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농업문제, 도시민에게 묻다

  • 입력 2023.07.02 18:00
  • 수정 2023.07.03 08:1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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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편집국장]

경남 합천군 야로면 구정리의 너른 들녘 위에, 수령 500년을 넘긴 노거수(느티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습니다. 동서남북으로 교차하는 농로 한가운데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아 반 천년이 넘는 세월, 농사일로 구슬땀 흘리는 농민들에게 넉넉한 품 내어주며 묵묵히 휴식처가 되어준 농민들의 친근한 벗이자 수호신입니다. 사방으로 펼쳐진 그늘 아래 잠시 앉아 바람에 서걱거리는 잎사귀 소리만 듣고 있어도 어느새 위안이 됩니다. '한국농정'이 올해로 창간 23주년을 맞았습니다. 농민들의 소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농업·농촌·농민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지 어느덧 23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 나라 농정에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농업정론지로서 농민들 곁에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들녘 위에 솟은 수령 500년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언제라도 농민들께서 기댈 수 있는 벗이 될 수 있도록 분발하겠습니다. 힘겨운 시대를 살아내고 계신 농민 여러분께, 참 고맙습니다.  한승호 기자
경남 합천군 야로면 구정리의 너른 들녘 위에, 수령 500년을 넘긴 노거수(느티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습니다. 동서남북으로 교차하는 농로 한가운데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아 반 천년이 넘는 세월, 농사일로 구슬땀 흘리는 농민들에게 넉넉한 품 내어주며 묵묵히 휴식처가 되어준 농민들의 친근한 벗이자 수호신입니다. 사방으로 펼쳐진 그늘 아래 잠시 앉아 바람에 서걱거리는 잎사귀 소리만 듣고 있어도 어느새 위안이 됩니다. 한국농정이 올해로 창간 23주년을 맞았습니다. 농민들의 소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농업·농촌·농민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지 어느덧 23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 나라 농정에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농업정론지로서 농민들 곁에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들녘 위에 솟은 수령 500년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언제라도 농민들께서 기댈 수 있는 벗이 될 수 있도록 분발하겠습니다. 힘겨운 시대를 살아내고 계신 농민 여러분께, 참 고맙습니다. 한승호 기자

‘안전한 먹거리’를 연결고리로 도시는 소비를, 농촌은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4%인 220만명의 농민이 96%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셈인데, 더는 농사짓고 살기 힘들다는 농민들의 위기감은 도시민에겐 잘 와닿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다.

안전한 먹거리, 건강한 한 끼에는 관심이 큰 도시민들에게 2023년 농업·농촌 현실은 과연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본지는 창간 23주년 특집 기획으로 농업·농촌 문제에 대해 도시민들에게 질문했다. 서울시민 1,000명에게 우리나라 농업·농촌현실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도시민들과 농민들이 마주하는 좌담회도 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도 분석해 봤다.

그 결과 도시민들은 구체적인 농업·농촌문제를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는 부여하고 있었다. 농촌을 방문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탐색의 기회는 적고 관심사에도 밀리는 것이다.

특히 도시민들의 농산물 구입 경로가 직거래장터나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플랫폼(쿠팡, 마켓컬리 등)이 늘어나는 점도 농업·농촌 문제에 관심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농민-도시민 좌담회에 참석한 이아롬씨는 도시민의 소비 형태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말했고, 20~30대 젊은 도시민들의 소비패턴상 농업문제에 관심을 두기에 점점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도 짚어줬다. 실물 농산물을 보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이미지를 통해 식재료를 구입하며 여러 품목을 카드결제하다보니, 낱개 농산물의 값에 둔감해지곤 한다는 것이다. 쌀값이 얼마인지도 좌담회 참석하기 전에 찾아봤다고 한다.

반면 유명 베이글(빵)집에 한 시간 줄을 서는 것과 에어룸(순종) 토마토가 신상으로 뜨면 빛의 속도로 온라인구매를 하는 것은 먹거리 문제라기 보다 이벤트로 여기며 동참한다. 중년의 도시민들은 농촌에 연고가 있는 세대이다 보니 농업·농촌 문제에 젊은 층보다 관심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은 아니다.

도시와 농촌 모두 ‘농산물 가격’ 문제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농민들은 쌀값이 폭락해 소득이 급감한 것도 답답한데 농산물 가격이 물가 인상의 주범인양 오해를 받는 것이 억울하다. 도시민은 엄밀히 따져보면 생활비 중 학원비, 통신비, 대출이자 부담이 더 크지만 농산물값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고백했다. 언론이 농촌현실보다 표피적인 농산물값이 올랐다고 보도하는 방식도 민감도를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스팔트 농사를 하는 전국의 농민들이 수없이 구호를 쏟아내며 농업․농촌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 수많은 구호들은 어디에서 머물고 있을까. 답 없는 대통령실과 정부를 향해 외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도시민들에게 구체적이고 쉬운 말로 농업문제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여전히 농업·농촌에 애정을 가지고 지속가능성을 염려하는 도시민들이 건재하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도시와 농촌, 좀 더 자주 서로의 안부를 물어야 한다. 도시민과 농민의 단단한 연대가 ‘안전한 먹거리’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전략이자 해법이 될 수 있다.

본지는 이번 창간특집호를 통해 도시와 농촌의 연대 방안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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