입력 2023.06.25 18:00
  • 수정 2023.06.26 06:2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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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농산물을 생산해 도시 소비자에게 먹거리를 공급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농민이다. 국민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중요한 것 3가지만 뽑으라고 한다면 농민들은 단연 땅과 농업기술과 사람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사람은 농업기술을 수년에서 수 십년 동안 습득한 농민을 뜻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농업기술을 습득한 농민의 숫자가 줄어 현재 200만명 정도로 보고 있고 그마저도 나이가 많은 연로하신 농민들의 숫자가 많다. 우리나라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적정인구는 500만명 정도라고 얘기를 하는데 현실은 한없이 부족하다. 300만~350만명이나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물론 기계화가 이미 돼 있거나 기계를 도입할 수 있는 품목은 기계화로 전환이 가능하지만 채소·과일류 등 밭작물은 여전히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정식을 할 때와 수확기 등은 단기간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만 2회(3월과 6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정식 날을 잡아놓고 모종을 구입했던 농민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고 늙거나 썩어가는 모종을 보면서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수확기에 비가 많이 와서 빠른 시일 내 수확을 해야 하는 마늘 농가에서는 제때 인력을 구하지 못해 마늘을 수확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물론 정부, 지자체, 농협이 농민들의 요구를 담아 제도 개선과 대안들을 찾고 있으나 300만명이 넘는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소하기엔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농협과 지자체들이 연인원 500만명을 공급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지만 농촌 인력의 부족을 채우기에는 인원도 부족하고 기술로 단련된 숙련된 일손을 메우는 것도 역부족이다.

농촌 현실에서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은 대규모 농장에 배치된다. 단기 계절 근로자로 들어오는 인력은 중소 규모의 농장에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장에서는 정식기와 수확기에만 집중적으로 사람이 필요한 구조며 이렇게 수확된 농산물들은 저장해 1년 내내 국민에게 공급한다. 그런데 지난 3월과 6월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집중 단속을, 그것도 정확히 일손이 많이 필요한 시기를 겨냥하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갔다. 제도 개선의 효과는 서서히 오지만 당장 집중단속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현장의 농민들과 추방 명령을 받은 이주노동자일 것이다. 제도 개선에 앞서 단기간 많은 인력이 필요한 농산물은 어떤 인력 지원제도가 필요한지 농민들과의 대화가 먼저여야 한다. 대책 없는 단속은 농민들의 어려움을 키우고 그 작목을 포기하고 작목을 전환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되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확 중인 양파가 그 대상이 될 것이고 마늘, 상추, 사과 그리고 이외 많은 밭작물이 제때 일손을 구하지 못해 품목 전환을 고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적 영역에서 용역회사를 통해 불법 노동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데, 지자체와 농협이 담당하는 방향으로 합법적인 계절근로자를 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방향을 단기 목표로 삼고 많은 귀농인구가 농촌에 유입되고 젊은 농민들이 생길 수 있도록 농업소득 또한 보장되는 방향의 대책이 필요하다.

2022년 기준 1년의 농업소득은 948만5,000원이다. 농업계 밖에선 이것이 월급이냐고 묻는 이도 있다. 1년 내내 일해도 농업소득이 1,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해가 갈수록 소득이 줄어드는데 도시민이 귀농하거나 청년이 자발적으로 농민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참으로 비현실적이다. 농사를 지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농정이 미래의 한국농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토지를 안정적으로 임차하고 농사를 짓는 기술이 사라지기 전에 차세대 젊은 농민에게로 기술을 전수할 뿐만 아니라 적기에 필요한 인력이 공급될 수 있는 체계 마련은 국민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중요 요소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기후 위기, 전쟁 위기의 시대다. 식량 및 국민 기본 먹거리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 농협, 농민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고, 단속보다 소통을 통한 대안을 찾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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